많은 사람들이 사진 분야에서 요 몇 년 동안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것에 대해 단순히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과 대중화 때문에 그렇다 라고도 말 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일반인들도 카메라를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의 증가로 인해 프로들 못지않은 그럴싸한 혹은 정말 보기 좋은 사진 한 장 찍는 것이 절대 어렵지 않게 된 현실의 반영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그럴싸한 사진 한 장’이 문제다.(물론 달랑 사진 한 장이라는 개념은 그저 상징적인 것이다.)
내 말은 과연 그것이 정녕 프로와 아마추어의 간극을 무너뜨릴 수 있는 충분조건이 될 수 있느냐는 말이다. 다시 말 해, 그 모호함이 과연 취미와 밥벌이의 관계를 동등하게 취급할 수 있을 정도가 되느냐 이거다.

왠지 사진 테크닉에 관련 된 책일 듯 한, 혹은 사회적으로 퍼스널 브랜딩의 관심으로 나온 셀프 이미지 메이킹에 관련 된 책은 아닐까 싶은 제목의 이 책이 그러한 모호함에 관한 내 의구심에 어느 정도의 답을 제시해 주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일단 이 책은 인물, 예술, 다큐, 광고 등으로 나누어진 공급자 차원의 사진 거장들은 물론, 수요자 차원의 큐레이터와 갤러리스트, 에이전시 디렉터, 편집장, 출판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진을 단순한 예술론적인 차원이 아닌 사진을 다루는 모든 사람들이 지녀야 할 태도에 관한 현실적 차원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현실적 차원을 이끌어 내는 것이 바로 저자가 인터뷰에서 내 놓는 질문들이다.
장비나 혹은 그들과 관련 된 사적, 공적인 질문에서부터 형이상학적인 차원의 질문을 해대는 그녀를 보면서 사람들이 사진에 대하여 정말로 궁금해 하는 것이 무언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질문들에 대하여 그들 나름대로 사진은 이런 것이다, 어떤 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현실이 이렇다 등등의 답변들을 내 놓는데, 얼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진을 통하여 그들 나름의 개성들을(그들이 공급자든 혹은 수요자든) 펼치고 있는 그들이니만큼 답은 비슷한 것들이 많지만 다양한 표현과 조언의 형태로 나오기에 읽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 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준다고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나는 앞서 취미와 밥벌이의 상관관계를 통해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를 생각해 볼 수 있느냐 하는 질문에 빠져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그 의구심은 사진에 얽매이며 하느냐, 자유롭게 하느냐의 차이, 혹은 사진을 눈으로 찍느냐, 감성으로 찍느냐 하는 것의 차이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장 교과서적인 답으로는 그것이 무엇이든 조화를 이루는 것이 최선임을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조화를 이루는 길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음을 우리는 또한 알 수 있으며, 그것은 다름 아닌 사진을 대하는 우리들 각자의 양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취미와 밥벌이로서의 각각의 사진은 그 책임감부터 분명 다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예술 분야나 똑같을 것이다.
그런데 그 형식의 모호함이 거세게 이는 지금의 사진 시대에 모든 이들이 한 번쯤 고민에 빠지는 것 중 하나가 아마추어와 같은 프로, 프로와 같은 아마추어라는 명분 사이에서 느껴지는 고민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것은 자신감의 문제다. 누구는 지나치게 넘칠 수도, 누구는 부족할 수도 있는 바로 그 문제.
고로 자신이 어느 분야에 있든 어떤 정신적 조화를 필요로 한다거나, 자신이 찍는 사진, 혹은 작품들에 대하여 보기 좋은 떡 이상의 것으로의 인식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한 번 쯤 읽어보면 좋은 책이 바로 이 도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감히 개인적으로 해 본다.

인연이라는 말을 우린 흔히 만물의 관계와 연관시킨다.
그런데 그 인연이라는 말을 불교 용어로 사전에서 풀이한 것을 보면 결과에 영향을 미치거나 만들어내는 여러 원인들의 그 직, 간접적인 힘, 혹은 과정들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같은 인연이라도 어찌 보면 서로 다른 듯, 그 각각의 의미만으로도 완성되어지기는 한다. 그러나 각각의 뜻이 합쳐질 때엔 그 완성도의 파이는 더욱 더 커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책은 그러한 인연들의 파이가 어떻게 커지는가를 잔잔한 이야기들로 묶어 독자들 앞에 펼쳐 놓는다.

백화점 곤충 매장에서 5개의 다리 밖에 없던 사슴벌레와 의족을 한 소년 사이에서 벌어지는 교감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 그 인연의 시작은 그 둘 사이뿐만 아니라 그들 존재 사이에 점점이 연결 되어 있던 다른 이들의 인생에 어떤 파장이 되어 전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파장은 그들 인생에 또 다른 인연의 끈들을 통해 각자에게 퍼진다.

그렇게 모여진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나는 또 다시 존재의 의미를 되새길 수밖에 없었다.
존재란 자기 자신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이란 것이 어디 몸이라고 하는 물리적 형태 그 하나만을 일컫겠는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또한 그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나도, 남도, 사물도, 세상도, 우주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 눈에 보이는 그들 형태의 모습은 모두가 다르다. 그러다 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다른 것들도 나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다름은 배제되고, 억압되고, 차별되어 지기 위해 있는 것은 아니리라. 그것은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그 무엇이다. 내가 아닌 다른 것들로부터 얻는 깨달음이란 존재가 바로 그 무엇이기에.

그 깨달음의 존재를 보기 위해 우리에게 끊임없이 요구되고 필요로 되어지는 것이 삶에 대한 통찰이다.
어쩔 수 없이 3차원이라는 세계에 속해 있는 우리들에게 있어 고차원적인 인식, 즉 나와 남과 사물과 세상과 우주를 진정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그 통찰이라는 과정.
통찰은 바로 그 인연의 끈들이 전해주는 울림들의 의미가 뭔지를 알기 위해서도 필요한 과정인 것이다.

책 속에서 저자는 신념과 집착의 구분을 통하여 자신의 진정한 꿈을 가려 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연도 그렇다. 그런데 문득 거기에는 신념 대신에 사랑이라는 말을 넣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인연이라는 그 끈이 서로의 목을 조르듯 옭아매는 것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감성이라는 것이 인간에게 왜 중요한 것일까?
그거 없으면 죽기라도 하는 것일까?
그러나 항상 먹고 살기에도 바쁘고, 빠듯하다고는 하지만 인간은 살면서 자신들의 삶의 영위를 위해 밥만 먹고는 살 수 없다는 강한 동기 부여를 늘 지향한다.
그런데 문득 그 지향 점의 꼭대기에 있는 것이 바로 인간의 감성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마크 고베가 ‘감성 디자인과 감성 브랜딩’이란 책을 통해 세계의 많은 기업들에게 소비자를 위해 밥 그 이상의 어떤 것을 선사하라 목 놓아 외친 티는 그 동안 우리가 접하던 소비 시장에서 꽤나 눈에 뜨일 만큼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다양화 되고 세분화 된 소비 시장에 접근을 두어 각 층의 소비자들(예를 들면 동성애자들이나 Y세대들)과의 감성적 소통을 염두하고 쓴 내용이었다면, 이 책은 거기에 ‘뉴 트렌드’라는 곁가지를 하나 더 붙이고 나왔다.

그런데 여기에서의 트렌드는 디자인에 더욱 더 큰 비중을 둔 것이다.
디자인이 갖는 중요성, 쉽게 이야기 하자면 밥을 짓더라도 여러 가지 곡물이 어떤 식으로 혼합 된 그런 밥을 만드느냐에 관한 것, 즉 인간의 감성을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포만감으로 채워 줄 수 있느냐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물론 전체적인 식탁의 내용(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관련 된 여러 표현 요소들)이 더욱 조화롭고 균형이 잡혀야 함을 두 말 할 나위 없이 중요하게 전하기는 하지만.

재즈에서 통하는 변화무쌍한 즉흥 연주를 이용해 설명하는 ‘브랜드잼’과 진화와 혁신에 중점을 둔 포스트모더니즘의 조화를 책 속에서 강조하던 그는 오늘날의 브랜드는 ‘커뮤니케이션’과 ‘상품’에서 ‘감성’과 ‘영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서 그 ‘트렌드’라는 단어에 우린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바로 너무나 빠르게 유행되고, 변화되고, 소비되어 지는 그 트렌드라는 것에 어떤 의미로 발 맞춰 나가야 하냐는 것이다. 물론 트렌드라는 것도 예상되어 질 수 있고 더군다나 창조되어 질 수 있는 것이기는 하다.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우린 그 트렌드라고 하는 것 안에서 변하지 않는, 혹은 변하지 말아야 할 그 어떤 것에 더욱 신경 써야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감성이라는 것도 인간에게 보내는 구애의 몸짓으로 표현되는 하나의 방식이라 나는 생각한다. 고로 변하지 않는 보편적 인간의 감수성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기업과 소비자 사이도 유기적이다. 그러나 그 유기적인 것 안에는 변하지 않는 규칙이 분명 있다. 그것이 바로 감성의 테두리 안에 있고, 우리는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우린 늘 통찰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제대로 기능하고 느끼려면 두뇌는 매일 에너지를 공급받고 새로워져야 한다. ‘뻔하고 틀에 박힌 것’과 ‘표준적인 것’이 직장과 가정, 또는 시장을 지배할 때 우리의 열망은 무참히 짓밟힌다.”
이것은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하기 위해 변화를 원하지만, 그 변화를 원하는 인간의 감성은 변하지 않는 다고 해석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것들이 변하지 않는 규칙 중의 하나인 것이다.

책 속에서 어느 누군가는 또한 말한다. 물건을 사거나 보는 순간 사람은 소비자가 되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은 인간이라고. 브랜드는 돈을 벌기위해 소비자를 생각하기보다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브랜드를 어찌 사랑할 수 없겠는가.
물론 그것을 꼭 브랜드에 국한시켜 말 할 사실은 절대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