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기적의 시대였고, 예술의 시대였고, 과도의 시대였으며, 풍자의 시대였다.”
재즈 시대와 관련하여 피츠제럴드가 어느 작품에서 이와 같이 밝힌 적이 있다고 ‘위대한 개츠비’의 작품해설은 언급하고 있다.
그렇듯 그를 생각하면 당연 ‘재즈 시대’와 ‘위대한 개츠비’를 빼 놓을 수 없으리라.

그런데 당대 최고의 소설들 중에 하나라 일컬어지는 그 소설을 읽고 난 후, 바로 이 단편집을 읽어보니, 그가 느낀 재즈 시대의 단상이 단순히 저 작품에만 녹아든 것이 아니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재미있게, 유쾌하게, 때론 신비하게, 유머러스하게, 신선하게, 그리고 현실의 무상함이 처절하게 깃든 사실성까지. 그것은 나로선 기대 의외의 느낌이었다.

심지어 나는 이 소설들을 읽으며 그를 통해 일본 소설가 온다 리쿠가 떠 올려지기까지 했다. 그녀와 같이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넘나들며 다작을 쓰는 작가로서의 면모가 피츠제럴드에게서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책에는 그가 학생 때 쓴, 어찌 보면 습작과도 같은 소설들 몇 편이 포함되어져 있고, 대부분의 작품들이 여러 잡지들에 게재되기 위해 쓰여 진 것들이니 상당히 대중적일 수밖에 없다. 고로 읽는 이에 따라선 ‘위대한 개츠비’를 떠올리며 저자에 대하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까지 느낄 수도 있으리라 본다.

사실 과거 일본의 거품 경제 시대와도 같았던 그 재즈 시대에 그는 정말로 그 현실의 세계에서 충실하게 살았다하는 삶의 궤적을 보인 작가이다.
상류 사회로 아들을 진출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부모의 영향도 컸겠지만 어느 부유한 사교계 처녀에게 도전한 사랑의 실패, 그리고 그의 부인이었던 젤다와 결혼 전에 있었던 한 번의 파혼 과정을 거치면서 느낀 부와 명예에 대한 절실함과 욕망, 그리고 거기에 따르던 상류 사회에 대한 동경심이 심지어는 그에게 자신의 작품 세계를 그 안에서 구축도록 했으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특히나 그의 소설 속에서 보여 지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속물적이다. 남자들도 그녀들의 입맛을 맞추기에 급급해 하고. 그들이 속한 세계가 상류 사회이건 하류 사회이건 말이다.
이런 등장인물들의 설명을 위해 ‘위대한 개츠비’의 작품해설 속에서 하나 더 들먹이자면,
“......작품의 주제가 지나치게 남녀의 애정과 물질적 성공에 국한되어 있다는 비판을 자주 받았다. 이런 비판에 대하여 그는 “맙소사! 그것이 나의 소재이고, 그것이 내가 다뤄야 하는 전부이다.”라고 밝힌 적이 있다.”고 전하는 부분이다.

작가로서 잘 나갈 때조차 그 방탕한 생활 유지를 위해 많은 돈이 필요했던 피츠제럴드.
그런 이유로 쓰여 진 소설들이 바로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그의 배경으로 인하여, 그리고 작가의 말을 통하여 어떤 것들은 ‘소설 그까이거 대~충!’의 느낌으로 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3인칭 단수로 쓰여 진 화자의 이야기가 대부분이기에 가끔은 소설가로서 독자들에게 자기 비하 된 감정을 자신의 솔직한 양심을 통해 전하고픈 느낌이 들기도 했다. 마치 ‘당신들이 읽는 이것은 삼류소설 입니다.’라고 속삭이듯.

대부분의 단편집들은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좀 더 심층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하는데 이 단편집도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한다. 똑같은 시대 안에서 보여 지는 인간 군상들의 표상들을 피츠제럴드가 어떻게, 그리고 다르게 구성하여 펼쳤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최근 영화화 되어 화제가 되고 있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이 책을 이야기할 때, 그 동명의 단편 소설이 대표적으로 거론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안다.
그래도 이 책은 역시나 피츠제럴드라는 작가에 대한 이해(그의 삶과 작품세계 모두를 위한)의 도구로서 더 큰 매력을 가지고 있다 말하고 싶은 것이 내 솔직한 마음이다.

새삼 이 책을 읽으며 자기계발 서적에 대해 어떤 묘한 아이러니가 느껴졌다.
특히나 처세술에 관련 된 것들에 대해서.

뭐든 자기하기 나름이라고, 잘 살고 못 사는 것에 대한 인간 각자의 팔자소관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으리라.
그러나 인간마음 거기서 거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서로 다른 환경에 자란 인간들이건만 국적불문하고 그 공통된 마음의 처사들을 하나로 모아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발달하였겠고.
그렇게 다른 듯, 같은 듯, 모두 관계가 있는 듯, 없는 듯한 이 세상의 논리 속에서 처세방법은 과연 누구에게나 바르게 통용될 수 있는 공식이라 할 수 있는 걸까.
물론 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공식의 쓰임새, 혹은 적용의 문제는 다르지 싶다.

그런 뜻에서 누구나 공식이라고 하면 수학 과목이 생각날듯하다.
그런데 보자.
무엇을 풀든 덧셈, 뺄셈, 나눗셈, 곱하기는 언제나 약방의 감초처럼 꼭 쓰인다. 그러나 피타고라스니, 집합연산 등등 하는 공식들은 그 쓰임이 꼭 필요한 문제들이 따로 있다.
그렇다면 처세술에도 저렇게 나눠지는 기본과 고급 공식이 따로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데일 카네기의 책은 그 기본 공식에 충실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것은 데일 카네기가 쓴 인간 관계론과 자기 관리론, 그리고 행복론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들을 모아 만들어진 책이다.
사실 사는 데 도움이 되는 교훈적인 이야기들에 경전이라 할 만큼의 엑기스들이 따로 있다고는 생각되진 않지만 이 책은 최소한 요약의 관점으론 잘 엮어진 책이란 느낌을 준다.

우리는 태어나 교육이라는 것을 받는 순간부터 기본적인 도덕관념, 혹은 윤리관을 어릴 때부터 배우긴 하지만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짐과 동시에 사람들과의 만남도 넓어지니 자기 욕심과 세상과의 타협에 늘 고민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 처세에 영향을 미친다함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실 남을 생각하고, 위하고, 존중하고, 양보하고, 어쩌고저쩌고 하는 이야기들, 알기는 하지만 그것마저 우린 꽤나 주입식으로 배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다 보니, 나이 들면서 ‘내가 남을 위해, 혹은 나를 위해 왜 그래야만 하는데?’라고 하는 일종의 반항심이 생기는 건 아닌지 짐짓 생각해 보게도 되는 듯.

그러나 세상에는 일반적 의미의 보편성이라는 것이 분명 존재한다.
사회의 대다수에게 통할 수 있는 그 기본 공식에 특정한 예외성을 통해 얻은 자신만의 특수한 공식의 조화가 금상첨화임에는 분명하지만 가만히 보면 그 보편성에 응용할 수 있는 공식마저 ‘그래봤자 나만 손해더라!’하며 쓰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이 많다.
솔직히 말해 이 책에서도 어떤 내용들은(특히나 인간관계론)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만드는 시점이 너무 두드러진 것은 아닐까 하는 느낌을 주는 것들도 없지 않아 있다.

고로 뭐든 자기 기준에 따른 선택이기는 하다.
그러나 살면서 융통성까지 무시되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상대적이지만 공통적인 것, 혹은 그 반대의 경우를 일깨워 가는 혜안을 갖는 것도 우리에게 필요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치 어떤 수학문제에 맞는 적당한 공식을 우선 찾아내어 하나하나씩 풀어나가듯 말이다.
개인적으로 그것을 위해 가끔은 이런 도서를 통해 심호흡 한 번 가다듬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바이다.

‘당신도 울고 있네요, 잊은 줄 알았었는데, 옛날에 옛날에 내가 울듯이 당신도 울고 있네요.’
불현듯 터져 나오는 울음.
그것은 무언가로부터의 복받침이다. 속에서 더 이상 삭힐 수 없어 밖으로 내보이는 심적인 표상. 아무리 기뻐서 운다 해도 그 바탕에는 과거 쓰라림의 기억이 자리한다.
내 안에 있던 그 어두운 단면, 바로 그것이 그림자다.
그런데 햇빛을 받으며 길거리에 서 있을 때, 자신의 그림자를 보며 저것도 나라는 생각을 해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혹은 내가 울 때, 그 그림자도 울고 있다 생각 해 본 사람은.
그 낯선 생각. 아니, 그것이 바로 낯선 나이다.

솔직히 이 책을 읽은 것은 작년이었다. 그런데 근래에 또 다시 읽었다. 그리고 이번엔 리뷰를 남기고 싶어졌다. 얼마 전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고 나서 다시 이 책이 생각이 났는데, 그러고 보니 이 책도 파우스트를 인용하여 책의 한 부분을 채우고 있음이 생각난 것이다.

선과 악, 그리고 빛과 어둠.
저렇게 나열 된 단어들을 보며, 우리는 분명하게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선, 그리고 빛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들”이라고 말이다. 과연 그것만으로 우린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일까.
왜 우리는 악과 어둠에 대해선 긍정의 시선을 던지지 못하는 것일까. 저자는 그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성장한다는 말은 집단 문화가 수용하는 것과 수용하지 않는 것을 가려내어 전자를 습관화하도록 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사회가 수용하는 것은 자아가, 수용하지 않는 것은 그림자가 되는데 성장은 그림자 형성과 함께 필연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다. 그림자란 한마디로 심리의 어두운 측면이다. 그것은 자아의 기준으로 볼 때, 우리 내면의 유쾌하지 않고, 수치스럽고,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들이다.”

그림자라는 것이 우울한 면모이기는 하다. 그 우울함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이고.
고로 그 우울함이 주는 반대급부의 의식을 인식할 수 있는 힘이 사람들에게는 필요하다.
그런데 그것을 모순이라는 이름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인식하는 사람이 있고, 역설이라는 이름으로 긍정적인 견해를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다.
“역설(Paradox)이란 현대세계에서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의미를 길어내는 장인의 샘이다.......신화들은 한결같이 알려지지 않은 장소나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장소에서 보물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여러분 내면의 그림자에서 그 어떤 좋은 것들이 나올 수 있겠는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최상의 보물은 가장 무시되어왔던 자리에서 발견할 수 있다.”
“모순은 무의미라는 괴멸스런 짐을 우리에게 지워준다.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어떤 힘겨운 고통도 감내할 수 있지만 의미가 없다면 견뎌내기 어렵다. 모순은 메마르고 파괴적이지만 역설은 창조적이다.”
“역설을 받아들이는 능력은 정신적 강인함의 척도이자 성숙의 확실한 표식이 된다. 모순은 항상 대립하지만 역설은 신성하다. 상호모순에서 역설로 성장하는 것은 의식의 도약을 뜻한다.”
“역설에 동의한다는 것은 곧 고통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이는 자아보다 훨씬 큰 세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체험은 우리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느끼는 지점, 해결책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바로 그 지점에서 정확하게 일어난다.”

저자가 역설을 설명하며 사용하는 것이 바로 창조다. 그림자를 표면화하는 의식으로서 말이다. 내면에서 억누르며 자기파괴와 심지어 타인과 자신에게 악영향과 슬픔을 주는 의식으로서가 아닌, 그 그림자를 조화와 균형을 위한 존재가치로서 소중히 다뤄야 한다면서.

창조라 하니 예술적인 관념에 사로잡힐 수 있겠으나 이것은 꼭 그런 것만이 아니다. 책 속에서 본 예시처럼 청소하나만 봐도 그렇다. 청소는 귀찮고 힘든 일이지만 그 과정을 마치고 느껴지는 쾌감을 상상해보라. 더군다나 누구들처럼 좋은 일이 있을 때 반대로 그것을 하는 것이다. 마치 우울한 영화를 통해 희망을 보는 경우가 있듯이. 혹은 글로서.

그러면서 저자는 밝음과 어둠의 합집합이라 할 수 있는 만돌라(두 개의 원이 합칠 때, 가운데 나타나는 아몬드 모양의 형상)를 말한다. 그렇게 각자에게 있는 선과 악, 그리고 밝음과 어둠을 먼저 인정하여, 어느 것을 버리고, 어느 것을 추구한다는 강박관념 대신 그것의 조화로운 합일을 이뤄내 삶의 균형을 이루라며 말이다.

전체 분량이 150페이지도 넘지 않는 이 책.
가끔 씩 정신적으로 자기치료가 필요할 때, 가까이 두고 어느 페이지든 훑어보면 분명 도움이 될 듯 하다 전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