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있어 누군가에게 뭔가 특별함을 타고 났다는 이야기가 포함된다면 우린 대뜸 행운이라든가, 부러움이라는 단어를 곁들여 생각하게 된다.
물론 그것이 대부분 결과론적으로 대단한 재능의 발현으로서 인정될 때에만 그렇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그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세상으로부터 소중히 선택받은 듯한 특별함이 아닌 불행에 가까운 특별함으로 인식되는, 혹은 저주와 같은 단어가 더 어울릴법한 특별함으로서 말이다.
그리고 솔직히 우리는 그런 상황을 접하게 되면 세상이 공평하다는 말조차 아끼게 됨을 느낀다.

이 책은 그렇게 우울한 느낌의 특별함을 선택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심리학 서적이다.
말 그대로 특이한 사례들을 연구한 책인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이 책은 다분히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와 같은 선상에 있다고도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올리버 색스의 책이 저자의 작가적 서술 능력으로 인해 개인 시각에서 비롯한 감성적 언어로 채워진 소설이나 에세이 차원의 해석으로 가능한 반면, 이 책은 순수하게 연구학적 차원으로서 특별했던 사례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풀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저자도 말했듯 사례연구란 이미 문학적 재미가 포함된 것들로서 독자들에게 상식적이고도 과학적인 풀이가 힘든 것임을 토로한다.
그 말은 자칫 이러한 특별한 사례들이 세상에 흥밋거리 가십정도로서만 취급받으며 남아 있을 법한 진지한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그러나 신기한 것은 이 내용들이 그러한 흥미진진한 사례들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읽는 동안 우리로 하여금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동질성에 공감토록하면서 잔잔한 애잔함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끌어 올리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정상인과 비정상인 사이에서 흐르는 인간애적인 교감일 수도 있겠으나, 거기에는 자신에게 쥐어진 조건이라는 것에 대한 감사함 또한 존재토록 한다.
또한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인류를 위한다는 이름으로 사례연구대상이 된 그들의 희생된 삶의 시간들에 대한 존경심의 시선도.

사실 몇 가지 사례들, 예를 들면 ‘38명의 이웃들 앞에서 죽어간 여자’, ‘남자에서 여자로, 다시 남자로’, 그리고 ‘이브의 세 얼굴’ 등 몇 몇의 사례들은 여러 분야의 다른 책에서도 이미 다뤄진 내용들이기는 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자면, 보편성과 특이성 사이에 쳐진 하나의 장막이 얼마나 얇은 것인지를 알게 해주는 힘이 더욱 큼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지 싶다.
인간의 본성적인 기질과 후천적인 교육을 통한 훈련과 생태학적 환경, 그리고 생물학적 유기체로서의 온전한 건강이라는 4박자가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력에 대한 보편적 통찰들을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특별한 사례들을 통해 배울 수 있으니, 그 장막이란 것은 얼마나 얇은 것인가.

“나한텐 직업이 있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하고 똑같이 아침 일찍 일어나고, 그런 다음에는 또 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지 알아봅니다. 그건 하루 종일 매달려야 하는 일이죠. 커피를 마시려고 쉬는 시간도, 주말도, 보너스도, 휴가도 없이 말입니다.”
소설 ‘달의 궁전’을 읽어 나가다 만난 저 문장 앞에서 나는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나는 인간이다’라는 명제 하나가 우리에게 잠재 된 근원적, 혹은 원죄적 의식으로 뿌리박힌 개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답을 제시해 주기에는 정말로 부족한 것인지에 대하여.

물론 저 명제도 때에 따라 사용 목적이나 방법에 따라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으로 분리되기는 한다.
하지만 분명한건 그것이 어느 쪽이든 ‘조건’에 들어간다는 차원에서 보자면 정체성과 관련 된 문제의식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엔 어떠한 누구도 토를 달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저 명제처럼 단순하게 해석되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사람들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운명과 선택의 상호작용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이 소설이 가볍지만 묘하고도 긴 여운을 남기는 이유는 바로 그러한 상호작용이 우리에게 하여금 삶 속의 인과법칙에 대한 작은 울림들을 계속해서 귀 기울여 듣도록 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인과법칙이라면 당연 원인과 결과에 대한 것이기는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스스로에게 약간의 자각과 인식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그 원인과 결과 사이에서 사람들은 늘 정해진 운명과 만들어가는 운명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것에 대해 그저 생각과 해석의 차이일 뿐이라고 단정 지으면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니기는 하다.
하지만 나 자신이 이 세상에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다는 사실(이건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다.)을 안 이후에 자각과 인식의 문제로서 내가 왜 존재하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이제 우리도 태어난 이상 선택이라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선택의 과정이 우리로 하여금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게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차원에서 아버지도 모른 채, 사생아로 태어난 주인공 마르코는 자신이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한 그가 멀게는 엄마의 죽음과 가깝게는 삼촌의 죽음을 겪으면서 최소한의 보호막조차 없어진 사실, 즉 제대로 된 고독을 깨달으며 처음엔 자신의 삶을 될 대로 되라 식의 점프 형태로 세상 속에서 강행하는 것인데, 그것이 내가 보기엔 그의 인생에 있어 처음으로 자신의 선택을 행동으로 옮기는 진지한 첫 번째 의식이 아니었나 하는 느낌이 든다.

저자는 그의 그러한 과정을 주되게 그리면서 때로는 책 ‘호밀밭의 파수꾼’ 속의 방황하는 주인공 홀든을 떠 올리게도 하고, 때로는 책 ‘연금술사’ 속에서 운명을 따라가는 주인공 양치기 소년을 떠오르도록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연과 운명의 선택을 무의미한 듯, 의미 있는 듯 교묘한 표현으로 교차시켜 보여 준다.
“오늘 오후에 책들을 세어 봤더니 1천4백 92권이더구나. 내 생각으론 그게 행운의 숫자 같다. 그 숫자는 콜럼버스가 미대륙을 발견한 기억을 떠 올려 주는데, 네가 가려는 대학이 콜럼버스의 이름을 땄으니 말이다.”
“우리는 언제나 잘못된 시간에 옳은 곳에, 옳은 시간에 잘못된 곳에 있었다. 언제나 서로를 놓쳤고, 언제나 간발의 차이로 전체적인 일을 알지 못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가?’를 알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말 할 수 있겠다. 즉 자신이 몰랐던 과거 사실들을 현실적 선택(우연)과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듯한 선택(운명)을 해 나가면서 말이다.
다만 우리나라 독자들이 식상해 마지않는 ‘출생의 비밀’이 달의 궁전의 주된 소재라는 것에 약간의 식상함을 선사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랄까.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자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몇 몇 문장을 통한 삶에 대한 통찰력은 단순히 표현적 차원에서 멋있게만 보이려고 하는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믿는 세상에 대한 법칙을 깨달아 그것을 글로 진중히 옮겼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는 점일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누구든 어떠한 과정을 통해 결과론적으로 무언가 깨닫는다함은 언제나 삶의 시작점이자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순간의 인식과 자각이 이 세상에서 우리가 인간으로서의 직업을 충실해 수행 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오르막 내리막길을 걷고 세상의 끝이라 믿는 곳에 서 있을지라도.
“.......해변 마을로 이르는 언덕길을 오르고 있었다. 내 호주머니에는 4백13달러가 들어 있었다. 그 언덕 꼭대기에 이르자 태평양이 한눈에 들어 왔지만 나는 물가에 이를 때까지 내리막길을 계속 걸었다.......나는 세상 끝까지 온 것이었고 그 너머로는 바람과 파도, 중국 해안까지 곧장 이어진 공허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가 내 출발점이야, 나는 속으로 그렇게 말했다. 여기가 내 삶이 시작되는 곳이야.”

말콤 글래드웰의 책은 일단 재미있다.
블링크와 티핑포인트 등 같은 분야의 다른 책들에 비해 읽혀지는 속도도 빠르고 몰입도 잘 된다.
그 만큼 흥밋거리를 유발시키는 요소들이 책 속에 많이 담겨져 있다는 뜻이다.
각종 통계 자료와 함께 다양한 실험결과들을 보여주면서 그가 책에 담고자 하는 주장에 힘을 주는 모습을 읽다보면, 독자들은 마치 최면술에라도 걸린 듯 한 느낌을 받을 정도다.
혹은 무릎을 탁 칠 정도로 점(占) 잘 치는 도사와 함께 이야기 하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그러한 느낌은 그가 주장하는 성공이론과 관련 된 확률적 변주요소들을 담은 이 책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뭐든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라는 말에 익숙해진지는 오래다.
그러나 반대로 무슨 일이든 긍정적인 마인드가 가장 중요한 기반을 다진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요는 그 사이에 있는, 즉 저 긍정과 회의사이에서 존재하고 있는 것들 중 어떤 발판을 밟느냐하는 것에 따라 성공의 축을 잡고 뛰어오를 수 있다 하는 말인데,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발판들에 관한 것이다.

사실 ‘아웃라이어’라는 말 자체가 통계학에서 뚜렷하게 일정한 방향 속에서 벗어난 데이터를 말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성공이라는 잣대를 들고 있을 수 있는 사람들은 소수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며, 고로 동시에 그들에 대한 통계를 따로 내 본다면 뭔가 특별한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고도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바로 그러한 것들을 연구한 것이고, 통계학적으로 조사해 보니 충분한 근거가 있다며 이 책을 통해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어떤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본인이 저만큼 노력 했으니까, 부모를 잘 만났으니까, 워낙 똑똑하니까, 기회나 운이 좋았으니까,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났으니까’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인데, 저자의 주장이 그와 일맥상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저자는 거기에 문화적 특성이나 기질(예를 들어 동양과 서양의 차이, 혹은 지역분류에 따른 사람들 특유의 성격)등의 문화적 유산(그는 이것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모두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부정적인 측면을 이야기 할 때, 1997년에 일어난 대한항공 801편 괌 추락 사고를 거론한다)도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성공학적인 관점과 운명학적 관점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을 다르게 표현하자면 성공한 집단을 표본으로 통계라는 자료를 통해 그것을 과학적으로 타당성 있게 제시하고 있는 반면에, 그것을 역설적 측면으로 개인적 차원에서 분석해 보자면 같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다른 운명을 걷게 되는 또 다른 아웃라이어들을 우리는 만나 볼 수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 말콤은 그것에 관련하여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역사와 공동체, 기회, 유산의 산물이다. 그들의 성공은 예외적인 것도 신비로운 것도 아니다. 그들의 성공은 물려받거나, 자신들이 성취했거나 혹은 순전히 운이 좋아 넣게 된 장점 및 유산의 거미줄 위에 놓여 있다. 이 모든 것은 그들을 성공자로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인 요소였다. 아웃라이어는 결국, 아웃라이어가 아닌 것이다.”

성공이라는 것, 결국엔 개인적 차원에서 보자면 만들어 가는 것과 만들어 지는 것의 혼합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바라봐야 할 점은 ‘만들어 지는 측면’에서의 사회 제도적 관점이 아닐까 싶다.
즉, 자라면서 받게 될 교육적 경험 차원에서의 불합리를 최대한 극복하게 해 주면서,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최소한 자신이 원하는 성공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그 출발 선상에 당당히 서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 나는 책에 인용 되어진 농사와 관련 된 중국 속담 하나와 엮어 말하고 싶다.
“비료와 노력이 결정하는 것이니, 종자가 무엇이냐고 물어볼 필요는 없다.”
사회와 이웃이 비료의 역할을 해주는 환경!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