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디지털 카메라의 매뉴얼을 보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단상이 떠올랐다.

<시작하기 전에-시작하기-메뉴-연결-기술적 참고사항-문제 해결>

나 스스로 약간의 편집을 가했지만 아무튼 저런 순서로 다시 나열해 보면서 문득 인간관계를 위한 저러한 사용 설명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란 생각이 잠시 들었던 것이다.

솔직히 내가 읽은 이 책처럼 많은 심리학 서적들이 나름 그 자리를 대신해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는 하지만 언제나 형이상학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달리고 있는 사랑의 감정을 탐구하며 쫓아가기란 늘 어렵기만하다.

그것은 아마도 사랑이라고 하는 감정에 마음과 몸, 심지어 과거에 범했던 실수와 상처의 기억까지 그 모두를 마비시키는 성분이 들어있어 그렇지 않을까 싶다. 물론 좋았던 추억들도 포함해서. 자신을 상대에게 보이고 감추고 하는 그러한 실랑이들 속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그런데 그 실랑이는 우리의 무의식과 의식이 벌이는 실랑이기도 하다. 그런 과정에서 이것이 사랑일까, 아닐까 하는 본질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얻었다 하더라도 방법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무의식을 무게 있게 다루고 있었다.

글쓴이는 그것을 위해 정신분석 전문의답게 자신이 실례의 환자들을 상담하면서 겪었던 경험들은 물론이거니와 영화와 문학에 등장했던 여러 인물들의 사랑 형태를 무의식의 분석차원으로 설명해 나간다. 물론 무의식과 관련 된 프로이트의 사상 또한 빠트릴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읽는 이에 따라 가벼운 처방약 혹은 예방약으로 쓰일 수 있는 책이 되었다.

무의식은 기억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저자에 의하면 그 기억들의 많은 부분들이 어릴 때 자란 가정의 환경이나 분위기에 좌지우지되는 모양이다. 사람이 느끼는 최초의 사랑이 부모에 의해 받는 것인데 그 부분이 인격형성에 참으로 중요하다면서.

심지어 첫 사랑이 갖는 의미조차 부모의 사랑과 연관이 깊다고 한다.

인격형성에 있어 가정의 역할이 참으로 중요하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점은 실연이나 이별에 관한 감정의 극복이 가까운 타인의 죽음을 맞이하며 애도하게 되는 과정과 동일한 방식을 거친다는 저자의 말이었다. 심지어 저자는 애도하는 과정과 방법을 숙지하는 것이야 말로 사랑에 있어서 아주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랑을 함에 정말 중요한데도 사람들이 소홀히 여기는 것들 중 하나라면서 말이다. 거기에는 ‘신뢰할 줄 알기’도 있는데 전자는 상처의 아픔을 추슬러 앞으로 또 있을 다른 사랑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그리고 후자는 서로 편안하게 그리고 서로의 존재감을 잃지 않으며 사랑하는 방법과 연관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와 같은 심리학 관련 서적을 읽을 때 마다 무의식이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좀 오싹해진다. 그런 무의식이 사랑에도 영향을 끼치니 더욱 그렇다.

아무리 짝을 찾는다는 것이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의미도 포함한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그 사랑이 거의 자신의 무의식이 투영된 상대에게로만 시선이 돌려진 결과라고 하는 것을 보면 그건 선택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조정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여기에서의 누군가란 결국 자신의 기억 속에 잠재된 무의식이니 그것 또한 자신이라고 말 할 수 있는 부분임으로 이 부분을 다르게 해석해 보자면 사랑에 대한 모든 결과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솔직히 나는 점점 살면서 정신 건강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말은 반대로 나 자신이 그렇지 못했음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독서를 통해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자주 가지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럴 때 마다 내 자신의 기질이라고 하는 문제에 힘겹게 부딪히기도 하는데(서두에서 매뉴얼을 보며 그런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부분도 내가 힘겨워 하는 그런 부분이 분명히 노출된 것이리라.), 막상 심각하게 생각할 때 마다 드는 생각이 남들도 그렇더라, 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물론 강, 약이라고 하는 개인차원에서의 상대적인 차이가 있다.

그러나 확실히 내가 나로 존재해야 하는 부분이기에 필요한 것도 있고, 정말로 어떤 기억이 남긴 상처 때문에 성숙되어 있지 못하고 남아있는 부분이 혼재되어 있다는 사실은 결단코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그 혼재감도 감정적인 경험을 하지 않으면 배우거나 느낄 수 없다. 고로 사랑이 배움의 교과서가 된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사랑은 그렇게, 아니 엄밀히 말해 타인을 향한 것이 아닌 나 자신을 향하게 만드니, 사랑에 있어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에 나 또한 동의할 수밖에 없다.

책에 나온 어느 외국 정신분석가가 내세운 가설을 보면 인간의 인격은 죽을 때까지 형성되고 성숙되는 것이라고 하던데, 즉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멈추는 그런 것이 아니란 것이다.

책에서는 그러한 예시를 통해 사랑을 마음의 키를 재는 척도라고 표현한다.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좌절을 견디는 능력, 적어도 타인과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능력이 있음을 말해 준다면서.

좌절과 관련 된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어디에나 있다, 사랑뿐만 아니라 일에서도.

그러므로 자신을 사랑한다는 의미에는 이런 것들을 뛰어 넘겠다는 의지도 포함되어질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사랑에 다친 사람들을 위한 충고로서 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의미로서의 좌절과 두려움에 다친 사람들을 위한 참고서라 생각하며 읽어도 무방하지 싶다.

 

Paradox!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생각 난 단어가 바로 저것이었다.

소설 속 주인공의 행태는 누구나가 봐도 부조리한 삶에, 그것도 일찌감치 어린 나이에 질려버려 인생을 포기한 사람임을 드러내게 함에도 작가는 그 이면에 숨겨진 역설의 기능을 유감없이 우리 앞에 보여주고 있었기에.

‘더 나을 것도 없다. 무얼 하든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던 나는 어찌해볼 도리 없는 이 부조리함, 동물과 다름없는 인간의 태생적인 부조리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언제나 아와 나의 동류 인간에 대해 동물학자적인 시선을 보낼 것이다. 정말로 나을 것이 없다. 나는 재 자리, 더 이상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으면서 왜곡되게 사는 사람들 사이에 내 자리를 마련했다. 산다는 것이 너무 잔인할 정도로 인간적이 되어 버렸다.’

저 정도면 자살이던 혹은 거기에 준하는 그 어떠한 행동을 누구나가 꿈꾸거나 실행에 옮기게 될 것이다. 그런데 주인공 앙투완이 선택한 길은 엉뚱하고 기발하다.

‘인간 속에 깃들어 있는 인간을 찾아내기 위한 작업. 감정을 배제하고 냉정하게 바라보는 외과의사의 관점만이 나의 정신 나간 연구에 필수불가결한 자유로움과 거리감을 유지시켜줄 수 있다. 나의 이 같은 신랄함의 가징 큰 피해자는 아마도 나 자신일 것이다. 나는 인간에 대한 범 보편적인 견해를 도출해내기 위하여 내 사생활을 희생시켜가며 나 자신을 나 자신을 임상표본으로 기꺼이 바친다. 나는 모든 쾌락을 배제하고 오로지 종말을 지켜보기 위해 행복한 나날에서 체류함으로써 인간의 삶이란 과연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자살이 아닌 인간의 삶을 관측하는 탐구의 길이었다.

즉, 그는 스스로에게 쥐어진 자연발생적인 죽음을 기다릴 뿐, 무능력하고도 무기력하게 보이는 자신의 삶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인간의 삶에 대한 관찰 및 희생의 대상으로 목표삼아 권태의 나락에 빠진 젊은 자신의 나날들을 ‘행복한 나날’이라 이름 지어진 양로원에서 보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머물고 있는 시간과 공간은 늘 만남을 이뤄내며 그 안에서 다양한 사건들을 겪도록 만든다. 고로 무덤 속삶을 기다리며 그 안에 머물고 있는 앙투완도 거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그리고 그렇게 여러 사건들, 그리고 사람들과 엮이는 좌충우돌의 연속선상에 매번 서 있는 그를 보며,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삶이란 우리가 피한다고 해서 피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그의 경우엔 관찰이 저런 형태로의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었지만.

특히 앙투완이 암 선고를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사는 미레이유라는 여성을 만나 그녀의 소원을 이뤄주는 부분은 관찰자이면서도 참여자가 될 수밖에는 없는 현실을 우리로 하여금 직시하도록 만든다.

물론 그에게 있어 그녀는 자신으로 하여금 죽음을 가까이서 목격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인간이었기에 그것으로 함께 묶여진 목적의식을 배제할 수는 없었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참여하고 행동해야만 느낄 수 있는 그 감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우리 삶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가, 하는 것을 느끼게끔 하는 장면들임엔 틀림없다.

우리가 삶에 있어 권태를 느낀다고 함에는 아무래도 부조리한 삶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반복을 향한 권태일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을 앙투완이 보여주기도 한다.

선택과 사색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앙투완의 선택이라고 하는 부분은 정상적인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참으로 의아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아무튼 관, 묘석, 혹은 묘비명을 고르는 일들이다.

글쎄, 그가 아주 마음에 드는 관과, 묘석, 그리고 묘비명을 일찌감치 지었다면 그는 벌써 저 세상 사람으로 떠났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부분에 있어 그는 상당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그가 묘비명으로 쓸 아포리즘이 소설의 매 장마다 서두를 장식할 정도로.

그리고 사색은 실제 작가의 취미와도 연결되는 것이기도 한데, 그것은 벤치에 앉아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벤치에서의 사색은 앙투완의 미화된 독백이 라기 보다는 의외로 사실적인 감정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또한 벤치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시작부분과 연결되어 삶의 반복이 시작되는 중요하고도 재미있는 포인트로서 사용되기도 한다.

‘나는 늘 벤치를 좋아했다. 벤치는 은퇴의 상징이며, 세상과의 거리감, 평화스런 가장자리의 상징이다. 벤치는 바깥세상을 관찰하는 특혜 받은 자리이며, 피난처이고, 멈춰 설 줄 아는 사람들에게는 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다. 나는 벤치에 앉아 세상을 바라보면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은 더 이상 현실 세계에 속하지 않거나 현실로부터 거리를 두고 있는 사람이다. 이 단순한 좌석하나가 그에게 시인의 자격을 부여하기도 하고 시야를 넓혀주기도 한다. 폭풍우나 소요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그건 바로 벤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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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행복한 나날 정원 벤치에 앉아서 나는 이따금 체념을 통한 일종의 해방감, 초월적 존재감을 느끼며, 이 느낌은 나로 하여금 모든 소속감으로부터 벗어나도록 이끌었다. 이 느낌은 마치 정지된 하나의 지점에서 맛보는 평화로운 무중력 상태라고 할 수 있으며, 일상의 평범한 흐름을 정지시키는 일종의 존재적 부상이라고 할 수 있다. 때로는 자기로부터 가능한 한 멀리, 혹은 자기에게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보아야 할 필요가 있으며, 우리를 세상에 묶어놓는 닻줄을 풀고 흐름에 몸을 맡겨볼 필요도 있다. 그렇게 하면 모든 형태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마침내 새로운 바람에 몸을 싣고 세상 위를 날 수 있다.’

이쯤 되면 앙투완의 삶이 확 달라졌을 거란 상상도 가능하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그는 확고히 자신의 삶을 밀고 나간다.

예의 관찰자, 그리고 희생자로서.

만약 그에게 두 차례에 걸친 유산상속이 없었다면 과연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살면서 우리에게도 거기에 버금가는 행운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그것 또한 자신의 의지를 실현시키기 위한 도구로 이용한 그였으니 오히려 인간승리라 말해도 되지 않을까.

사람의 속마음을 읽는 재미가 있다면 소설의 속마음을 읽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이 그랬다.

역설이라는 단어의 묘미를 이 책처럼 소리 소문 없이 잘 살린 책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주인공이지만, 그리고 나의 저러한 해석이 과연 옳은 것일까, 라는 의문도 들지만 그런 의문들 속에서 좀 더 나은 삶이란 과연 것이 어떤 것인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생각토록 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삶은 이래서 살아야만 한다는 주장과 설득 없이 독자들 스스로 그것을 일깨우도록 만드는 힘을 이 소설은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최소한 관찰자가 되는 것으로도 그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최소한의 의미만으로도 살아 갈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바로 소설 속 이 문장처럼, 어차피 이 세상에 태어났다면 누구나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이것인 것처럼.

‘평생 나는 나를 죽도록 내버려두었다.’

 

 

상상력만큼이나 사람의 감성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이 세상에 또 존재할까.

이 책의 매 장마다 실린 그림들을 보면서 든 생각이 그랬다.

왜냐하면 책, 풍경, 인물, 그리고 소품들까지 그림 속에서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예의 모든 것들이 감성의 극치를 향해 달리게끔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과 함께 실린 작가들의 글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이 그림들을 보면 자신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스스로도 한 번쯤 그것을 표출해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마치 물이 힘차게 위로 솟는 분수처럼,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더.

고로 여기에 글을 쓴 작가들의 마음도 그러했을 듯.

그림들이 저절로 자신들의 상상력을 건드리는 소리를 들었을 테니까.

그리고 영감을 받는다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도.

진정한 영감이란 단지 아이디어를 제공받기 보다는 진정 이것을 이용하여 뭔가를 하고 싶다는 힘을 부여해주는 것이리라.

그러나 크빈트 부흐홀츠의 그림들 속엔 이미 언어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언어는 소통을 위한 언어가 아닌 느낌을 위한 언어들이었다.

그림으로 표현 된 그의 언어는 작가들이 담은 실질적이며, 실용적인 언어들보다도 더욱 강렬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것은 나로 하여금 오히려 작가들의 글이 비현실적이라 느끼도록 만들어 버렸다.

그런 관점에서 한 가지 특이한 것은 그림들 중 초현실주의적인 작품에서조차 너무나 쉽게 그림들과 소통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강력한 자석만큼의 자기력과도 같았다. 책 속에서 삐죽이 나와 있는 혀가 그려진 그림조차.

인간이 말을 하기 위해선 혀가 필요하듯 언어를 통해 우리와 소통하는 책에 혀가 달려 있다는 상상이 그로테스크하다고 느껴지기 보단 ‘어, 이거 말 되네.’ 라고 하는 지극히 자연스런 감정이 유도되어 발생됨을 보면서 감히 그 어느 누구도 그림 위에 틀렸다, 라고 하는 X자를 긋지는 못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책은 사람을 감상이라고 하는 고립의 상태로 몰고 가는 도구이다. 물론 그림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이것을 완전한 고립이라 할 수 있을까.

엄밀히 따지면 이것도 일대일의 관계다.

만약 거기에 보편적인 대면과 다른 점을 부여해야 한다면 그저 우리가 마주바라보고 있는 것이 무생물이라는 것 뿐.

고로 이 세상 누구든 그것을 완전한 고립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림과 책, 그 이면에는 작가와 화가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만의 세계에 우리는 온갖 촉수로 무장된 감각적인 감상의 발을 들여 놓는다.

그리고 이때부터 서로에게 통하는 교감의 전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더욱이 때론 그들과의 교류에서 생물인 인간들과의 그것에서보다 더욱 인간적인 감흥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느낌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