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정이나 선택을 한다는 것은 결국 갇힌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열려져 있던 다른 문들을 닫고 오직 한 출구만을 향하여 그 안의 세계에서 자신의 모든 오감을 희생시킬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만 될 테니까.

우리에게 형이하학적이었던 공간은 그럼으로써 형이상학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결정과 선택에 따른 슬픔, 기쁨, 사랑, 증오, 후회, 행복, 고통, 희열 등등 감정이 공간화 되는 것, 우리의 삶은 최종적으로 모든 것들을 경험이라는 이름의 공간으로 각각의 칸막이를 쳐 나가는 모습으로써.

이러한 공간은 언제나 우리를 유혹하거나 배척하는 과정을 통해 반복된다.

‘이리로 와 보렴, 새로운 세상을 너에게 보여줄게.’ 혹은 ‘여기는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어서 돌아가.’ 이런 식으로.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과 공포는 바로 저 과정에서 형성된다.

그러나 그들에 저항할 수 있는 힘 또한 신은 우리에게 잊지 않고 주었다.

바로 호기심이란 이름으로.

이 소설에서 작가는 저러한 느낌의, 즉 우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두 공간을 다루고 있었다. 하나는 이승과도 같은 것이 저승과도 같은 ‘바람의 도시’, 나머지 하나는 ‘야시(夜市)’이다.

그것들 모두는 열려 있는 공간이면서도 닫혀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어디에도 길은 널려 있는데 막상 어디로 가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몰라 거리 속을 계속 헤매는 어린 꼬마의 심정을 느낄 수 있는 곳.

‘길은 교차하고 계속 갈라져 나간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풍경을 보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그 모든 공간들은 들어온 이상 대가를 치르도록 한다.

그리고 그 대가를 자양분 삼아 자신의 몸을 지탱하는 하나의 유기체적인 공간들이다.

그러나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그 곳을 통해 무서움을 느끼기 보다는 애잔함을 느끼도록 했다. 책 표지에 써져 있는 ‘호러’라는 단어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이쯤에서 이 책에 대해 칭찬을 하나 하자면 작가가 평이한 문체가 주는 문학적 심심함을 조밀한 인물들의 관계 구성을 이용하여 훌륭하게 극복한다는 점이다.

마치 그가 선보이는 문장들처럼 작가는 조용히 주요 등장인물들의 배경 하나하나를 별스럽지 않게 표현하여 은밀한 복선으로 깔아 놓은 후, 거부감이 들 정도의 지나친 뒤틀림 없이 자연스럽고도 재미있는 연관성으로 튼튼히 엮어내어, 말 그대로 이야기 속에 이야기들로 자리매김 시킨 것이다. 조용히 땅 속 자기자리에 처박혀 폭발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지뢰들과 같이. 그리고 이것은 작가 고유의 색다른 치밀함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소설의 주된 포인트를 단순히 공간이 펼쳐 보이는 기괴하게 갇힌 이야기로서의 흥미 거리가 아닌 인간의 욕망과 운명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 놓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내었다.

이성과 감성의 경계선, 우리의 호기심은 언제나 그곳에 있다.

욕심 많은 호기심을 배부르게 채워줄 것인지, 아니면 과식은 절대 금물이야, 라며 그것을 굶주리게 할 것인지, 라고 하는 그 경계선에서 길을 잃지 말아야 함은 오로지 우리의 몫이다.

우리가 드나드는 모든 출구는 그렇기 때문에 기억되어져야만 한다.

어떤 대가를 치루든.

그래야만 우리는 갇히지 않고 계속 걸어 나갈 수 있다.

작가의 말처럼 그것이 아무리 미로 속이라 할지라도.

 

 

장례식 장면으로 시작하여 한 남자가 그렇게 죽기까지의 역(逆)추적 과정을 그린 이 소설. 솔직히 주인공은 누구나가 그렇듯 특별하다면 특별한 경우일 수도 있고 그래서 책의 제목처럼 보통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는 주인공의 인생역정보다는 그의 심적 묘사를 통해 독자들의 공감을 끄집어내는 그러한 필치를 선보임으로서 우리가 그의 삶을 바라봄에 곁눈질할 수 없도록 만든다.

그래서 독자는 세 번의 결혼으로 배다른 남매형제들을 둔 이 남자의 복잡한 인생 이야기를 보면서도 참으로 보편적이다 싶을 정도의 인간적인 공감대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저러한 공감대는 작가가 이 이야기의 중심을 끝까지 잘 잡았기에 가능했다.

그만큼 작가는 자신이 선택한 경우의 수에 다른 변수를 생각하지 않고 독하리만치 과감하고 충실하게 그 수의 탐구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두둔하지 않으며 직설적인 방법으로 주인공과 가까이 연관 된 사람들 모두의 입장을 간간히 묘사하고 교차시켜, 독자들 스스로도 누구를 특별히 두둔하지 않게 하면서 누구의 입장에서든(주인공을 미워하는 사람조차) ‘충분히 저럴 수 있지.’ 라고 하는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시키면서.

그것은 이 소설의 처음부분인 장례식장에서 그의 죽음 앞에 선 보이는 다양한 사람들의 행동묘사를 통해 선보이기 시작하며, 앞서 언급했듯 작가는 그들 모두를 누구 하나 잊지 않고 책을 통해 설명해 나간다.

‘몇 분이 안 되어 모두 가버렸다. 지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우리 종(種)이 가장 좋아하지 않는 활동으로부터 떠나가 버렸다. 그리고 그는 뒤에 남았다. 물론 다른 누가 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비통해했지만, 어떤 사람들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거나 자기도 모르게 안도했다. 또는 좋은 이유든 나쁜 이유든 잔정으로 기뻐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장례식 장면은 아마 우리에게 장례식 풍경이 어쩌면 우리의 인생에 대한 최후의 심판이 그려진 모습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내 마음 위에 떠오르도록 한다.

이 책에서 작가 특유의 힘이 유별나게 느껴졌던 부분은 소설의 내용과도 같이 그런 것들을 표현함에 있어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그것이 은유적이라 할지라도.

작가는 한 자락의 사색적인 부분도 현실적인 부분이 드러나 보이도록 그 적나라한 일관성을 끝까지 추구해 나아갔다.

‘마지막으로 관에 다가간 사람은 개인 간호사 모린이었다. 그녀는 한눈에 봐도 악전고투하며 살아가는 사람이었으며, 삶이나 죽음 어느 쪽도 낯설지 않은 사람이었다. 모린은 웃음을 지으며, 오므린 손에서 흙이 천천히 흘러내려 손날을 스치고 관에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꼭 어떤 육욕적인 행동의 서곡처럼 보였다. 관에 들어가 있는 사람은 그녀가 한때 많이 생각하던 남자인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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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흙이 뚜껑을 덮기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는 단지 관이 아니라, 그 흙의 무게 밑에 누워 있게 될 것이었다. 갑자기 관이 사라진 것처럼 아버지의 입이 보였다. 무덤으로 들어가는 흙이 바로 아버지의 몸 위에 쌓이는 것 같았다. 입을 메우고, 눈을 가리고, 콧구멍을 틀어막고, 귀를 닫는 것 같았다.(……) 그들은 끝이 눈에 보이자 엄청난 속도로 삽질을 하고 있었다. 고래(古來)의 제의를 담당하는 조객이 아니라 용광로에 연료를 퍼 넣는 구식 일꾼들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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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사십대 후반이나 오십대 초반밖에 안 되었을 것이다.(……) “먼저 어머니가 돌아가셨죠.” 남자가 말했다. “여섯 달 뒤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그 여덟 달 뒤에는 또 하나뿐인 누나가 죽더군요. 일 년 뒤에는 결혼생활이 망가져 아내가 모두 갖고 나가버렸습니다. 그러자 누가 나한테 다가와 이렇게 말할 거라는 상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네 오른팔도 자를 거다. 그걸 견딜 수 있을 것 같냐?’ 그렇게 내 오른 팔을 자릅니다.(……) 이제 왼팔도 자르겠다.’(……) ‘이제 끝내고 싶으냐? 이걸로 충분하냐? 아니면 계속 네 다리도 잘라 나갈까?’(……) 그렇게 십 년 동안 슬픔을 안고 살았습니다. 꼬박 십 년이 걸리더군요. 그래서 슬픔은 마침내 끝이 났는데, 이제 이놈의 병이 시작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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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없애버린 모든 것, 이렇다 할 이유도 없는 것 같은데 스스로 없애버린 모든 것, 더 심각한 일이지만, 자신의 모든 의도와는 반대로 없애버린 모든 것을 깨닫자, 자신에게 한 번도 가혹하지 않았던, 늘 그를 위로해주고 도와주었던 형에게 가혹했던 것을 깨닫자, 자신이 가족을 버린 것이 자식들에게 주었을 영향을 깨닫자, 자신이 이제 단지 신체적으로만 전에 원치 않았던 모습으로 쪼그라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수치스럽게 깨닫자, 그는 주먹으로 가슴을 치기 시작했다. 그이 자책에 박자를 맞추어 쳤다. 심장제세동기를 불과 몇 센티미터 차이로 빗나갔다.(……) 이 실수만 아니라 자신의 모든 실수, 모든 뿌리 깊고 , 멍청하고, 피할 수 없는 실수들로 인한 가책에 시달리다ㅡ자신의 비참한 한계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면서도, 마치 삶의 모든 파악할 수 없는 우연을 스스로 만들기라도 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ㅡ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심지어 하위도 없어! 이렇게, 심지어 하위도 없이 끝이 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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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는 계속 혼자 감당해 나가야 할 터였다. 이제부터는 모든 걸 혼자 처리해야 했다.(……), 종말이 올 때까지 남아 있는 목적 없는 나날이 자신에게 무엇인지 그냥 있는 그대로 보이야 할 것 같았다. 목적 없는 낮과 불확실한 밤과 신체적 쇠약을 무력하게 견디는 일과 말기에 이른 슬픔과 아무것도 아닌 것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일. 결국 이렇게 되는 거야. 그는 생각했다. 이거야 미리 알 도리가 없는 거지.

낸시의 어머니와 함께 만을 헤엄치던 남자는 자신이 가게 될 것이라고는 꿈도 꾼 적이 없는 곳에 이르렀다. 이제 망각을 걱정해야 할 때였다. 지금이 그 먼 미래였다.’

더군다나 작가의 묘사력은 이처럼 표현도 표현이지만 독자들로 하여금 그 장면들에 대한 몰입하도록 한다.

특히 이 소설에서 두 번째 부인인 피비가 바람을 피운 주인공에게 자신들 관계의 끝을 알리는 장면에서 속사포 같이 내뱉는 대사를 담은 페이지들과 주인공이 조깅을 하는 싱싱한 젊은 처자를 유혹해보려 시도하는 장면을 담은 페이지들은 그러한 작가의 힘이 폭발적으로 느껴진다.

전자에서는 이 작가 혹시 페미니스트가 아닐까, 싶은 그런 생각이 들 정도이며 후자에서는 남자로서의 매력을 상실한 늙은 남자의 슬픈 열망이 독자에게(독자가 아무리 여성이라 할지라도 그렇지 않을까 싶은)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로 역시 공감차원이라 표현할 수 있는 극도의 상실감을 전한다.

그러한 과정들을 거쳐 책을 다 읽은 후의 가장 강렬한 느낌은 중편에 해당하는 양임에도 장편 한 권을 읽은 듯한 기분을 전해 받았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아무래도 한 남자에게 벌어졌던 삶의 편린들을 모아 그 안에서 전체적인 삶에 관한, 남자로서, 남편으로서, 자식으로서, 형제로서, 아버지로서, 직업인으로서, 친구로서, 이웃으로서, 그리고 자신의 꿈을 쫒은 인간으로서의 어느 모습 하나 빠뜨리지 않으며 변화무쌍하게 잘 담아낸 작가의 역량 때문일 것이다.

그 황량하고도 쓸쓸한 어떤 보통 사람의 인생 풍경을.

 

 

패션분야만큼 스타일이라는 이름으로 Bitch를 허용하다 못해 이해하는 분야도 없을 것이다.

요즘은 한 술 더 떠 '그 사람 Edge 있어.'라는 공동화 되고 통용화 된, 그렇지만 성격을 표하기엔 뭔가 애매모호한 뉘앙스를 가진 저 문장이 칭찬의 의미로 정착 되고 있다.

그만큼 그 사람의 성격이나 기질이 스타일화 되는 분야가 바로 패션세계인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못된 구석이라 할지라도.

여기서 한 가지, 패션분야에선 이것이 흥미 있는 성향으로 양산(量産)된다.

성격이나 기질이 아무리 타고나는 것이라 해도 그것 또한 유행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성향을 보이는 부류를 볼 때마다 알게 모르게 그 분야 사람들이 읊조리는 말이 있다. 사실 이 말은 어느 분야에서든 나올 수 있는 말이기도 한데, 새삼 설명하자면 이것이다.

“하여간 저 인간, 꼭 저런 식으로 패션 쪽에서 일하는 티를 내요.”

못된 사람이 있으면 주위 사람들이 힘들고 불편하고 고생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좀 못 되게 굴어도 괜찮은 분야가 바로 패션세계다.

그것은 안 보이는 것도 보이게끔 발산해야 하는 직업의 세계가 가진 특징이자, 장점이요, 운명임과 동시에 물론 그러한 평판에 따르는 희생을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그 전형의 모습이 바로 안나의 삶이다.

그런데 워너비 윈투어?

‘나처럼 해봐라 요렇게~’라는 노래가사가 떠올리게 만드는 제목의 이 책은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 보자면 솔직히 그녀처럼 되고자 하는 많은 여성들에게 약보다는 독이 될 요소가 더 많이 담겨져 있었다는 생각을 남겼다. 그것은 아무래도 이 책이 한 편의 gossip 기사를 읽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기 때문이지 싶다.

그 정도로 아주 어릴 적부터 집안 내력도 그렇고, 그것이 자신이 타고난 운명인 듯 패션잡지 ‘보그’의 편집장이 되겠다, 마음먹은 후 고스란히 그 꿈을 이룬 어느 여인의 야망과 열정의 기록을 밟아가는 과정이 지나치리만큼 사생활과 뒷얘기들에만 치우쳐져 있다는 말이다.

그녀가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듯 보이는 패션잡지 편집장으로서의 훌륭한 안목이 돋보이는 증거물들(예를 들면 그녀가 기획하고 만든 잡지 표지라든가 기사들과 같은 시각적인 것)은 상당히 배제시킨 채.

그녀는 예술가가 아니기에 어쩌면 성공한 직업인에게 언제나 뒤따를 수밖에 없는 처세술이 우선시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처세술조차도 그저 안하무인에 인맥과 집안 배경을 이용하는 나쁜 여자 성격과 딱 맞는 기존의 그녀 이미지에 부합되는 모습들만 나열하고 있다.

나의 저런 지적을 보고 그녀가 걸어 온 길이 그런 걸 나보고 어찌하란 말이냐, 라고 저자는 푸념을 늘어놓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아예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저자는 그녀가 가진 실력 면에 대해 책에서 편협함이 두드러질 만큼 부각시키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 부정하진 못할 것이다.

한 가지 예로 그녀는 글재주가 없다고 하는 것을 이 책에서는 거의 고발하다시피 다루고 있다. 재주는커녕 능력조차 없다고 한다. 대필해줄 사람을 항상 두고 있을 정도로, 하다못해  자신의 전문 분야인 패션에 관한 기사조차 한 줄 쓰지 못해서 말이다.

그것은 그녀가 인간으로서 가진 표현능력의 부재를 의미한다. 그런 사람이 그런 자리까지 올랐다는 것에 대해 인간승리라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표현능력의 부족이 어쩌면 그녀에게서 차가움이라는 형태로 나타나 타인들에게 그렇게 비춰지도록 만드는 기능의 역할을 하고 있을 확률도 충분히 있으리라고 본다.

솔직히 사람이 성공하기 위해 스스로 모든 능력을 갖출 필요는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인맥과 처세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아니 않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Wanna Be'라고 말하는 것엔 실력도 당연 포함된다.

그런데 책은 그녀의 직업적인 실력에 대한 공평한 내용은 온대간데 없이 그저 성공하려면 안나처럼 차갑고도 냉혈적인 나쁜 사람이 돼! 라는 식의 사항들만 전달하고 있다.

그녀도 눈물을 흘린다, 식의 사실정보에 근거를 둔 표현들도 있지만, 그런 것들조차 이 책에서는 그녀를 포장하기 위한 하나의 장식과도 같은 역할처럼 보일 뿐이다.

아무튼 탈도 많고, 말도 많을 평전이다.

왜냐하면 평전의 주인공과 직접적인 인터뷰 없이(안나가 거부했다고 한다.) 저자의 정보원과 과거 안나 윈투어를 다룬 기사, 그리고 그녀와 이해관계가 얽힌 주위 사람들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만을 짜깁기 하여 독자가 그녀의 삶에서 무엇을 배우고 느껴야 할지 그 맥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이다.

한편으론 목표를 정하여 치밀하고 추진력 있게 그 꿈을 완성해 간다는 점과 자기 영역을 확실하게 지키겠다, 하는 그녀의 독한 근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고도 싶지만, 반면 독해야 살아남는다, 라는 말을 생각해 볼 때, 여전히 과연 그러한 본보기로 안나 윈투어를 우상으로 삼을지는 좀 생각해 볼 문제로 남는 것 또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