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읽은 후엔 보이는 제목과 표지조차 치를 떨게 만든 추리 소설이었다.  
아무리 허를 찔러도 그렇지! 
비약이 심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으나 팝 발라드쯤 된다 생각하고 음악을 틀었는데 듣고 보니  트로트였다고나 할까.

따지고 보면 이런 느낌의 소설 이야기가 없지는 않았을 거다.  
아니 분명 있다, 이런 식의 트릭을 사용한 책들이. 
그런데도 기가 막히더라. 
책을 덮고는 개인적으로 웃음도 크게 나오고, 확 책을 집어 던질까 싶기도 하고 그랬다. 
솔직히 바보 취급당한 느낌도 들었으니까.

2004년에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2위! 
처음에 개인적으로 저 화려한 수상경력을 보고 저 정도면 영화나 드라마로 나올 수도 있었겠는데 싶었다.

그런데 읽어 보니 그럴 수가 없는 내용이었다.
결국 결말에 나오는 내용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원본대로라면 영화로는 도저히 숨길 수가 없으니까. 

그 기막힘에 어떤 분들은 별 점을 확 깎아 내려 주시고, 어떤 분들은 그래서 높은 별점을 주시고 그랬던 듯. 나는 8점 이상 주고 싶다. 그건 아무래도 책을 읽기 전에 어떤 리뷰도 읽지 않고 읽은 것이 나를 그렇게 만든 듯.

개인적으로 나는 중간에 책 맨 뒤 쪽에 나온 도움말 페이지정도는 봤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왜 나오나 싶었다. 주석도 아닌데 꼭 주석 설명하듯 말이다. 
그런데 거의 책을 다 읽어 가면서 알게 됐다. 
작가는 이미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올 많은 독자들로부터의 현실성의 지적마저 의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긴 말의 반박 필요 없이 이건 현실적인 내용이라고 책 속에 아예 미리 밝힌 것. 

어젯밤에 다 읽었음에도 여하간 지금도 그 황당함에 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책. 
앞으로 혹시나 이 책을 읽으실 분들도 어떠한 독자들의 리뷰도 미리 읽지 마시고 보셨으면 좋겠다. 그래야 이 책에 대한 정확한 자신의 기분을 느끼실 수 있을 듯하니까.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나를 사랑하는 법’이라는 한국판 제목 보다는 영어 원제에서 ‘Learning To Love You More’ 중 ‘Learning’이라는 단어가 가장 눈에 먼저 띄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생각나는 단어가 그것이었다.

과연 이 책의 어떤 요소가 ‘나를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 때문에.

보통 이것은 읽기 전에 생기는 궁금증이고 다 읽고 나서야 저자가 우리에게 가르쳐주고자 하는 것이 이것이었구나, 라고 생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것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도록 한다. 그 이유에 대한 내 나름의 생각으로는 아무래도 이 책이 제목과 관련하여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정신적인 구도자로서 나를 사랑하는 법 대신 행동지향주의를 선택하고 있었기 때문인 듯 하다. 

책 소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이것은 인터넷에서 거행 된 프로젝트들과 관련 된 모음집이다.

과제물과 같은 느낌을 주는 하나의 주제를 인터넷에 내걸고는 불특정다수 스스로가 참여해 자신들이 그 주제에 따라 행동한 모습들, 혹은 결과물들을 책에 실은 것이니까. 굳이 비유를 하자면 요즘에 인기 있는 예능프로그램 중 하나인 ‘남자의 자격’과 같은 것이랄까.

그리고 그와 다르다면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강제성이 없다함은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쉽게 말하자면 하고 싶으면 하고 인터넷에 올리고 싶으면 올리고 익명이든 실명이든 상관없는 것이다. 이러한 과제들을 실행해 본 사람들은 아마도 호기심에 따른 참여의식이 먼저였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끌리는 과제물들을 하나 끝냈을 때, 그들은 일종의 쾌감을 느꼈을 것이다. 자유로움 속에서 겉치레 없는 자기 자신을 만끽해 볼 때 느끼는 그러한 기분인 것이다. 그리고 그럴 때,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 이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누구나가 해봤을 것이다. 자기를 스스로에게 보이든 타인에게 보이든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보이거나 하는 작은 도전들을 통해서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만이 가진 특별함, 혹은 개성만이 도드라지는 것도 아니다. 이 프로젝트엔 공감이라고 하는 강한 교류감도 느껴진다. 몸에 성인치고 상처하나, 인간치고 점 하나 없는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1984년에 살았던 사람이 나 혼자였을까? 1984년이 남긴 사소한 기억들(물론 이것은 타인 기준이다.)과 상처에 얽힌 추억, 점들을 잇는 이야기들, 그리고 개인사를 밝히는 글 등,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내용들에서 상징적인 의미로서 이 책 표지에 나온, 그리고 프로젝트 중 하나이기도 했던 사진 속 응원 게시물 'You're Not Alone'이라는 말을 누구라도 통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저러한 모든 프로젝트들을 통해 일상예술에 관한 안목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곧 이 책이 쓰기, 그리기, 만들기, (사진)찍기 그리고 전시까지 예술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예술에 대한 열망의 갈증을 풀 수 있는 방법을 말 그대로 방법론적인 차원에서 제시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설령 이것이 자기만족에 그치는 것이라 하더라도 각자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창조력을 즐길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자신의 행복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의지를 키워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저러한 프로젝트들은 단순한 오락거리 이상의 의미가 부여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사실 부처님도 말씀하지 않으셨던가,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 하라고.

누구나 이렇게 아이디어가 생성되고 그로써 무언가 잉태되는 것들을 보자면 이것이 아무리 무생물일지언정 하나의 생명체로 여겨질 수밖에 없음을 느낄 것이다. 이 책을 번역한 MBC 아나운서가 한국인을 상대로 똑같은 방식의 프로젝트를 진행시켜 본권과 더불어 한국판 서적을 함께 선사한 것만 봐도 여기에서 어떤 생명체든 가지고 있을 번식본능이 느껴진다.(솔직히 처음엔 책값이 의외로 비싸다 생각했는데 사진 가득한 책 두 권을 받는 것이니 비싼 것도 아니다.)

이것은 아이디어와 예술적 감각, 그리고 드문드문 감동까지 살아 숨쉬는 책이다.

매 순간 살기 위해 호흡이 필요한 것처럼 나를 사랑하는 것도 그런 호흡과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결국 이 책은 그런 호흡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습관화된 생활이 되었든 막힌 숨통을 트여주는 특별한 것이 되었든지 간에.

 

 

요즘 들어 심심치 않게 표현 되어지는 글 귀 중에 ‘좋은 예, 나쁜 예’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이 책도 가만히 보면 그러한 선상에 둘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이 뜻에는 전달과 이해와 얽힌 창조적인 메시지의 힘 있는 파급력을 생산하는 방법에 대해 논한 다른 책들에 비해 좋은 예에 속한다는 말도 내포되어 있다.

이 책을 사람으로 치자면 언행일치를 보여주는 사람이라고나 할까.

책 표지를 통해 기대되던 내용이 그대로 펼쳐진다. 그것은 이 책을 쓴 저자들이 자신들이 무슨 내용을 쓰고 있는가를 정확히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자기계발서적이라는 장르에서 보자면 이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무엇을 이야기하자는 것인지는 잘 알겠는데, 다른 책들과 비교하자면 표현이나 예시라든가 하는 것들을 통해 전달하려는 방식이 거기가 거기어서 딱히 인상에 남는 책들을 만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 책은 인상에 남도록 메시지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쓰고 있으니, 독자들에게 책을 통해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차원에서 저자들 스스로 시험에 들게 하는 처사였으리라.

그런데 그런 시험무대에 선 이들의 결과물은 학교나 학원에서 학생들 머리에 쏙쏙 스며들도록 잘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연상될 만큼 잘 써졌다.

이들이 우선적으로 책을 통해 내세우는 메시지 창조의 법칙은 “단순성, 의외성, 구체성, 신뢰성, 감성, 스토리”다. 이 여섯 가지 법칙들을 보자면 솔직히 누구나 이미 듣고 보았을만한 법칙들이기는 하다. 분야를 막론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들은 이 여섯 가지 법칙들이 가지고 있는 영어단어의 앞머리를 따내어 시작부터 ‘SUCCESs(tick)'라는 이해하기 쉬운 조합을 만들어내 독자들에게 내놓는다.

이렇게 시작부터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강하고도 간단명료하게 기억될만한 메시지를 제시하며 저 법칙들 하나하나를 화두로 설명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분야는 물론 광고다.

상업을 위한 것이든 공익을 위한 것이든 말이다.

그래서 일반인들에게는 그다지 마음에 확 닿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잠시 언급되듯 메시지는 동기부여의 원천으로도 사용되어 질 수 있다. 그 점에서 이 책은 독자에게 말하고 쓰는 감각적인 차원을 끌어 올리고 싶다는 차원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개인의 창조성과 연결될 것이다. 물론 종국에 그것은 자기표현이란 것으로 귀결됨은 두 말 할 나위도 없다. 이 책의 활용도를 넓게 생각하고 접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