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천재 예술가라 불리는 ‘데라야마 슈지’의 여러 글들을 모아 놓은 책.
솔직히 고백컨대 리뷰를 쓰다 지우다 몇 번을 반복했다.
책을 읽는 동안 표현의 자유를 만끽하며 만든 그의 문학, 연극, 영화를 아우른 설명 및 사상 속에서 딱 예술가 타입이라는 빛을 보았으나, 어쩐 일인지 책 말미에 가서 ‘그도 사람’이라는 생각에 그만의 특별함이 보편성으로 편입되어져 내가 이 책에 대해, 혹은 그에 대해 가타부타 할 마음이 비워져 버렸음을 알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그것을 극복해 보고자 책에 소개되어 나온 그의 사이트에도 들어가 보며 좀 더 그에 대해 들여다보기도 했으나 그 마음이 쉽게 채워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그, 혹은 이 책에 대한 호불호의 감정에 관한 것이 아니다.
좀 더 사실적으로 말하자면 그에 대한 연민의 마음에 관한 것이다.
나의 그러한 마음은 ‘그도 사람’이라는 말에 담겨져 있기도 하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행동을 촉구하고 일탈을 권하다 못해 그는 ‘자살학 입문’이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그 만큼 자유의 극치를 표방한 것이다. 물론 그는 자살하지 않았다. 병사했다. 하지만 책에 나온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가 그에 대해 쓴 글을 보면 그의 죽음은 자살이라고 해야 할지 모른다는 의견이 있는데, 나 또한 동감한다.
그리고 나의 그에 대한 연민도 거기에서 시작된다.
자유스럽게 살았고, 그것을 예술로도 승화시키며 살았지만 결국 죽음 앞에서조차 그 자신의 예술 활동을 포기하지 않을 자유를 누리기 위해 죽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
그러면서 전쟁의 시기에 태어나 알코올 중독으로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생활고로 어머니와도 떨어져 지내며, 9세 때부터 자취생활을 하며, 동시에 그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소년의 모습이 떠올려지기도 한다.
책에서 그가 표현하는 자유스런 사색에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정확한 나의 느낌은 슬픈 카타르시스였다.
그리고 내가 리뷰를 쓰지 못하겠다는 이유도 바로 그 느낌 때문이기도 하다.
또, 책에서 인용문을 옮겨가며 그가 의미하는 대로 ‘인생 뭐 있어! 이렇게도 살아보자!’ 식의 리뷰로도 쓸 수 있겠지만 이렇게 말만 옮기는 것 자체로도 이미 책 제목과는 달리 능동이 아닌 수동적인 느낌이 들뿐더러,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그의 자유는 스스로 원해서 체득 한 것이 아닌 운명이었다는 생각 때문인지 치열하게 산 타인의 운명이 바탕 되어진 글을 가지고 자칫 우리가 평소 느끼는 불만족스러운 자신의 삶을 위한 오락거리로 이용하기를 권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양심의 문제도 거기에 한 몫을 더한다.
차라리 그런 것을 스스로 체득하기를 원한다면 나 또한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그가 젊은 시절 읽고 영향을 받았으며 이 책의 제목과도 연관이 있는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을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든다.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우연히 알게 되면서 책 제목에 이끌려 구입하여 읽은 이 책은 미묘하게도 그렇게 왠지 사람이 아닌 내 만족에만 관심을 두고 무언가를 선택하는 나 자신을 타이르는 듯한 느낌까지 주었다. 아무래도 그것은 그의 주장과 작품 등 눈에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그에 대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인 듯 하다. 거기엔 이 책이 그만큼 책 제목이 제시하는 것 이외의 다른 방향들도 많이 보여주는 탓도 있지만 그 동안 많은 책을 읽으면서 이런 느낌을 가져보기는 처음인 듯 하다.
이것은 책과도 상관없고, 앞서 얼추 비췄듯 개인적인 사념이기에 구구절절이 여기에 쓸 필요는 없을 듯 하여 생략하지만 아무튼 리뷰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좋은 경험을 했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