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

1988년 스물세 살에 노래를 시작했다. 데뷔 후, 20여 년 동안 800회가 넘는 공연을 했다. 러닝타임 2시간 30분짜리 공연을 하루에 두 번 하는 날에는 작은 산소통을 준비하고 리허설을 포함애 10시간 이상 노래한다. 기억 속으로, 어떤 그리움, 애인...있어요, 헤어지는 중입니다 등 시간을 뛰어넘어 오래도록 사랑받는 노래들을 불렀다.   

 

내가 가수 이은미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건 2002년 대학교 1학년 축제때였다. "이번 축제 때 이은미 온데. 신발도 안신고 맨발로 노래 한다던데?" 그땐 이은미에게 관심을 가졌다기 보단 맨발로 노래 하는 가수라는 말에 흥미를 가졌던 것 같다. 그때 내가 알고 있는 노래는 '기억속으로' 뿐. 당시 20살의 어린나이였지만 자유롭게 노래하는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그러다 내 머릿속에서 몇 년간 잊혀졌지만 2008년 12월 31일 연말 콘서트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기억속으로, 어떤 그리움, 애인...있어요 3곡 말고는 아는 노래가 없었지만 라이브로 들어보고 싶어서 찾아간 공연. 내 생애 최고의 콘서트였다고 말할 정도로 좋았던 공연이다. 락앤롤 메들리로 시작해서 리메이크앨범의 곡들, abba 메들리, 그리고 내가 알고 있던 3곡의 노래.. 친구와 함께 2시간 반동안 흠뻑 취해 콘서트를 즐겼었다. 그만큼 좋았던 공연이였기에 이은미의 책을 만날수 있다는 것에 더 없이 설레였다.

 

이 책은 가수 이은미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여 년 동안 가수로 활동하면서 겪었던 일들, 음악과 함께 살아온 자신의 지난 삶에 대한 내용들로 꾸며져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가수 이은미를 좀 더 이해하고 그녀의 노래를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출 퇴근 길에 항상 함께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우연의 조각들이 모여 운명을 만든다고 한다.

우연히 시작한 음악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을 보면

한편의 기묘한 이야기가 따로 없다.

무수한 우연과 행운에 나는 늘 감사한다.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P.13

 

 

가수가 꿈이었나요?

그녀의 꿈은 가수가 아닌 특수학교 교사가 되는 것이였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그 꿈을 포기하게 된다. 그 당시 그녀에게는 음악이 유일한 위로였기에 공연장을 자주 찾았고, 신촌 라이브 카페에서의 인연으로 가수의 길을 걷게 된다. 1992년 1집 기억 속으로, 1993년 2집 어떤 그리움. 두 앨범을 성공 시켰으나 3집을 준비하는 중에 음반 제작자의 배신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그녀 주위에는 힘이 되는 소중한 분들이 많았기에 다시 일어서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꾸준한 사랑을 받으면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 나가고 있다.

 

'음악 말고 뭘 하지?'

나는 지금껏 이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럴 시간에 음악적 고민을 한다.

그렇게 살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면 좋겠다.

내게 음악으로 바라보는 세상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p.70

 

 

맨발의 디바

어느날 무대에 오르기 전 최악의 컨디션으로 고생하고 있던 이은미는 문득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짙은 화장과 화려한 옷과 악세사리, 그리고 높은 힐이 자신을 옥죄고 있는 느낌이였다고.. 겉추장스러운 모든것을 다 벗어던지도 무대에 올라갔고 마음이 편한 상태에서 노래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때 이후 이은미는 맨발로 노래를 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팬들은 '맨발의 디바'라고 부르고 있다.

 

모든 팬들의 바램이겠지만 이은미의 꾸밈없는 모습과 당당하고 자유롭게 노래하는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08년 이후 이은미의 콘서트를 찾아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꼭 그때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

 

만화책을 즐겨 읽진 않지만, 다니구치 지로의 <창공>은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만화라서 빨리 볼수 있었고, 모든 책이 그렇겠지만 창공은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멈출 수가 없었다.

 

다니구치 지로

<창공>으로 2008년 이탈리아 로민스 최고상의 받았다. 작품 전체를 일고나하는 감성적 터치와 독특한 정서는 그가 고집스러운 장인 정신으로 정교하게 그려낸 그림의 디테일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감동적인 서사를 구성하는 그의 뛰어난 재능과 사실성을 담보하는 그림의 완성도는 만화작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도 훌륭한 교재가 될 것이다.

 

열일곱 살 타쿠야의 모터사이클과 마흔두 살 쿠보타의 차가 충돌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랐지만 새엄마를 맞이한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해 부모와 소통을 단절한 오노테라 타쿠야. 그리고 정리해고의 부담감과 과로, 자신의 삶에 지쳐버린 쿠보타 카즈히로. 교통사고로 두 사람은 혼수 상태에 빠지게 된다. 가족을 위해 회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쿠보타는 가족들을 두고 떠나지 못하고, 삶에 대한 후회와 간절함으로 인해 타쿠야의 몸을 빌려 깨어나게 된다. 

 

영혼은 쿠보타지만 몸은 타쿠야인 믿기 힘든 상황이 일어난다. 타쿠야의 몸을 빌린 쿠보타는 가족들에게 못다한 이야기를 하려 하지만 쿠보타의 가족들은 믿으려 하지 않는다. 쿠보타의 어린 딸과 함께 키우던 강아지가 느낌으로 쿠보타인 것을 알아 본다. 

 

잊지 않을게

쿠보타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되고 아내와 딸에게 살아 생전 하지 못했던 행복한 시간을 함께 한다. 영원히 함께 할순 없지만 그 시간 만큼은 정말 행복하게 보냈던 쿠보타를 보면서 나도 함께 웃고 있었다. 그리고 타쿠야의 영혼은 자기 몸속에 있는 쿠보타의 의식을 들여다보면서 가족들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되고, 새엄마에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가족 간의 소통이 거의 없는 가정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부모 자식 간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살고 있으면서 개인주의가 짙어진 요즘 만화책 <창공>은 '가족애'를 잘 표현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이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항상 행복을 만들어주고, 웃게 해주는 우리 가족에게 너무 감사한다.

 

다니구치 지로는 처음 만난 작가지만 그의 작품을 통해서 가족의 따뜻함과 소중함을 느낄수 있었다. 다른 작품도 만나보고 싶다. 이 책은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과 행복을 느끼고 싶은 모든 분들께 추천한다.

 

내가 미실을 처음 만난것은 2009년에 방송되었던 드라마 '선덕여왕' 속에서다. 그래서인지 '미실'이라는 책 제목을 보았을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도 배우 고현정이였으니 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 그녀에게 빠져들어 드라마를 봤던 기억을 되살려 책을 읽기 시작했다. <미실>은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으로 당시 20만부 이상이 판매되었던 베스트셀러였다. 7년이 지난 2012년에 새로이 복원하여 무삭제 개정판을 펴내게 되었다. 전판을 읽어보지 못해 어디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원고지 150매 분량이 추가 되었고 120여개의 각주를 되살렸으며 등장 인물을 관계도를 그려넣어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매끄럽게 읽을 수 있었다.

 

미실 [美室]

1989년에 출현한 필사본 <화랑세기>에 전하는 신라시대의 여인으로서 왕실과 화랑제도의 원화들을 두루 휘하에 두고 임금 이상으로 신라의 권력을 장악하였던 인물로 묘사된다.  (네이버 백과사전)

 

색공지신(色供之臣)의 혈통으로 태어난 미실은 외조모 옥진의 가르침을 통해 색공뿐만 아니라 사람을 다스리는 법 등 다양한 것들을 배우며 성장했다. 작가는 미실이 색(色)으로 기회를 얻고 권력을 장악해가는 모습들을 저속하지 않으면서도 파격적으로 묘사를 해놓았다.

 

미실이 열네살이 되었을때 진흥왕의 이복동생 세종의 눈에 들어 입궁을 하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권력 다툼으로 인해 쫓겨나게 된다. 그러다 5대 풍월주 사다함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되었으나 자신의 혈통 본분으로 인해 어쩔수 없는 이별을 하고 만다. 사랑하는 사다함이 죽었다는 소식에 미실은 진흥왕의 후궁이 되어 권력을 장악하는 여인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후 동륜태자, 금륜태자(진지제), 진평제에게 색공지신 역할을 하였고 설원랑과도 사통하며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된다. 그중 진지제와의 사이에서는 자녀를 생산하지 못했다.

 

 

사랑을 바라면 그의 입에서 사랑한다는 말이 새어 나오게 해야 한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상대가 먼저 그것을 알아차리고 건네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의 진정을 향해 다가가는 경로부터 밝혀내야 한다.

...p230

 

책에서 만난 미실은 드라마 속에서만 봐왔던 여인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신라시대 최고의 여인이지만, 색공지신 혈통으로 태어나 색으로 남자를 받들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운명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러나 미실은 색공지신에 거치지 않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래서 어쩌면 더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매료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시대에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신라시대를 다시 한번 알게 해주는, 미실을 통해 여성의 힘을 느낄수 있는 책이였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보는 미실이 아닌, 미실 그 자체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보길 바란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