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거 아니?

지금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거..

그러니까 한번뿐인 인생을 마음껏 즐겨!! 

지금 이 순간이 너의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는 걸 기억하라구." 

 

4년 전 쯤, 내가 직장 문제와 남자친구와의 관계로 많이 힘들어 했을 때 친한 언니가 해준 말이다. <오늘은, 내 생애 가장 젊은 날> 이란 제목을 봤을 때 자신의 인생을 마음껏 즐기고 있는 그 언니가 생각이 났다. 지금도 가슴 한켠에 너무나 소중한 그 말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나에게는 더 가깝게 다가온 이 책 속에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지 설레이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다.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발견한 소박한 삶의 모습들을 담고 있다. 어쩌면 스쳐지나 갈 수 있는 사람들일지도 모르지만 저자는 그분들의 모습을 23가지 이야기로 담아 꿈과 희망, 그리고 행복을 그려내고 있었다. 오늘과는 좀더 다른 내일을 위해 살아가는 모습에 행복하기도 했고 나도 함께 울기도 했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 4월 23일

마누라 생일 2월 17일

경비 아저씨의 낡은 수첩 속에 쓰여져 있는 메모다. 저자는 우연히 그 수첩 속에 적혀있는 메모들을 보게 되었고 그 속에는 하루 일과뿐만 아니라 아저씨의 삶과 인생에 대해 적혀 있었다. 아저씨의 경비 마지막 날 메모하는 이유를 듣게 되었다. 치매라는 사실을.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기억이 사라질까봐 중요한 일들은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이렇게 메모했던 것이다.

"내게 주어지는 하루를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로 여기기로 했지. 다만 결심을 했다네. 다른 건 다 잊어도 아내 생일과 결혼 기념일 같은 소중한 것들은 절대로 잊지 말자고..." (P.19)

 

 

우리 인생에서 첫 행운은 무엇일까? 그 동안 생각지도 못하고 살아온 나에게 저자의 말이 가슴 속 깊이 새겨졌다. 어머니란 존재..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 어머니를 만나지만 지극히 당연한 일로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깐.

어머니란 존재는 어쩌면 잉태와 출산이라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 마침내 미천한 생명으로 탄생한 우리에게,

신이 선사하는 첫 번째 행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들 대부분은 그러한 진리를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간다.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도...(P.47)

 

 

두 소녀는 기뿜의 눈물을 흘렸다. 얼굴에 새겨진 주름에서 세월의 흔적을 확인했다.(P.77)

예전에 어머니의 학창 시절의 친구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친구들과 연락은 하냐고, 보고 싶지 않냐고. 하지만 시집 오고 난 뒤 연락은 다 끊겼다고 하시면서 친구들과의 추억이 담겨있는 빛바랜 사진 몇장을 보여주셨다. 지금처럼 인터넷, 휴대폰 같은 통신이 발전하기 전인 어머니 세대들은 아마 대부분 그럴 것이다. 얼마나 그리우실까.. 더 늦기전에 나도 저자처럼 어머니의 친구분들을 찾아보고 추억을 나눌수 있는 시간을 드리고 싶다.

 

 

이야기 하나 하나가 내 가슴 속을 파고 들었다.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도 예전엔 간절한 꿈이 있었는데 그 꿈을 잊어버리고 너무 현실에 안주하며 살았던 건 아닌지, 행복을 쫓으면서도 가까이 있는 작은 행복들은 무시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반성해본다. 미래도 중요하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오늘은, 내 생애 가장 젊은 날이니깐..^^

 

 

2011년 10월, 날씨 좋은 가을날 일본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후쿠오카, 나가사키, 유후인이 있는 북큐슈 지역을 여행했었다. 3박 4일의 짧은 여행이였지만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일본에 대한 고정관념들을 버릴수 있었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여행하리라 마음 먹었었다. 그리고 2012년 봄, 오사카, 교토 지역을 여행하기 위해 알아보고 있을 쯔음 <시크릿 KYOTO> 라는 앙증맞은 책을 만나게 되었다. 깜찍한 고양의 뒷모습에 설레임과 함께 책장을 펼쳤고, 책장을 덮은 지금은 이 책을 옆에 끼고 여유롭게 여행하고 있는 모습의 나를 상상하고 있다.

 

이 책을 쓴 작가와 쿄토와의 만남은 삶에 무료함의 느끼던 20대 중반에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덜컥 합격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처음 도쿄를 찾은 작가는 여유롭고 고풍스러운 도시와 곧바로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낭만적인 교토라이프가 시작되었다.

 

 

돌이켜 보면, 교토에서의 지난 몇 년이 제 인생에 있어 가장 감성적이고 여유로웠던 시간이었습니다.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봄날 오후 벚꽃이 흐드러진 집 근처 철학의 길을 산책하고,

자전거를 타고 가모가와 델타로 가 친구들과 편의점 도시락으로 피크닉을 즐겼으며,

더운 여름날 밤 본토초의 가와유카에 앉아 유학생으로서는

분에 넘치는 사치를 부려 보기도 했던 시간들이

이제는 꿈만 같습니다.

P.8 ...작가의 말

 

 

20대 중반에 그런 결심을 할수 있었던 작가가 부럽기도 하다. 난 그때도 지금도 용기가 없기에 짧은 여행으로나마 스스로에게 위안을 하고 있다.

 

시크릿 KYOTO는 현지인들만 알수 있다는 골목골목 숨겨진 명소들 250곳을 소개하고 있다. 명소들마다 가는방법, 오픈시간, 전화번호, 입장료, 지도에 자세한 위치와 추천 루트까지 표기되어 있어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끔 설명되어 있다. 거의 모든 여행 서적에서 볼수 있는 출입국 기초 정보, 대중교통 이용하는 법, 스마트폰 앱 이용 정보, 숙소 정보, 간단한 일본어 회화 등이 수록되어 있어서 이 책 한권만으로 걱정없이 교토 여행을 할 수 있을것 같다.

 

오사카&교토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고, 3박 4일중 교토는 달랑 하루를 잡아 놓았었다. 제대로 된 교토를 여행하고 느끼고 싶다면 3박 4일간 교토만을 여행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일어나서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강가를 산책하고, 오래된 신사에 가서 소원을 빌고, 책에 소개된 음식점들 중 한 곳을 골라 맛있는 음식도 먹고, 보기만 해도 아까운 이쁜 디저트도 먹어보고, 별들이 소곤대는 교토의 밤에는 바에서 즐기는 칵테일 한잔의 여유까지..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관광지만 찾아다니는 빡빡한 여행이 아닌, 그 곳을 즐기고 마음에 담을 수 있는 그런 여행을 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도 좋겠지만 혼자만의 여행도 더 없이 좋을 것 같다. 카메라를 둘러 메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크릿 KYOTO>와 함께 여행을 떠나보자.

 

 

'혼자 살다 갈수도 있겠구나...'

이 말이 왜 이렇게 와닿았는지, 항상 공감되는 내용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서나래씨를 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나보다. 책 표지부터 공감되는 글귀로 혼자 살며시 웃다가 책장을 넘겼다. 내가 <낢이 사는 이야기>를 처음 만난건 몇년 전 인터넷 웹툰을 통해서이다. 정감가는 아이 낢과 함께 재미있는 글로 내 마음을 사로 잡아 한동안 웹툰에 빠져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후 내 머리속에서 잠시 잊혀졌었지만 이번에 이렇게 만나게 되니 더욱 반가웠다. 

 

낢이 사는 이야기는 7년째 연재되고 있고, 책도 2006년부터 지금까지 8권 가량 나왔다. 가족, 친구, 애완동물, 직장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을 담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듯 하다. 서나래씨를 검색해보니 나와 같은 서른, 동갑이라는 이유로 낢이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이야기는 뒷짐 진 듯 차분차분, 혼자 살다 갈 수도 있겠구나, 우리네 삶은 모두 고단하다, 대충 살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총 4파트로 나누어져있다. 

 

아무리 성실한 피고용인이라 할지라도 업무 시간에 딴짓을 할 때가 있는데,

초반에는 이렇게 가끔 딴짓을 하다가 걸리곤 했다.

하지만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기 때문에 신기했는데

알고 보니 기술적으로 하고 있었다.

나는 선조들의 지혜를 본받아 모니터에 작은 백미러를 달았다.

P.25~32... 피고용인은 즐겁다

 

나도 직장인이라서 그런지 가장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직장인이라면 모두가 공감하지 않을까? 하루 8시간을 어떻게 일만 하고 보낼수 있단 말인가. 물론 본인에게 주어진 일은 끝내놓고 남은 시간에 놀아야 하지만 말이다. 알트탭을 누르는 신공은 다들 써보았을 것이고 나는 지금도 잘 쓰고 있다. (사장님께서 이 글을 읽을리는 없겠지?)

 

어느날,

아는분께서 달팽이를 입양 보내신다 하여 한 마리 데려오게 되었다.

달팽이는 뒷부분이 둥그렇게 되어있고 말랑말랑한 모양이니깐..

둥글레씨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지인의 말씀에 의하면,

둥글레씨는 식용이었습니다.

P. 41~47... 달팽이

 

낢이 사는 이야기의 또 하나의 재미. 달팽이 둥글레씨가 커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 달팽이 이야기가 나왔을때 정말 작은 달팽이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둥글레씨는 크면 먹을수 있는 식용이였고 식용으로 이용할 경우 손질 방법까지 설명되어 있다. 친구에게 식용이라는 말을 듣고 '싫어어어어!!' 하면서 뛰쳐나가는 낢의 표정을 상상하니 너무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4달 후의 둥글레씨의 모습. 아무리 식용이라지만 작고 연약해보이던 달팽이가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 2011년 8월 모습이니깐 지금쯤 둥글레씨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아직 살아 있겠지?

 

평범한 일상을 담고 있어서, 나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런 평범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을 한 적이 많았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겪고 있는 평범한 현실속에서도 재미를 찾을수 있게 해준 낢 서나래씨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낢의 이야기를 앞으로도 계속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