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이방인의 눈에 비친 조선의 모습은 어땠을까.
그 이방인, 엘리자베스 키스는 마침 화가이다.
그림으로, 목판화로 자신이 보고 느낀 것들을 자세하게 남겨놓았고,
후대에 재미 학자에 의해 수집되어 마침내 우리에게 오게 되었다.
책 초반에는 한복의 오방색의 아름다운 조화가 펼쳐진다.
그림의 모델들도 그렇지만,
채색 목판화라는 것이 윤택하고 세련되고 단아한 느낌이다.
책 한 장 넘길 때 마다 한 편의 그림을 소개하고,
<초정리편지>의 작가 배유안이 그와 연관된 우리 문화와 정서를 설명해준다.
작가는 그림을 자세히 보도록 이끌어주고,
그림 속에 미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도 생각하도록 확장시켜준다.
그림을 보며, 읽으며,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 한 꼭지를 살짝 해준다.
이를테면 한낮의 한옥 마루 풍경이면, 부엌에서는 아낙이 일하고 있고,
넓은 마당엔 한가로이 닭들이 있을거라는 식이다.
여름, 뜨거운 햇빛이 마당에 내리쬐고 있지만,
사랑방문도 열어놓고 뒤꼍으로 난 창문도 열어놓아
시원한 바람이 이는 듯 어느새 그림에 공감할 수 있었다.
아마도 우리의 문화,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에
금새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엘리자베스의 작품과 글을 통해 근대 조선의 풍속과 문화 뿐만 아니라,
조선의 식민지 상황과 일제의 착취에 따른 사람들의 근심과 애환까지도 엿보인다.
또한 엘리자베스의 조선과 조선 사람에 대한 은근한 애정까지도 확연히 알 수 있다.
풍경, 노인, 여자들, 아이들, 일하는 모습, 결혼이나 굿 등
여러 모습을 담았지만, 특히 엘리자베스는 조선 여자들의 조용하고 순종하는 모습 이외에
강인한 모습에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여인들도 역시 늘 자세가 반듯하고 기품이 있다.
90여년의 세월을 지나 영국 여인의 그림을 통해 만난 조선의 여인들의 그 뒷모습이
얼마나 나를 감동시키는지......
책 한 권을 단숨에 읽고나서도 우리의 옛 모습과 풍속, 이방인의 시각, 시대상황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폭되었다.
그 관심은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 1920～1940>로 해결해야 할 것 같다.
어린이책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 그림에서 우리 문화찾기>는
어린이를 위한 회화 감상과 우리 문화 습득이라는 두가지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초등 3학년~5학년 사회 공부에도 실제적인 도움이 된다.
글을 읽는 대상은 초등 3학년 정도가 딱이다.
그림은 예외이지만.
덧붙여서, 책에 나오는 열 두 그림을 엮어 만든 2009년도 달력까지 함께 왔는데,
참 맘에 듭니다.
영국화가엘리자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