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지하철을 이용할때면 스크린도어에 새겨진 지하철 시들이 눈에 띈다. 그날 힘들었거나 기분이 좋지 않았거나 했을때에는 그 시들이 날 위안해주러 다가오기도 하고 공감해주기도 하며 나를 다시 비춰준다. 어떨때는 정말 우두커니 시에 반해 몇번이고 그 자리에서 시를 읽어내려간 적도 있다. 자살방지용으로 생겨난 스크린 도어에 그런 희망의 시들이 새겨졌고 그 시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삭막한 지하철에서도 조금이나마 온기를 느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도 내가 알고 있던 시들이 있을까? 그때 그곳에서 느꼈던 느낌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걸면서 한줄 한줄 읽어내려갔다. 어떨때는 지하철을 타면서 읽을때도 있었는데 지하철안에서 지하철 시집을 읽는다는 게 뭔가 색다른 기분이기도 했다.
시집의 주제가 희망의 레시피라서 그런지 희망과 일상을 노래한 시가 많았다. 어려운 내용과 이해하기 힘든 시들보다는 가볍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시들이 대부분이었다. 솔직히 지하철 시집이라고 해서 별로 기대를 안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한장 한장 펼칠때마다 예쁜 사진들과 디자인들이 시를 읽는 재미를 더해 주었다.
그중 기억에 남았던 시는 <사랑의 물리학> 이라는 시였는데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하는 문장으로 시작하면서 '그 조그마한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라고 표현하였는데 사랑을 물리학의 관점에서 표현한 게 너무 재밌었고 결국에는 사랑의 힘은 과학의 계산으로 들어맞지 않다. 라고 얘기하는데 이를 얘기하는 작가의 표현이 너무 순수하면서도 새로웠다.
또 <등>이라는 시에서 작가는
'시원하게 긁고 싶지만, 손이 닿지 않는곳
그곳은 내 몸에서 가장 반대편에 있는 곳
신은 내 몸에 내가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을 만드셨다 '
중략
'나의 배후에는
나의 정면과 한번도 마주보지 못하는
내가 살고있다. '
라고 표현했는데 새삼 내 몸에 있는 등이라는 존재가 손이 닿을 수 없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담은 영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했다.
또 <봄> 이라는 시중
'한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
만나고 싶었던 사람
그 사람 만나는 길목에서 봄이온다 '라는 표현이 너무 산뜻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에서 설레여 하는 순수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 나도 그런 때를 떠올려보기도 했다.
지하철에 있는 시들은 지하철에서도 감동을 주지만 시집을 읽으면서도 시집 한편 한편이 마음에 와닿았다. 이런 시집이 꾸준히 발간되어 사람들에게 희망과 삶의 여유를 줄 수 있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