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시집1권 희망의 레시피에 이어 2권 사랑의 레시피가 나왔다. 이번주제는 사랑이라 더 기대를 갖고 보게 되었다. 이 시집 시리즈는 디자인도 너무 깔끔하게 잘 되있어서 한장 한장 넘기는 재미가 있고 보는 내내 너무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한번 읽고 나서 또 다시 꺼내보고 여러 차례 읽은 시들을 또 있고 하다보면 처음에는 눈길 조차 가지 않았던 시들 조차 새롭게 들어왔다.
처음에 맘에 드는 시들을 표시해 놓고 친구에게도 읽어보라고 권하였다. 근데 친구가 맘에 든다고 시를 권해주었는데 그 시는 표시해 두지 않았지만 정말 좋은시였다. 간단한 시였는데 읽으면 읽으수록 마음에 들어오고 생각을 해보게 하는 시였다. 어떻게 이런 시를 놓치고 지나갔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좀 신기하기도 했다. 시집을 나혼자 읽었는 때도 좋은 감정을 느낄 수 있지만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서 같이 공감하면서 얘기할 때 내가 놓쳤던 시들까지 여러 시선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그래서 더 놓친 시들이 있을까 여러번 다시 시집을 들춰볼 때마다 숨겨져 왔던 시들이 콕콕 튀어나왔다. 한번 읽었을 때 보다 두번읽었을 때가 좋고 자꾸자꾸 멍하니 그 시들을 들여다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머리카락이 날렸습니다
붉은 마음이 들켰습니다
그녀가 나를 죽였습니다
숨바꼭질/이진흥
간결하면서도 끝문장이 너무 날카롭다. 그녀가 나를 죽였다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움직이면 죽는 게임이지만 '그녀가 나를 죽였습니다'라는 문장에선 무언가 날카로운 슬픔이 느껴진다. 붉은마음을 들킨 후 그녀에게 죽임을 당한다라...? 이 시를 sns 에 올렸는데 한 친구가 이 시를 보고는 '혹시 이 작가 바람핀 거 아니야?' 라고 물었다. 머리카락이 날리는 것은 바람때문이고 붉은마음이 다른 사람을 향한 마음이라 그녀가 나를 죽였을지도? 라고 얘기하는데 정말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읽어보면 볼수록 작가의 마음이 무언지 아리송해졌다. 또 무궁화 꽃이 놀이인데 숨바꼭질이라고 제목을 지은것도 좀 의문이었다. 숨바꼭질 .. 숨는다... 숨는다...읽으면 읽을수록 아리송해지는 시였다.
너무 멀리 가지 말아라
내 마음 따라가기 힘들다
그렇다고 침묵은 말아라
네 마음 따라가기 더욱 힘들다
종소리 /권갑정
이게 바로 친구가 발견해준 시이다. 처음에는 그냥 단순하다고 느껴서 그냥 지나쳤나...했는데 천천히 읽어보면 읽을수록 매력적인 시였다. 사람의 마음을 종소리에 비유한 것도 그렇고 너무 멀리 가지도 말고 침묵하지도 말아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또한 그 소리를 따라가는 내 마음을 비유한 것도 좋았다. 소위 연애를 하게 되면 밀당이라는 걸 하는데 아마 이 시의 화자는 밀당하는 그/그녀 를 야속해하면서 따라가기 힘든 마음을 내비췄지 않았을까..생각해본다. 연애를 하면서 사소한 그/그녀의 연락 하나에도 안절부절 못하는 화자의 마음이 떠오르면서 내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이 항상 그 자리에 똑같이 있어줬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는 게 또 사람 마음이니... 정말 따라갈래야 따라갈수 없는 종소리와 같다.
이 시들 말고도 좋은 시들이 정말 많았는데 다 적지 못해 아쉽고 이 시집을 펼쳐질때 마다 사랑시들에 가슴이 정말 뭉클해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꼭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처럼 공감도 했다가 아려지기도 했다가 다시금 펼쳐들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 마음이 어떻게 이렇게 다르고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는지 놀랍기도 하면서 그런 사랑의 감정에 물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