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30일 스웨덴 파로 섬에 있는 자택에서 89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한 ‘실존주의 영화의 거장’ 잉마르 베리만의 회고전이 열린다.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하이퍼텍나다는 오늘 8월8일부터 14일까지 잉마르 베리만의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베리만 감독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1950년대부터 70년대 작품을 위주로 [한여름밤의 미소], [제 7의 봉인], [산딸기], [처녀의 샘], [어두운 유리를 통해], [외침과 속삭임], [가을 소나타] 등 총 7편의 작품이 소개된다. 한편 서울상영에 이어 부산, 대구, 광주, 인천 등 지방 영화관에서도 9월까지 순회하며 열릴 예정이다.
1918년 스웨덴 웁살라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베리만은 1946년 [위기]를 통해 데뷔했다. 1955년 [한 여름밤의 미소]가 칸 영화제에 출품되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2년 뒤 베리만은 세계적인 스타 감독으로 발돋움한다. 그는 영화 [제7의 봉인]에서 신의 존재에 의문을 제기하고 죽음과 맞대결을 선언하면서 영화가 철학적 사유의 매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어 1958년에는 인간의 죽음을 초현실주의적 기법으로 다룬 [산딸기]로 칸 영화제 감독상,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 전미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 등 국제 영화상을 휩쓸었다.
이후 [페르소나](1965), [화니와 알렉산더](1982) 등의 작품을 통해 근대연극 사실주의의 부활과 북유럽의 신비주의, 그리고 전후세대의 실존주의가 포괄되어 있는 다층적 영화 철학의 미학을 선보이며 현대 예술영화의 원류로 추앙 받고 있다.
이번 회고전에 상영되는 영화의 자세한 정보는 다음과 같다.
1. [한 여름 밤의 미소](Smile of Summer Night| 1955 | 108min | B&W |)
- 1956년 칸느영화제 시적 유머상 수상/ 보딜영화제 보딜상 최고 유럽영화
변호사인 프레드릭은 어린 아내와 플라토닉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아내와의 문제가 생길 때마다 옛 연인인 데지레를 찾던 그는, 우연히 데지레의 집에서 그녀의 현재 애인 말콤 백작을 만나게 된다. 1900년대의 스웨덴을 배경으로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각색한 작품으로 베리만 초기작품의 성향인 남녀관계에 대한 통속적인 멜로드라마다. 다소 코믹적인 사랑이야기를 연극적 요소로서 표현한 작품으로 캐릭터에 대한 아이러니컬한 묘사와 은근한 유머감각이 잘 드러나 있다.
2. [제 7의 봉인](The Seventh Seal | 1957 | 105min | B&W |)
-1957년 칸느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이탈리아 내셔널 시디케이트 실버 리본상 / 최우수 외국영화감독상
십자군 전쟁 후 흑사병으로 죽음의 땅이 되어 있는 고향 스웨덴으로 돌아온 블로크는 ‘죽음’의 방문을 받는다. 자신을 ‘죽음’이라고 소개하는 그에게 블로크는 체스 내기를 제안한다. 승산이 없는 내기에서 블로크가 진정 원하는 것은 이로 말미암아 신으로부터 구원의 확신을 얻는 것이다. 신과 인간, 구원이라는 신학적 질문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베리만은 24시간 동안 절망과 환멸 앞에 놓여있는 인간의 상황을 짙은 북구의 니힐리즘으로 흑백화면에 격조 높게 담고 있다.
3. [산딸기](Wild Strawberries| 1957 | 90min | B&W |)
-1957년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 / 보딜영화제 보딜 최고 유럽영화상 / 미국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영화상
이삭은 명예학위를 받으러 룬드로 여행을 떠난다. 남편 에발트와 떨어져 이삭의 집에 있던 며느리 마리안은 남편을 만나러 가기 위해 여행에 동행하고 이탈리아로 떠나는 3명의 젊은이가 합승을 한다. 그 여정의 와중에 이삭은 마리안을 통해 자기 아들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되고 사라를 통해 과거를 회상한다. 베리만 영화이 주요 모티브인 꿈이 등장, 계속되는 플레시백 효과를 차용함으로써 연극과 초현실주의적 양식 사이에 걸친 그만의 영화적 실험이 시도된 작품이다. 베르만은 이 영화를 통해 죽음에 대한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을 안고 있는 인간과 그것을 구원해줄 수 없는 신의 무기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4. [처녀의 샘](The Virgin Spring| 1960 | 89min | B&W |)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칸느영화제 특별상/ 미국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외딴 지역에 살면서 신을 충실히 믿는 부부와 사랑스러운 딸, 카린. 어느 날, 카린이 교회로 가는 길에 양치기들에게 강간을 당하고 살해된다. 카린을 따라나선 그녀의 하녀는 카린에 대한 질투심으로 이를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카린의 옷을 들고 도망친 양치기들은 카린의 집인 줄 모른 채 카린 부모의 농장에서 하룻밤을 머물게 된다. 베리만이 신학적 회의론에서 한 발 나아가 교회의 존재를 부정한 영화. 일상에 침투한 폭력에 신은 침묵할 뿐이며, 이에 대한 절망은 비극을 불러일으킨다.
5. [어두운 유리를 통해](Through a Glass Darkly| 1961 | 91min | B&W |)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베를린영화제 OCIC 상
작가인 아버지 다비드,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딸 카린과 그의 의사 남편, 그리고 그녀의 남동생 미누스. 가족이지만 이들은 서로에게 아무런 위안도 주지 못하는 사이다. 미누스와 카린은 연극을 통해 아버지의 냉혹함을 은유적으로 비난한다. 우연히 아버지의 일기를 보게 된 카린은 자신이 불치병이라는 사실을 냉정히 받아들이는 아버지의 글을 읽고 다시 정신분열증상을 보이고, 결국 남동생 미누스와 근친상간까지 저지르고 만다. 고립된 섬에서 한 가족의 삶을 24시간 동안 조명한 작품이다. 자연과 인간, 환상과 현실, 예술과 삶의 엄격한 대비를 통하여 인간이 꿈꾸는 완전한 일치란 존재하지 않음을 역설한다.
6. [외침과 속삭임](Cries and Whispers| 1972 | 91min | Color |)
-아카데미 촬영상/ 미국 영화비평가 모임NYFCC상 / 이탈리아 내셔널 시디케이트 실버 리본상, 최고 감독상
카린은 19세기 당시의 도덕적 가치관과 종교적 규율에 겉으로는 순응하지만 내적으로는 납득하지 못한다. 마리아는 아그네스의 투병은 뒷전이고 내연의 관계였던 가족 주치의의 차가워진 마음을 돌이키려 애쓰지만 실패하고 정에 굶주린 마음을 치유 받으려 하지만 기댈 곳이 없다. 병으로 딸을 잃은 하녀 안나는 아그네스의 고통과 슬픔을 이해하며 그녀의 간호에 최선을 다하지만 아그네스는 결국 죽고 만다. 베리만에게 여성 등장인물은 종종 인간 존재로 고통 받는 소외와 딜레마의 상징으로 중요하다. 이 영화에서 그는 4명의 여자를 통해 그들 사이에서 빚어지는 사랑과 삶의 형태를 보여주고 이들 주변의 남자가 그녀들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보여준다.
7. [가을 소나타](Autumn Sonata| 1978 | 97min | Color |)
-보딜영화제 최고 유럽 영화 보딜상/ 미국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영화상 & 최우수 여배우상
샤를로테는 국제적으로 명성 있는 피아니스트이다. 그녀에게는 두 딸 에바와 헬레나가 있다. 헬레나는 오랜 세월 동안 극심한 장애 상태이고, 맏이인 에바는 하나뿐인 자식을 익사사고로 잃은 바 있다. 7년 만에 재회한 엄마와 에바는 서로를 향한 애정을 표현하지만 곧 서로의 입을 통해 터져 나오는 잔인한 과거의 기억 앞에 발가벗겨지게 된다. 잉그리드 버그만의 유작. 베리만 초기 실내극 양식으로 귀환한 이 영화는 어머니의 세계로부터 고통 받는 딸을 통해 실존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