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의 그림만을 보고도 왜 이 책에 대해 무한한 신뢰가 느껴졌는지 모를 일입니다만 저는 이 책이 너무 따뜻한 책일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이가 개를 꼭 껴안고 있는 그림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저희 집 아이들의 소원 일순위가 바로 애완견을 키우는 것입니다.
제가 생명을 하나 더 책임지는 것이 너무 두렵고 버겁게 느껴지는 탓에 미루고 미루는 일이 되었지만 언젠가는 꼭 그 소원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표제작인 <사료를 드립니다>는 그런 의미에서도 저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소설이었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사는 아이들임에도 캐나다 유학길에 오른 장우와 장군이를 맡은 집에서 장군이의 사료를 받아 그걸로 생활을 유지해야하는 어린 아이들의 처지가 비교되니 마음이 너무 아프더군요.
장군이가 꼬마들의 새로운 가족이 된 모습을 보고 돌아서는 장우의 마음도 헤아리게 되었고, 새 주인이 된 꼬마들의 일기를 읽는 순간에도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오빠랑 장군이 운동 시킬라고 나갔는데 나쁜 오빠들이 우리를 때릴라고 했다.
장군이가 으르렁 으르렁했다.나쁜 오빠들이 겁 먹고 도망쳤다.
바보들 우리 장군이는 착한 장군인데, 장군이가 우리를 지켜조서 좋았다."
비록 장우는 사랑하는 장군이와 이별을 했지만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 아이들에게는 믿음직한 새 가족이 된 셈이니 이별이 마냥 불행한 일이지만은 않겠죠.
이별은 새로운 시작이 될 테니까 말입니다.
아이들이 장군이와 장우를 보면서 이별에 대처하는 법이나 이별의 새로운 의미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책은 표지의 그림 이야기인 <사료를 드립니다>외의 단편 소설이 4편이 더 실려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지만 어른이 읽어도 느끼는 바가 많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상 저학년보다는 고학년 아이들이 더 공감할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엄마가 모르는 우리 아이들만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한 가족이 모두 건조증에 걸린 <건조 주의보>도 참 독특한 이야기였습니다.
누나는 안구 건조증, 아빠는 피부 건조증, 엄마는 구강 건조증인데 나도 결국 마음 건조증에 걸렸으니 당당히 한 가족이 되었다는 마지막이 여운이 남더라고요.
엄마와 딸의 관계가 어쩌면 적나라하게 표현된 <조폭 모녀>도 또래 딸을 키우는 저에게 재미있는 소설이었고요.
나도 딸을 내 마음대로 하려들어 딸이 민지처럼 생각하고 있는건 아닌지 생각도 해 보았고요.
그 외의 이야기들도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