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열풍이 분 지는 꽤 됐다.

지방소도시인 우리 지역에도 풍광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인테리어가 꽤나 근사한 카페들이다.

술집이 많아지는 것보다는 카페가 늘어나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재미나고 행복한 일인지는 카페나들이를 선호하는 여성들이 특히나 공감할 것이다.

호수 주변에 자리한 대형카페들도 멋지지만, 골목골목에 숨겨둔 보석처럼 자리잡은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카페들은 또 얼마나 정감가고 반가운 존재들인지.

 

이십여년 전 그 때는 커피숍들이 카페라는 자리를 대신했다.

다양한 인테리어와 개성강한 분위기를 자랑했던 커피숍들은 만나는 사람에 따라 커피숍을 달리하며 만남을 갖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단골커피숍은 필수가 되기도 했다.

커피숍에서 좀 더 진화한 형태의 카페는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꼭 필요한 쉼터로서의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카페마스터인 지은이는 평소 커피를 좋아하고 요리를 좋아하여 카페를 여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서른 즈음에 새 삶을 계획은 그녀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인 서울 응봉동에 '봉봉'이라는 작은 카페를 열게 된다.

<카페 앳 홈>에 실린 레시피들은 그녀가 '봉봉'카페에서 제공하는 메뉴들을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이해하기 쉽게 소개해 놓은 카페요리책이라고 할 수 있다.

카페는 단순히 커피만을 다루는 곳이 아닌, 다양한 음료와 간단한 요리까지 곁들일 수 있는 곳이다.

이 책이 다른 음료레시피책과 구별되는 지점은 현장경험이 많은 저자의 노하우가 담긴 카페메뉴를 매우 편안하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기자기하고 산뜻한 요리도구들과 관련사진들은 당장 식탁에서 마주할것 만 같은 친근감이 매력적이며, 바로 그 점이 독자로 하여금 카페음료와 브런치 만들기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우리 집 냉동실에는 블루베리가 한 가득이다. 지난 대전 나들이길에 코스트코에서 사온 것인데, 내 요리법은 늘 간단하다.

우유한컵, 블루베리 한 줌, 그리고 설탕 한 스푼. 마지막으로 다 함께 믹서기로 갈기.

 

이 책에는 특히나 블루베리를 이용한 음료가 여럿 소개되어 있는데, 그 주에서도 블루베리스무디는 재료구하기도 쉽고 해서 당장 아이들에게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음료들이 반가왔으며, 요거트 아이스크림과 딸기아이스크림 만들기는 매우 유용한 레시피였다.

허브잎이 가미된 그녀만의 음료나 막거리에이드, 미숫가루호두스무디, 생강에이드 등. 새롭게 도전해 볼 만한 내용들은 무엇보다도 만들기 쉽게 설명해 놓았다는 점이 강점이다.

 

단 5분이라도 운전하고 나가야 만날 수 있는 카페가 아닌, 10분만 걸으면 나오는 카페가 우리 집 인근에 생겼다.

운전해야 갈 수 있는 곳과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의 차이는 카페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차이다.

집 앞 슈퍼에 갈 것 같은 옷차림으로라도 가볍게 찾을 수 있는 카페가 인근에 생겨서 얼마나 좋던지.

좋아하는 음료를 앞에 두고 서로를 마주보면 더 많고 정다운 속대화가 풀려나온다.   그 분위기를 고대로 집 거실로 옮겨보고 싶다면,

바로 이 책<카페 앳 홈>을 곁에 두고 펼치시라.

"아버지가 묻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나는 큰 소리로 답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아버지가 묻는다
더 나은 것이 많은데, 왜 당신이냐고.
나는 수줍어 조그맣게 말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로 태어나, 다시 나를 낳은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어요.
아버지가 운다.
『두근 두근 내 인생』, p7"

 

사소한 일상의 순간을 빛나게 관찰할 줄 아는 작가, 감정의 약동을 재기발랄하게 표현할 줄 아는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김애란의 작품은 <두근 두근 내 인생>이 처음이다.

여기서 잠시 작가 김애란의 이력을 살펴 보기로 하자. 2002년, 약관의 나이로 등단한 이래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두 권의 소설집만으로 한국일보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이효석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하며 이천년대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창비에서 출간된 <두근 두근 내 인생>은 그녀의 첫번째  장편소설이다. 약력을 주욱 훓다 보니 그녀의 작품을 처음 만난 것이 어쩌면 당연하단 생각이 들어 조금은 위로가 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이름이 귀에 익은 이유도 알 거 같다.

<두근 두근 내 인생>의 내용은 간략하게 언급하자면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우리 모두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청춘과 사랑에 대한 눈부신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픔을 농담처럼 말하는 것 역시 극복하려는 의지가 개입된 거겠죠. 제가 작품에서 말하게 된 상처는 대결이나 화해의 정향성으로부터 자유로운, 어쩌면 처음부터 농담처럼 주어진 상처일 겁니다"(작가와의 인터뷰 중)

 

김애란의 문장은 가볍고 경쾌하지만, 그 내용이 의미하는 것까지 경박스러운 것은 아니다. 가벼움속에 담겨 있는 유머나 위트는 그 대상을 향한 깊은 이해와 배려를 바탕에 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환한 웃음을 머금은 눈꼬리에 눈물이 맺히는 것 같은 소설의 여운. 김애란의 소설에서 맛보게 되는 느낌이다.

 

관광단지 공사가 한창인 어느 시골 작은 마을, 그 곳의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던 꿈많던 열일곱의 두 청춘은 예기치 않게 아이를 갖게 되고, 몽글거리며 피어나는 불안 속에서도 한낮의 햇살에 금빛으로 부서지는 계곡물처럼 꼭 그렇게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그 아이, ’아름’이를 기꺼이 낳게 된다.

’아름’이는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으며 씩씩하게 자라지만, 곧 조로증이라는 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된다. 이 소설은 부모가 아름이를 갖게 된 바로 그 나이 17살이 된 아름이의 시선에서 출발하고 있다.

키 130센티미터에 신체 나이 80세. 부모보다 더 빨리 늙어버린 열일곱 소년의 마음과 여든의 몸을 가진  아름이는 육체의 성장 혹은 노쇄함을 따라가고자 혼자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게 되었고,  그런 아름이의 숙성함과 속깊음은 이웃의 예순살 먹은 할아버지와의 우정을 통해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고통과 죽음을 늘 친구처럼 곁에 둔 아름이는 그 나이 또래 아이들과는 달리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갖게 된다. 놀라운 것은 아름이의 영혼이 무척이나 아름답고 깨끗하게 그려지고 있는데, 그 모든 것이 참으로 자연스럽게 감동깊게 우리의 가슴이 스며든다는 사실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름은 어린 부모의 만남과 연애, 자신이 태어난 이야기를 글로 써서 열여덟번째 생일에 부모에게 선물하기로 마음먹는데…

 

어느 날, 아름은 우연히 병원비로 문제로 고민하던 부모님의 대화를 엿듣게 되고, 고민끝에 성금모금을 위한 TV다큐 프로그램에 출연을 결정하게 된다.

이 출연을 계기로 아픈 청춘인 아름이의 인생에 아름다운 이름, 이 서하라는 골수암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소녀가 들어오게 된다.

이서하와의 우정을 나누는 아름이의 모습은 생에 대한 사랑과 긍정이 너무도 눈부셔 오히려 가슴이 아릴 정도다. 뒤에 예비된 반전의 상황은 소설속 상황에 이미 깊이 빠진 내 가슴에도 마치 날카로운 면도날이 지나간 듯 오랜 동안 아려왔다.

 

조로증이라는 특이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도 이 소설은 그리 음울하거나 어둡지 않다. 제목이 무척이나 잘 어울릴 정도로 군데군데 반짝이는 감수성, 생의 벅찬 순간을 그려내는 섬세한 문장, 가볍게 터치하듯 그려내는 인생에 대한 통찰은 시종일관 유쾌한 연애소설을 읽는 것처럼 즐겁기까지 하다.

사실 인생이란 아픔과 고통이 있기에 기쁨과 환희의 순간에 더 찬란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고통의 심연에 빠져 있을 때는 그 사실을 떠올린다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다.

“네가 뭘 해야 좋을지 나도 모르지만, 네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좀 알지.”
“그게 뭔데요?”
“미안해하지 않는 거야.”
“왜요?”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네.”
“흔치 않은 일이니까……”
“………”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
“………”
“그러니까 너는,”
“네, 아빠.”
“자라서 꼭 누군가의 슬픔이 되렴.” (50면)

참으로 팍팍하고 힘겨운 삶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에겐 청춘이 있고, 사랑이 있고, 미래가 있다.

얼마 전 종영한 모 방송국 드라마에서 인공심장을 달고 있는 남자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자의 노래 "두근 두근"을 들으면서 수술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두근두근 심장이 제대로 작동할 때 만이 그의 삶은 완성된다.

그렇다. 아무리 하루하루 힘이 드는 삶이지만, 뜨거운 심장이 있다면 펄덕거리는 심장만 있다면 우리에겐 두근두근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아야 한다. 두근두근한 인생을 기대할 때, 그리고 그 인생을 만들어갈 때, 우리의 삶은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빛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을 바로 저자는 말해주고 있다.

 

 자신도 손수 집을 짓는 빌더인 로이드 칸의 이름은 셀터 시리즈 1인 <셀터>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셀터>는 265,000부라는 판매를 기록한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으로 약 천여 장의 보물같은 사진이 실린 빌더들에게 수많은 영감을 준 책이다.

1960년대 반문화 빌더들에 대한 기록과 세계 각지 다양한 건축양식의 진화를 기록해 놓은 책으로 특히 천연 건자재에 대한 설명이 돋보인다.

셀터 시리즈 2인 <행복한 집구경>은 아쉽게도 만나보지 못했는데, 세번째 책인 <빌더>를 만나게 되어서 참 기쁘고도 반갑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 책에 소개되는 집들은 환경친화적인 그러니까, 재료에서도 자연에서 구한 것이 대부분이며, 건축방법도 자연풍광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그런 멋진 집들이 소개되어 있다.

제목에서 이미 느끼겠지만, 빌더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평생에 걸쳐 짓고자 하는, 혹은 지어놓은 다양한 형태의 주로 북위 37~49도 사이의 바닷가에 위치한 집들을 소개해놓고 있다.

로이드 칸은 2년에 걸쳐 태평양 연안 일대를 여행하며 빌더들을 인터뷰하고 사진촬영을 했으며, 또한 그와 같은 일련의 작업과정을 거치며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태평양 연안 목수들의 이야기속에서 혁신적인 설계와 미적인 창조성이 매우 뛰어나고 풍부한 건축문화를 발견하게 된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작품들의 (집이라고만 하기에는 너무 아쉬운 그야말로 매우 예술적인 하나의 작품이다) 대부분은 1960~80년대에 지어진 집들이다.

여러 빌더 중에서도 특히, 멋지게 기억되는 이름이 있으니 저자와 이름이 같은 로이드 하우스다.

그는 집을 지을 때, 집주인의 꿈을 생각한다고 한다. 또한, 그의 창조적인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한다. 사람에 대한 사랑,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 나무에 대한 사랑, 삶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런 그가 지었을 집을 한번 상상해 보시라. 어떤 집이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인가.

비밀이야기가 숨어 있을 법한 다락방, 따뜻한 가족애가 몽실몽실 피어나는 벽난로 앞, 소박하고도 평화로운 꿈이 꾸어지는 침실, 차 한잔의 여유가 가능해지는 테라스. 숲속으로 이어지는 뜰 앞 오솔길...

 

천편일률적인 공간에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살아가야만 하는 아파트적인 삶을 사는 우리는 그래서 일류대와 대기업을 소망하는 꿈도 하나였던 것일까.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이 책에 소개된 빌더들과 같은 꿈을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책을 만나는 내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