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시골에서 염소를 키우면서 5년 동안에 천여권의 책을 독파했다는 알라딘의 유명한 '파란여우'님을 맨 처음 알게 된 곳은 한 일간 신문 기사를 통해서였다.

소박한 차림의 차분한 인상을 지닌 '파란여우'님의 서평세계를 극찬하던 이웃의 서평꾼들 또한 서평계에서는 나름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었는데, '파란여우'님 외에도 인터넷 서점에는 내노라하는 서평꾼들이 시글시글한데, 그들이 유독 그녀를 극찬하고 그녀의 서평세계를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이의 독서력을 만나게 되면, 나도 모르게 나와의 접합점을 찾게 되고는 한다. 그것은 얼마만큼 책을 깊이 이해했는가의 문제가 아닌, 그저 몇권이 겹치는가에 대한 단순한 숫자세기일 뿐이지만 말이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파란여우'님의 그 많은 독서력중에서 그리고 서평으로 남긴 300여편중에서 고르고 고른 86권의 책은 눈으로 먼저 훑어보는 동안 속으로는 내가 읽은 책은 과연 몇 권인가 손가락 헤아리기를 들어갔고, 겨우 10권의 결과물을 얻었다. 아쉽고 속상한 마음에 제목이라도 익숙한 것이 있나하고 재도전해보며 스스로를 위안해보는 작업을 마친 후에야 진지한 책읽기에 들어갔다. 

제목에서 이미 밝히고 있듯이 '파란여우'님의 깐깐한 책읽기는 그야말로 대단해서 흔히, 고구마 줄기 따라가며 고구마 따듯이 한 주제에 따라서, 혹은 안 저자에 따라서 연달아 걸쳐지는 책을 쭈~욱 다 섭렵하는 포괄적이고 깊이있는 책읽기의 방식을 취했다고 한다.

어느 한 분야에 대한 책을 겨우 한 두권 읽고도 다 안 것 마냥, 스스로 뿌듯해하던 내 자신이 떠오르며 절로 민망해지는 시간이 책읽는 내내 이어졌다.

한권의 책에서 얻게 된 표피적인 지식이나 새로 알게 된 세상만으로 거들먹거렸던 나의 얕은 사고가 부끄러워질 정도로 그녀의 책읽기는 단순히 책읽기에 그치는 않는, 책의 통해 세상사를 꿰뚫어보는 깊이있는 시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책읽기의 진정한 고수라 할 만했다.

더군다나 고수의 솜씨는 종횡무진 전방위적으로 한국문학, 외국문학, 고전.해석, 인문.사회, 인물.평전, 환경.생태, 문화.예술, 역사.기행, 만화.아동편에까지 이르렀으니 언급한 부분만으로도 이미 기가 질리지 않는가.

 

김치와 된장만으로 세끼를 해결하며 도시의 문명과는 격리된 일상을 살아가는 저자는 맑은 공기와 군더더기 없는 생활속에서 담백하고도 객관적인 서평을 쓸 수 있지 않았겠나 나름 생각해 본다.

저자와 겹치는 10개의 서평을 비교해 보며, 그나마 저자의 시각과 일치했던 책들은 그 책의 저자나 그 책에 대한 나름의 고민이 깊었던 결과였기에 가능했다고 보여지고, 아주 판이하게 다른 서평을 보였던 어떤 책은 넓게 혹은 객관적으로 보지 못했던 나의 시선이 문제였던 것으로 판단되기에 그녀의 서평에 신뢰가 간다. 서평에 신뢰가 가는 만큼, 그녀가 추천하는 책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깐깐한 독서 본능>을 읽으며, 독서에도 체계적인 방법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한번 마음에 새겼고, 또한 그동안 어렵다고, 지루하다고, 지금 당장은 무의미하다고 피했던 책들을 올해에는 꼭 만나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다짐을 해보았다.

 

영어공부에 관련된 책은 해마다 그야말로 봇물처럼 다양한 컨셉으로 출시되고 있다.

그 많은 책 중에서 내 수준에 적합한 원하는 책을 고르기란 매우 어려워서, 기껏 맘먹고 공부하고자 달려든 열정을 무색하게 하기도 한다.

<영어 낭독훈련에 답이 있다>를 선뜻 선택하게 된 동기는 우선 기존의 영어관련 책이 주는 느낌과는 다르게 다가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출판사에 대한 신뢰가 큰 작용을 했다.

사람in 출판사는 일전에 일본어관련 책으로 만나보게 되었는데, 실전에 필요한 어학공부에 매우 적합한 시스템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 아주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이번 책에 대한 기대를 높게 했다. 

일반적으로 언어가 가지는 여러가지 기능에 있어서 사람사이의 소통을 위한 말하기가 가장 우선시되는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기존의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은 쓰기나 문법 위주의 공부법이어서 영어교육을 10여년간 해온 사람들도 막상 외국인을 만나면 당황하게 되고 어찌어찌해서 상대방의 말은 알아듣는다 쳐도 그에 대한 답을 문법적으로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에 신경을 쓰다 보니, 상황에 어우러지는 자연스러운 대화는 어느새 저만치 물러가버리게 되고 만다.

이제는 영어공부를 기를 쓰고 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아직도 직장생활에서도 영어실력에 따르는 가점이 주어질 뿐 아니라,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영어에 대한 관심을 줄일 수는 없었다.

이번의 책도 나를 위한 책이기 보다는 초등 6학년과 2학년에 올라가는 아이들을 위해서 선택하게 되었다.

특히 이 책에는 강조하는 영어 낭독 훈련에는 저자가 입여는 영어를 위해 스스로가 노력했던 경험들이 녹아 있어 위로와 도움이 되어 준다.

영어 낭독 훈련은 기본기를 다져줌으로써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주는 과정으로서 영어공부에서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영어 스피킹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영어교육에 적절한 환경을 만들고, 영어 낭독 교재를 선별해서 영어 낭독을 실천하면 영어로 말하기에 대한 자신감을 누구나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영어 낭독 훈련에 필요한 구성요소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듯 설명해주고 있어 그대로 실천하기만 하면 곧 외국인을 상대로 스피킹이 자유로울 거 같은 달콤한 상상이 절로 그려진다.

비단 이 책 뿐 만 아니라, 학습을 위한 모든 교재는 그 나름의 장점을 다 가지고 있다. 다만, 그 책이 말한 것의 성패여부는 독자 개개인의 실천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일 뿐.

2 년 전이던가.

야심차게 영어동화시리즈물을 거금을 주고 구입했던 적이 있다. 처음의 계획과는 달리 CD와 테이프 틀어주기가 만만치 않다 보니 점점 소홀히 하게 되었는데, 마침 아이들은 방학중이겠다, 이번의 이 책을 계기로 영어로 말하기 재도전의 기회로 삼아봐야겠다

표지의 비비드 빛깔의 달콤한 일러스트그림과 제목에서 풍겨오는 느낌이 판타스틱하다.

동양전설에 나오는 보름달 속에 사는 토끼가 연상되는 저 멀리 살고 있는,  달빛을 모아 별을 닦고 있는 토끼 한 마리.

 

누군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

받아든 책 표지에 적혀 있던 이 문구 한 마디는 순간 가슴을 뛰게 하게 설레게 한다.

지난 연말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별 기대없이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다가 이내 자세를 고쳐 잡고 본격적으로 책 속 이야기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연말이 주는 쓸쓸함과 어수선함을 단번에 쓸어버리는 달콤하고도 따뜻한 이야기가 이 책에는 담겨 있었다.

 

충청도 대천 앞바다에는 외연도라는 작은 섬이 하나 떠 있다.

그리고 이 섬에는 빨간 동백꽃을 피우는 동백숲이 있는데, 그 숲에는 동백나무 외에도 사랑나무, 라고 명명되는 아주 독특한 나무 한 그루가 있어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각기 두 그루의 나무에서 뻗어나온 가지가 서로의 가지에 맞닿았다가 끝내는 붙어버린 채, 한 몸이 되어버려서 사랑나무, 라고 불리게 된 사연이란다.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이 나뭇가지 아래로 손을 꼭 잡고 지나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외연도의 사랑나무 전설에 버금가는 또 다른 사랑에 관한 전설이 담겨 있다.

그것은 독일의 발트해에서 멀지 않은 곳, 한 호수의 떡갈나무와 관련한 사랑나무의 전설과 바로 이 책의 제목이 된 일억백만광년 너머에 사는 별을 닦는 토끼의 전설이 바로 그 것이다.

첫번째 사랑나무 전설에 감명을 받은 이 책의 등장인물 중 한명인 도시히코가 방송극을 창작하게 되는데 그 내용이 두번째 토끼전설과 관련된 것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토끼전설을 살펴보면, 부츠에 작업복 차림을 한 키가 15센티 정도 인 토끼는 밤하늘의 별을 닦는 일을 한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밤하늘의 별을 고르면 이 토끼가 별을 닦아주게 되는데, 그 때 별이 반짝이면 상대방도 나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밤하늘의 별을 닦게 하는 것은 평생에 한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랑에 관한 아름다운 동화같은 전설이 두 개씩이나 등장한 것을 볼 때, 이 책은 사랑에 관한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중학생인 쇼타와 케이의 풋풋하고도 조심스러운 사랑의 과정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 전개를 볼 때 , 성장소설의 범주로도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것이 꼭 성장기에만 우리가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숨을 쉬고 살아 있는 동안 늘 꿈꾸고 갈구하는 것은 바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 책에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이 등장한다.

케이의 부모인 사스케와 구미의 사랑, 팥죽집 할머니의 기다리는 사랑, 암젤 커피전문점 선대 마스터의 희생적인 사랑, 이루지 못한 도시히코, 요코의 사랑. 사랑 속에 숨겨진 삶의 다양한 파편들.

생애 한번뿐인 별을 닦는 사랑이 꼭 이루어져야 의미있는 것은 아니다. 도시히코나 요코처럼 별닦이 토기에게 부탁해도 별이 반짝이지 않는, 보답이 돌아오지 않는 사랑도 있는 것이다.

"네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은 앞으로도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니까. 게다가 별을 닦아주면 그런 마음이 사라지지 않게 묶어 둘 수 있거든. 외롭고 쓸쓸해질 때마다 이따금 그걸 쓰다듬어 주면 돼."(242p)

그 어떤 사랑얘기를 읽어도 그들의 이야기로 읽히지 않고, 늘 내 얘기로 마음이 쏠리곤 한다.

책을 덮고 난 후, 나의 지나온 삶 속에 과연 별닦이 토끼는 등장했었는가. 곰곰히 생각해봤다.
나이가 드니 자꾸만 기억은 희미해지고, 감성도 무뎌진다.

토끼를 기억해내느니, 남은 생에는 발트 해 근방의 사랑나무 전설을 더 기억해야겠다. . 만나는 인연들속에 아름다운 사랑의 편지를 주고받아야겠다.더 많은 사랑을 기꺼이 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