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다양한 여행관련 서적들을 접해 왔다. 맞다. 말 그대로 한번 보고 마는 것이 아닌, 기회가 되는 대로 여러 모습으로 유혹해 오는 여행서들을 일정하게 섭렵해 왔다고 볼 수 있겠다.
이번의 여행서는 그 동안 책과는 차별되는 아주 강자를 만난 거 같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게 다가오는 '절대 강자'도 아니고 그야말로 <대한민국 절대 가이드>란다. 책 두께도 만만치 않아서 대한민국 여행지에 관한 백과사전이라고 칭해도 될 법할 만큼 양으로도 승부한다. 덧붙여 그런만큼 책값도 쉽게 골라들 만큼 가볍지는 않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절대'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1. 아무런 조건이나 제약이 붙지 아니함. 2. 비교되거나 맞설 만한 것이 없음. 으로 나와 있다.
오호. 이거 기대가 크군. 저자가 이런 제목을 붙일 정도면 그야말로 자신만만이라는 뜻인데...
오래오래 곁에 가까이 두고 이용하라고 책표지가 비닐표지로 한번 더 싸여져 있다. 책 전반의 컨셉은 흔히 만날 수 있는 가이드책 스타일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전국 팔도의 유명하다는 여행지는 여기에 다 소개해 두었나 보다. 표지에 89개 지역, 700개 명소라고 명확히 적어 두고 있다.
자, 그 명소를 향해 떠나볼까요?
저자는 동아일보에서 10여 년간 기자로 활동하면서 역마살을 주체하지 못해, 밤을 도와 훌쩍 여행을 떠나곤 했던 경력의 소유자. 그 경력을 살리고자, 혹은 역마살을 떨치지 못해 팔자대로 살아보려고 과감히 조직을 이탈한다.
여행서에 필수요소인 사진을 찍은 작가는 저자의 옆지기로서 그 또한, 착실히 직장을 다니다가 카메라의 매력에 빠져 다시 사진학을 전공한 후, 동아일보에 입사했다가 아내를 만난 후 동시사직을 한 취향까지 같은 이력의 소유자였다.
두 사람의 프로필만으로도 이 책에 소개된 내용을 엿보기도 전에 구미가 확 땡기는 것을 느낀다.
첫페이지를 넘기니, 우측의 맨 위편에 지난 늦가을에 다녀온 우도의 등대(우도 해상군립공원내)가 시선을 붙든다. 순간, 그 때 코끝을 간질이던 그 비릿하면서도 향기로왔던 바람, 눈앞에 흔들리던 억새의 몸짓, 먼바다의 깊고 푸른 속삭임.등이 눈앞에 환영처럼 피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여행은 그런 것이다. 단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한 순간의 기억만으로도 그 때의 행복감과 충만감을 오롯히 지금의 내게 느낄 수 있는 것, 그 느낌이 또한 현재의 나를 자유롭게 하는 묘미. 그 맛에 있는 것이 아닐까.
다행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부부가 말해주는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내가 여행하고 경험해서 알고 있던 우도의 등대를 통해서 전해 온다는 사실이..내 여행에 대해서 이유없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
총 559페이지에 담긴 그들의 여행안내서는 제목만큼은 (?) 아니지만, 상당히 친절하고 충실하다.
도별로, 도시별로, 유형별로, 묶여서 소개되어 있어 달랑 점찍어 둔 곳만을 겨냥하여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더 풍성하고 유용한 안내서가 되기에 충분하다.
내가 가본 곳도 상당한데...그 지역의 가볼 만한 것을 묶어낸 것을 볼 때, 직접 현장을 여행 혹은 답사를 해서 썼다는 믿음이 든다.
우리가 흔히 여행가이드책에 기대하는 것들, 먹을곳, 가볼곳, 잠잘곳, 가는길, 안내 전화, 지도 등이 보기 좋게 박스처리되어 있거나, 총천연색으로 안내되어 있어 보기에 아주 좋다.
여행지를 그들과 함께 돌아다니다 보니 문득 스치는 생각은 이 많은 곳을 샅샅히 여행했다니..부부가 둘이서 손잡고? 한명은 펜과, 다른 한명은 카메라를 들고서? 저절로 그림이 그려지는 가운데, 일상에 얽매여 살아가는 나에게는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하냥 부럽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낯선곳을 향해 나서는 그 첫 발걸음..그 발걸음이 주는 설렘만큼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이들이 말하는 여행의 정의,
여행은 한 발 앞으로 가는 것이라기 보다는 옆으로 가는 것, 혹은 뒤로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해서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나를 놓아주고 나를 쉬게 해 주는 것이라는 말을 가만히 가슴에 담아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