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1990년에 출간된 『범인 없는 살인의 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첫 단편집 소설이다.

 그래서 그런지 초창기 작품들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 단편 작품도 보인다. 「굿바이 코치」가 양궁부의 코치와 제자의 이야기인데 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작 『방과 후』와도 유사하다.

 

 「작은 고의(故意)에 관한 이야기」는 W고등학교에서 일어난 한 고등학생(다쓰야)의 추락사의 전모을 파헤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는 사람은 다쓰야의 죽마고우인 나카오카다.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난 이유는 바로 '사랑'의 문제가 있었다.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작은 고의(故意)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작은 고의로 살인을 불러오는 정말 기발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어둠 속의 두 사람」은 W고등학교 영어교사 나가이 히로미 반의 학생인 하기와라 신지군에 집에서 동생이 살해당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하기와라 군의 계모는 남편의 부하인 나카니시와 '불륜' 관계였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사건은 해결되는 듯 했으니 역시 놀랄만한 반전을 제공하는 것이 히가시노 게이고다. 하지만 사실 작가는 처음 내용에서 범인이 누군지 많은 힌트를 주기 때문에 범인이 누군지는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범인만 찾는다고 반전이 끝나지 않기에 정말 놀랄만한 이야기였다.

 

 「춤추는 아이」는 중학교 2학년인 다카시가 명문 사립 S여고의 체육관에서 춤추는 소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다카시는 과외 선생님에게 이 얘기를 하고 결국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언제가부터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된다. 이를 밝혀내는 다카시의 과외 선생님은 놀랄만한 것을 알게 되지만 이를 다카시에게 말할 수 없다. 이것이 정말 반전이었다.

 

 「끝없는 밤 」은 기업가 집안의 다무라 요이치가 오사카 지점장으로 가게 된 후 일어난 살인 사건 이야기이다. 다무라 요이치는 과도에 찔려 죽어 있었고 그의 죽음을 경찰이 그의 부인인 아쓰코에게 알린다. 아쓰코는 오사카를 싫어해 요이치와 따로 떨어져 도쿄에서 지냈기에 신칸센을 타고 오사카로 간다. 오사카 지점의 상황이 안좋았기 때문에 요이치는 살인에 관한 용의자들을 압축하기 쉽지 않았지만 형사의 직감과 논리적인 추리로 범인은 밝혀진다. 정말 이렇게도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다.

 

 「하얀 흉기」는 A식품주식회사의 구매부 자재과 사람들이 하나 둘씩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자재과 과장은 추락사. 하지만 그이 죽음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덩치가 꽤는 몸집이라 창가에서 밀어서 살해하기 쉽지 않지만 창틀에 머리가 부딪혔다는 점은 정말 수상하다. 그리고 일주일 뒤 자재과 계장 사노의 죽음. 그는 급커브길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 사망한다. 부검결과 수면제 성분이 검출된다. 죽기직전 사노는 수면제가 들어간 차를 마신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것은 유키코이다. 과장이 죽은 시간대에 유키코는 사내에 있었고 직원들에게 차를 타주는 것이 유키코였기에 아주 유력한 용의자였다. 하지만 아주 평범해 보이는 이 여성이 덩치가 큰 과장을 밀어서 추락사 시키긴 힘들 것이고, 차를 타준다고는 하지만 찻잔은 모두 똑같은 색이라 누가 마실지 모르는 상황. 하지만 사건의 진실은 정말 놀랍다. 그리고 범인의 동기 또한 정말 반전이다.

 

 「굿바이, 코치」는 한 중소기업 소속의 양궁부 모치즈키 나오미의 죽음과 관계된 사건이다. 양궁부가 실적이 좋지 않아서 해체를 하게 된다. 그런데 나오미는 양궁만 하고 살았기에 그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아는 게 없었고, 그전에도 이미 양궁을 그만 둘려고 했으나 코치의 만류로 그만두지 못하고 해체될 때까지 계속 해왔다. 그녀가 이전에 양궁을 그만두겠다고 결심할 때 기댈곳이 없어 코치에게 기대게 됐고 그 후 코치와 관계를 맺는다. 코치는 결혼까지 한 유부남이었고 아내는 곧 출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나오미가 임신을 하게 되고 그녀는 코치에게 아내와 이혼을 하고 자기와 같이 살자고 얘기한다. 하지만 코치는 그렇게 할 수 없었기에 나오미를 죽이기를 결심한다. 나오미를 만났던 마지막 순간 나오미는 코치에게 "굿바이, 코치"라는 말을 하고 죽는다. 그 마지막 말 한 마디는 유언이며서도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것이 바로 반전이었다. 1년 전 나오미의 자살미수를 바탕으로 일어난 진짜 살인 사건. 과연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범인 없는 살인의 밤」은 정말 어려운 소설이었다. 시점도 계속 바뀌는데다 이야기의 구조가 복잡했다. 유명 건축가인 기시다 소스케의 집에서 안도 유키코라는 여성이 살해당한다. 범인은 알 수 없다. 소스케의 차남인 다카오의 수학/물리 담당 과외 선생님 다쿠야는 시체처리를 도와주게 된다. 그리고 그 뒤 일어나는 반전의 이야기들. 사실 한 번 읽고 좀 이해하기 힘든 소설이었다. 이 사건의 배경에는 사랑과 돈 때문 이었다. 과연 범인은 누굴까? 그리고 왜 죽었을까?

 

 『범인 없는 살인의 밤』은 색다른 그리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단편의 이런 점이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치밀한 구성을 잘 이해한다면 범인을 추리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는 단순한 범인 찾기가 아닌 놀랄만한 반전이 숨어 있다. 그것이 정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읽는 묘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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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랑정 살인사건』의 기본적인 틀은 『백마산장 살인사건』과 유사하다. 두 작품 모두 한 건물에서 발생하는 사건이며 과거의 사건과 연결된다는 점이 유사하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이나 해결 과정과 마무리는 전혀 다르다.

 회랑정(혹은 일원정)이라고 부르는 여관은 일류 기업가인 이치가하라 다카아키가 지은 곳으로 그가 가장 애착을 가지는 곳이다. 여기서 1년 전 그의 비서 기리유 에리코의 동반자살사건이 일어난다. 사건의 경과는 기리유의 남자친구 사토나카 지로가 뺑소니 사고를 낸 직후 회랑정을 찾아와 방화로 기리유와 동반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리유 에리코는 화상만 입고 살아났다. 그리고 그녀는 다카아키을 조언해 주던 선배의 부인인 혼마 기쿠요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회랑정에 나타난다.

 회랑정에서는 다카아키가 죽고 그의 유산 분배 문제 때문에 모이는데 혼마 기쿠요도 초대장을 받았기 때문에 참석한다. 하지만 실제 참석자는 혼마 기쿠요가 아닌 혼마 기쿠요로 변장한 기리유 에리코였다. 그녀의 목적은 자신의 남자 친구 사토나카 지로의 동반 자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지로의 복수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동반자살 사건이 실제로 동반자살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한 살인계획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랑정에서는 다카아키의 변호사인 후루키가 유서를 밝힐 계획이었는데 후루키가 도착하기 전날 기쿠요는 기리유의 유서라면서 범인을 유인한다.

 기리유는 자신의 방 머리맡에 유서를 두고 가방 속의 비디오카메로 녹화를 해두고 자는데, 그 미끼에 걸려든 사람은 바로 기요미의 딸 유카였다. 그리고 복제해둔 마스터키로 유카의 방에 들어가서 유카를 죽이기 위해 목을 졸랐지만 이미 죽어 있었고 방문소리가 들려 회랑정 건물밖의 정원을 통해서 달아나 자신의 방으로 달아난다.

 이로서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사토나카 지로의 죽음이 유카였던줄 알았지만 그렇게 단정할 수 없었던 것. 왜냐하면 유카의 방에서 유서도 같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럼 범인은 누굴까?

 

 히가시노 게이고는 쉽게 답을 주지 않는다. 『브루투스의 심장 』에서도 『성녀의 구제』에서도 이야기의 흐름을 한 쪽으로 만들어 놓고 큰 반전을 만들어 버린다. 기리유 에리코의 사랑과 유카의 사랑이 이 소설에서는 큰 의미를 가진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서는 여성의 사랑이나 혹은 상처가 사건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유카의 사랑에는 살인은 없다. 다만 그녀의 죽음으로 또 하나의 힌트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남자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여성 기리유 에리코라는 인물을 통해서 큰 사건을 만들어 낸다. 그녀는 비서로서 다카아키의 친자식을 찾다가 사토나카 지로를 만난 것이고 그녀를 사랑해준 사토나카 지로를 잃자 복수를 꿈꾸는 여인으로 나온다. 그녀의 복수는 정말 알기 쉽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추리소설 특징상 모든 대화나 행동 그리고 배경이 힌트가 되지만 그것을 어떻게 조합해서 추리해야하는데 여기는 그것만 가지고 쉽지가 않다. 주인공인 기리유 에리코의 독백으로 그녀의 심리상태를 잘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랑정 살인사건』은 다른 작품만큼 재밌게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작품의 후반부만큼은 정말 재밌게 봤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반전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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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M중공 개발부의 엘리트 스에나가 다쿠야. 그는 어미 없이 술만 먹고 폭행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불우한 인물이다. 그는 아버지란 인물을 필요없는 존재라 여겨 대학에 입학할 때 아버지에게 돈 한푼 받지 않고 스스로 대학에 진학한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다쿠야가 대학간 뒤로 홀로 쓸쓸히 고향에서 죽는다.

 스에나가 다쿠야는 야심이 많은 인물이다. 그래서 MM중공의 집안인 니시나 집안에 장가가기 위해서 실질적 권력을 쥐고 있는 니시나 도시키 전무의 비서 아마미야 야스코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아마미야 야스코에게 니시나 도시키 전무에 관한 정보를 빼내어 니시나 전무의 호감을 얻는데 사용한다. 그리고 호감을 얻어서 니시나 전무의 딸인 호시코에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아마미야는 갑자기 임신을 하게되고 그녀의 의도는 아이를 낳아서 그 대가로 양육비를 타 쓸려는 것이었다. 이 때쯤 니시나 전무의 아들인 개발기획실장 니시나 나오키는 아마미야 야스코의 임신과 관계된 남자를 모아서 아마미야 야스코에 대한 살인 계획을 세운다. 이 때 모인 2명은 바로 스에나가 다쿠야와 하시모토 아쓰시이다. 나오키는 이들 둘과 호텔에서 살인계획에 대해서 알려주는데 이 살인이 알리바이 조작을 위한 살인 릴레이였다. 세명이 각각 아마미야 시체를 바통을 넘겨주는 형식으로 해서 알리바이를 조작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 살인 계획은 에러가 생긴다. 아마미야 야스코를 살인 후 첫 운반자가 나오키였고 다음 바통을 받는 자가 스에나가 그다음은 하시모토였다. 스에나가는 차량을 통채로 바통으로 넘겨받고 나오키의 개인적인 빌린 차를 되돌려 주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스에나가가 차량을 약속장소에 두고간 차량을 받아서 하시모토와는 직접적으로 시체만 넘겨주는 과정에서 시체가 아마미야가 아닌 살인 계획을 주도했던 나오키였다. 결국 릴레이 계획은 예정대로 되지만 살인 계획은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스에나가와 하시모토는 하루하루 조심하며 살면서 아마미야 야스코를 죽이기로 결심한기 전날 하시모토와 스에나가는 국내산 고급 만년필과 푸른 잉크를 백화점 행사의 사은품이라며 소포로 받는다. 그리고 그 만년필을 썼던 하시모토는 죽고 만년필을 쓰지 않고 그대로 두었던 스에나가는 살아남는다. 사망의 원인은 청산가리 중독. 잉크를 빨아올려쓰는 만녈필이라 내부에 청산가리가 들어 있었던 것이 밝혀지자 이 청산가리로 야마미야를 죽이기로 스에나가는 결심힌다.

 그러던중 야마미야는 퇴사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스에나가는 계획을 좀 더 앞당겨 아마미야를 청산가리로 독살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브루투스의 심장』 각자의 욕망을 위해 살인을 서슴지 않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트릭들 또한 정말 재미있다. 그리고 나오키는 누가 죽였을까? 아마미야의 아이는 누구일까?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다카시마 유지는 죽음은 뒤에 나오는 사건들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라는 의문들을 품게 했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다보면 사건의 흐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나오키가 죽자 여기저기 씨를 뿌려놓은 도시키는 다른 곳에서 자신의 아들을 데려와 자신의 대를 잇게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은 사람을 기계의 부속품 대하듯이 하는 장면과 유사하다. 그런 것들이 로봇들이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의 배경설정과 참 잘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잘나가는 남자하나 잡아서 양육비 명목으로 돈 타쓸려고 했던 아마미야, 야심에 눈이 멀어 살인을 한 스에나가. 그 외 다른 인물들의 욕망들 또한 잘 보여준 작품이다. 그리고 그런 욕망들이 배제된 로봇. 스에나가가 만든 로봇 브루투스와 잘 대비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과 같이 치밀한 구성과 반전이 돋보인다. 그리고 꼭 사회적 문제나 인간적 문제를 반드시 제기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런 점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글들은 참으로 생각을 많이 하게 해준다.

 

 다음 번 이 책을 리뷰하게 된다면 각 순간들을 나눠서 자세하게 리뷰를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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