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헌님의 『책을 읽어야 하는 10가지 이유』는 『책력』의 개정판이다. 말 그대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크게 10가지로 나누어 놓았다. 사람들에게 "당신은 왜 책을 읽나요?" 혹은 "왜 책을 읽지 않나요?"라고 물어본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서문에 보면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에 대해 나와 있다. 책의 무용론. 즉, 책을 한 권 읽는다고 해도 크게 바뀌는 게 없기 때문에. 그리고 바쁘기 때문에 읽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안상헌님은 책을 읽으면 좋은 점 그래서 꼭 읽어야 하는 이유를 크게 10가지로 분류해놓았다. 그것도 자신이 읽은 책과 접목시켜서 그리고 인생과도 접목시켜서.

 책을 읽는 이유 10가지는 책 차례에 있는 큰 제목 10개가 바로 이유들이다.

 제1장 깨어 있는 삶을 위하여

 제2장 책읽기의 즐거움

 제3장 꿈을 심어주는 책읽기

 제4장 몰입의 힘

 제5장 지식차조와 지혜 얻기

 제6장 내 삶의 속도는

 제7장 삶의 목적을 이루는 긍정의 힘

 제8장 삶의 의미를 찾아서

 제9장 사랑하는 법을 배우다

 제10장 나는 누구일까

 

 그리고 『책력』을 읽었던 독자들이 추천도서를 선정 해달라고 해서 선정해 놓은 10권의 추천도서 10권이 소개되어 있다.

 

 『책을 읽어야 하는 10가지 이유』가 책제목이지만 책을 어떻게 혹은 무슨 책을 읽어야 할 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개인적으로 정민 선생의 『미쳐야 미친다』의 김득신의 일화와 『돈키호테』의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김득신은 사마천의 『사기 』의 「백이전」을 1억1만3천(11만3천)번을 읽었다고 한다. 워낙 많이 읽어서 그 집의 종까지 외울 정도라고 한다. 김득신의 일화에서 머리가 나쁜 것이 문제가 아니라 노력이 문제인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이 책에 자주 나오는 단골손님인데 기사도 문학에 미쳐 책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온다. 풍차를 괴물로 인식하고 싸우는 등의 일들이 있는데 안상헌님은 돈키호테 만큼 기사도 문학에 미쳐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를 이해 할 수 없다고 한다.

 

 위에 언급한 인물들 책에 미친 인물들인데 책에 미친 사람하면 또 한 사람이 생각난다. 이 책에도 나오는데 바로 이덕무이다. 그는 서자 출신으로 관직에 나아갈 수 없었지만 책을 많이 읽었다. 그래서 그의 별명은 책만 보는 바보라는 뜻인 간서치가 그의 별칭이었다. 그의 손자 이규경은 책을 많이 보는 집에서 책을 많이 보는 습관이 들었기 때문에 백과사전인 『오주연문장전산고』라는 책을 펴낼 수 있었다고 얘기한다.

 

 한 사람 더 언급하자면 조선의 문화 전성기를 꽃피운 세종이다. 세종은 세자 시절 몸이 아픈데도 책을 읽자 태종이 세종 주변의 모든 책을 치워버렸는데 세종은 병풍 뒤에서 책을 한 권 발견하고 아주 기뻐했다고 한다. 그의 독서법은 책을 읽고 백번정도를 적어보는 것이라고 한다. 책을 1번 옮겨 적기도 쉽지않은데 백번씩이나 옮겨적는다니 참으로 대단한 인물이다.

 

 나도 책읽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윗 사람에 미치지 못하고 책읽기를 윗사람만큼 미칠정도로 읽어보지 못했다. 아마 그렇기에 더 기억에 남을 것이다.

 

 안상헌님의 독서 관련 책들에서는 책을 읽는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이 있다. 읽으면 한줄 한줄 긋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모든 페이지를 긋게 된다. 그만큼 깊이가 있기에 봤던 책을 또 읽게 되는 것이리라. 개인적으로 이 책과 함께 안상헌님의 『생산적 책읽기』시리즈가 독서관련 서적중에 제일 인상 깊었다고 생각한다. 3권 모두 명작이고 읽고 나서 잊을만 하면 또 읽게 만드는 책이다.

 

 책읽기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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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업 : 설월화(雪月花) 살인 게임』은 가가 교이치로의 T대학 졸업반 시절의 이야기이다. 때는 졸업을 앞둔 10월 말을 기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소설을 읽기 전 먼저 알아둬야 할 것은 가가 교이치로의 주변인물들이다. 책 앞머리에 주요 등장인물들의 설명에 잘 나와 있다. 읽어가면서 알게 되겠지만 관계를 잘 기억해야 한다. 친구들 6명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고교시절부터 친구였고 모두 같은 T대학 졸업반이다. 백로장이라고 하는 여학생 전용 맨션에서 친구 6명중 한 명인 마키무라 쇼코가 죽는다. 마키무라 쇼코는 친구 6명 중 한 명인 도도 마사히코와 연인관계이다. 그리고 가가가 사랑하는 여인이자 친구인 아이하라 사토코는 그녀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밝히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던 중 그들의 은사인 미나미사와 마사코의 생일에 가가를 제외한 5명 참석해 미나미사와 함께 다도 의식인 설월화 게임을 한다. 그리고 설월화 의식중 가나이 나미카의 독살. 이들 사건을 어떻게 그리고 왜 일어난 것일까?

 

 1986년에 발표한 『졸업 : 설월화(雪月花) 살인 게임』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1985년 데뷔작인 『방과 후』 이후 첫 소설이자 연작물이고 탐정이 처음 등장하는 소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창기 작품이라 그런지 초창기의 작품들가 유사한 점들이 제법 발견된다. 『방과 후』에 나오는 탈의실 밀실 살인 사건 그리고 『졸업 : 설월화(雪月花) 살인 게임』에 나오는 백로장에서 마키무라 쇼코의 죽음은 다른 듯 하면서도 비슷하다. 『방과 후』의 밀실 살인 사건은 남녀탈의실 칸막이 부분에 천장이 사람이 넘어갈 수 있는 정도의 틈이 있다. 『졸업 : 설월화(雪月花) 살인 게임』에서도 백로장은 맨션입구는 관리인이 지키고 있어서 남자들은 들어 갈 수 없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뒷문을 안에서 열어주면 들어갈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히가시노 게이고는 완전 밀실이 아닌 어느 정도 허점이 있는 밀실을 만든다. 그렇다면 밀실이 아닐 수 도 있겠지만. 아무튼 이런 허점을 독자들은 파고들지만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 그리고 조금씩 구체적인 힌트를 준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설정부터 대사까지 모든 것이 힌트가 된다. 하지만 그것 얼마나 잘 조합시켜서 빨리 찾느냐 그렇지 않느냐일 것이다. 이 작품 또한 아주 치밀하게 계산해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런 요소들은 하나하나는 읽어나가다 보면 서서히 밝혀진다. 그래서 작가가 이런 인물에게 이런 설정을 그리고 이런 성격을 부여한 것이리라.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이 읽어나고 그런 반전들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그리고 또 하나의 화두를 던져주기도 한다.

 아마 『졸업 : 설월화(雪月花) 살인 게임』에서 졸업 의식은 이런 뜻을 가진 것이라고 가가의 생각에서 볼 수 있다. 

	진실을 추구하는 것에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가ㅡ. 그것은 가가로서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미나미사와 마사코 선생님의 말씀대로 진실이라 볼품없는 것이고 그리 큰 가치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가치 있는 거짓말이라는 것도 이 세상에는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가가는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었다. 친구의 원한을 풀자는 게 아니었다. 아무 이론 없이, 오로지 진실을 알고 싶다는 것과도 달랐다. 더구나 정의감 같은 건 가장 적합하지 않은 말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이것이 우리의 졸업 의식이라고 가가는 생각했다. 긴 시간을 들여 언제가는 무너져버릴 나무토막을 쌓아온 것이라면 그것을 무너뜨렸을 때 비로소 우리가 건너온 한 시대를 완성시킬 수 있으리라.
페이지 : 338~339

 

 그리고 『졸업 : 설월화(雪月花) 살인 게임』은 일본 검도와 다도를 알고 있다면 좀 더 읽기 쉬울 것이다. 물론 몰라도 기본적인 내용은 설명해 주기에 큰 상관은 없겠지만 중간에 검도와 다도에 관한 용어들이 나오는데 그런 것들까지 상세히 설명해주지 않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에 읽을 때는 지난 번 『용의자 X의 헌신』과 같이 모두 뜯어서 분석해보고 싶다. 사건이 일어난 시간과 인물의 대화와 성격을 통해 냉철히 분석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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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경찰의 밤』은 길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교통경찰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연작소설이다. 총 6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천사의 귀」는 꽃가게거리와 편도 1차선 도로가 교차하는 교차로에서 일어난 두 자동차의 충돌사고에 관한 것이다. 편도 1차선 도로에 오고 있던 한 커플, 그리고 꽃가게거리에서 오고 있던 한 남매의 사고. 남매중 동생 나호는 맹인이지만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그 능력이 바로 천사의 귀이다. 노래가 나오는 도중 어떤 사람이 얘기할 때 노래 소리의 어느 부분에 그 사람이 무슨 단어를 말했는지 알아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 그녀의 능력덕분에 교통사고는 잘 마무리되지만 한 가지 의문점이 남는다. 과연 그녀의 능력에 역으로 이용당하지 않았을까?

 

 「분리대」는 무단횡단으로 일어난 사고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 편의점 앞 길은 횡단보도가 없는데 길 건너편에 사람들은 불법주차를 하고 무단횡단으로 건너서 이 편의점에서 물건을 산다. 어느 날 이 길가에 트럭이 중앙분리대를 들이 받고 트럭운전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그 후 불법주차한 아우디 한 대가 빠르게 빠져 나갔다는 것. 경찰은 이 아우디를 추적한다. 그리고 사고 발생의 원인이었던 아우디의 주인인 여성운전자는 횡단보도가 없는 게 잘못이라고 얘기하고 잡아땐다. 결국 이 여성운전자는 처벌받지 않는다. 하지만 그에 분노한 트럭운전사의 아내는 그 여성운전자의 아우디 앞을 지나다가 사고를 당한다. 이에 이 여성운전자는 또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결국 자승자박이 되고 만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마지막 반전이 법의 부분적인 부조리에 관해 폭로하려고 했던거 같다.

 

 「위험한 초보운전」은 한 남성운전자가 초보운전자에게 겁을 주면서 일어난 이야기이다. 한 남성운전자는 지름길인 고속도로 옆길을 자주 이용한다. 어느 날 이 남성운전자가 고속도로 옆길을 가는데 앞에 초보운전자가 느린 속도로 가는 것에 불만을 품고 앞 차의 뒤꽁무니까지 바짝 달라붙는다. 겁먹은 이 초보운전자는 속도를 계속 올리게 되고 결국 커브길에서 사고가 난다. 이 남성운전자는 초보운전자가 아무 이상없어 보인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차를 몰고 집에 간다. 초보운전자는 여성운전자였는데 이 여성운전자는 경찰에 신고를 한다. 이 여성운전자는 최근 스토킹을 당하고 죽을 뻔한 일이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한다. 그리고 그 진술은 그 인근에 있는 살인사건과 연결시키는 계기가 된다. 남성운전자는 신문에서 이 이야기를 보고 놀라게 되며 결국 경찰에 조사를 받고 자신은 살인사건과 관계없다고 진술하지만 여성운전자의 진술과 증거가 발견되어 결국 경찰에 체포된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살인사건과의 연결은 이 여성운전자가 자신을 궁지로 내몬 남성운전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꾸민 것. 정말 기가 막힌 반전이었다.

 

 「불법주차」는 불법주차로 인해 한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한 이야기이다. 사하라 유지는 그의 차에 들이 받은 부분을 보고 언짢아 한다. 그의 여자친구는 스키장에 가고 싶어 하지만 흠집이 난 차를 타기 싫어한다. 그리고 어느 날 마에무라라는 사람에게 전화가 와서 죄송하다며 사고난 차량을 수리해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펜션이 있는데 근처에 스키장이 있으니 가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펜션으로 초대한다. 그래서 유지는 그의 여자친구와 펜션에 갔는데 마에무라는 음식을 해주며 식사중 친구의 얘기라며 불법주차로 인해 병원에 빨리 데려가지 못해서 친구의 자식이 죽었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그 상황을 알아챈 유지는 그 펜션을 빠져나가는데 마에무라가 펜션에서 큰 길로 나오는 길에서 절벽근처에 차를 대 놓고 기다린다. 유지는 빠져나가기 위해 절벽쪽에 있는 틈으로 차를 몰지만 오히려 절벽이 무너지면서 죽을 지경에 처한다. 하지만 마에무라는 이들의 차를 자신의 차와 연결시켜 끌어서 살려주고 어서 가라고 하며 용서한다.

 불법주차가 한 생명을 앗아간 이야기. 사소해 보이는 것 하나가 다른 누구에게는 사소하지 않을 수 있다는 메세지를 전해준다.

 

 「버리지 마세요」는 고속도로에서 누군가 쓰레기를 버리면서 일어난 사건이다. 사이토 가즈히사는 그의 정인(情人) 하루미와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대화를 하던 중 가즈히사는 하루미가 마시던 캔커피를 마시고 창밖으로 캔을 버린다. 이 캔은 후카자와 신이치의 여자친구 다무라 마치코가 눈에 맞으면서 왼쪽눈을 실명하게 된다. 신이치는 마치코와 결혼예정이었으며 마치코의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오는 길이었다. 경찰에게 이 사실을 알렸으나 경찰은 운전중 노상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많아서 잡을 수 없다고 말한다. 신이치는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마치코의 말에 따라 결국 일정기간내에 잡지 못하면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포기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인 부자가 정인(情人)을 살해했다는 뉴스가 나와고 마치코는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며 넘겨 버린다. 하지만 그 살인 사건은 가즈히사가 하루미를 죽인 사건이었다는게 참 흥미롭다.

 무심코 버린 쓰레기에 한 사람은 실명하고, 뉴스에 나온 살인 사건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그 모든 것들 연관되어 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어떤 메세지를 전하려고 했던 것일까?

 

 「거울속에서」는 교차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이야기이다. 교차로에서 도자이화학의 육상부 나가노 코치가 사고를 낸다. 현역 시절에 유명했던 나가노 코치가 사고를 내자 사고 소식은 언론을 통해 보도된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교통법규를 어겨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담당경찰 오다는 이를 수상하게 여긴다. 그리고 TV 방송을 보고 더욱 의심을 품게 된다. 결국 사고를 냈던 건 나가노 코치가 아니라 유리코라는 선수였음이 밝혀진다. 유리코는 미국에서 운전면허를 땄고 일본과 교통이 반대로 되어 있다보니 교차로 커브길에서 반대차선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나가노와 유리코는 결혼할 예정이기에 오다는 눈감아준다. 오다 또한 결혼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오다는 하와이의 신혼여행에서 렌트카를 빌려 여행할 생각이었지만 이 사고를 통해 그의 생각을 접는다.

 코치와 선수의 사랑 때문에 사건이 조작된 이야기이다. 하지만 선수는 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할 선수였기에 그리고 고의성이 없었기에 담당경찰은 눈감아주고 잘 마무리 짓는다. 결국 사랑하는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자신이 죄를 뒤집어 쓴다. 법적인 조치보다 한편으로는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교통경찰의 밤』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반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 중에서는 단편보다는 장편이 훨씬 재밌는 것들이 많지만 이번 단편도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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