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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읽는건 '수레바퀴아래서'이후 두번째이다.
그렇게 유명하다던 데미안! 하지만 그 유명하다는 책을 나는 23살이 먹은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다.

일단 책의 내용이 아니라 책의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민음사의 문학 전집은 참 들고 다니면서 읽기가 참 좋다.
가로폭이 얇아서 들고 다니거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이 갔다가 다시 오른쪽에서 하단 왼쪽으로 올 때 빨리 시선 이동이 되어서 읽기가 참 편한감이 있다. 역시 그래도 '얆은책이라서 들고 다니기가 쉬운거겠지?'라고 살짝 쉽게 생각해본다.

본격적으로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게 되면, 이 책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싱클레어와 나는 마지막장을 덮을 때까지 완전히 동화되어 있었다. 정말 소설속의 싱클레어가 마치 나인듯 싱클레어가 굉장한 기쁨에 휩싸인듯 보이면 나도 기쁨에 휩싸였고, 싱클레어가 굉장히 슬퍼하는듯 보이면 나조차도 슬퍼졌다. 내 인생의 데미안과 같은 멘토는 아직 없었지만, 그래도 왠지 싱클레어가 타락과 다시 깨달음과 환희와 절망을 느끼는 것을 보고 정말 내 인생을 보는 듯 웃음이 났고 부끄러워졌다.
책을 읽으며 이런 기분을 맛보게 된 건 정말 오랜만이랄가 아니면 처음이랄까.. 그런 기분이어서 '혹시 설마 다른 사람도 이 책을 읽고 나와 같은 감정과 기분을 느끼는걸까? 나만 이렇게 몰입되는걸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마 이 책을 읽은 모든 사람들은 나와 같이 싱클레어에 동화되어 이 책에 빠져들게 되리라 생각된다.

책을 읽으며 생각나는 부분은 카인과 아벨, 그리고 베아트리체, 그리고 제 1차 세계대전을 보여주는듯한 대목에서 데미안의 '수레바퀴'의 언급 정도랄까..
'카인과 아벨'을 얼마전 드라마로도 제작되서 큰 인기를 몰았는데 사실 정확히 아는 건 없지만 형제가 있었는데 형제중 한명이 다른 한명을 죽이는 부도덕한 일로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건데 나중에 꼭 이 내용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기억에 남았고,
'베아트리체'는 북다이어리에도 썼듯이 괭이 갈매기 울적에라는 일본 애니에서 나오는 마녀의 이름인데 알고 보니 단테의 작품에 나오는 존재같았다. 이것으로 몇년전 단테의 천국, 지옥, 연옥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마지막으로 데미안의 '수레바퀴'의 언급! 1차 세계대전을 보여주는듯한 대목에서 데미안은 자신이 대위라는것을 밝히고 전쟁이 나게 되면 바로 소집될거라 말하며 자신이 수레바퀴에 갇힌다는 듯한 말을 하게 된다. 여기에서 역시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은 나로서는 그 작품이 떠오를 수 밖에 없을듯! 정말 나중에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쓴 날짜를 보니 수레바퀴 아래서라는 작품이 데미안보다 훨씬 전에 쓰여진걸 볼 수 있었다. 역시 뭔가 같은 작가의 작품에는 꽤 많은 연관성이 있는게 아닐가 생각이 들게 한 대목이었다.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헤르만 헤세의 작품은 처음에는 몰입하기 어렵고 이야기에 못빠져들지만 마음을 다잡고 읽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빠져버려서 헤어나올 수 없게 감정몰입이 된다는것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 이렇게 아쉬웠던건 참 오랜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