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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루헤인의 ‘미스틱 리버’를 읽게 되면서 나는 그의 팬이 되었다. 이전에 ‘살인자들의 섬’을 읽었지만 반전이 어느 정도 예상이 되어서 기대보다는 조금 못 미쳤다는 것이지 그 작품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출간된 그의 작품을 검색하면서 ‘켄지&제나로’ 시리즈를 알게 되었다. 순서도 모른 체 우선 출간되어 있는 ‘가라, 아이야 가라’와 ‘전쟁 전 한 잔’을 읽었다. 스타워즈 4,5,6에 이어 1,2,3 시퀀스(sequence)를 보는 느낌이랄까. ‘가라, 아이야 가라’를 보면서 생소했던 인물들이 ‘전쟁 전 한 잔’을 통해 생생하게 다가온다. 물론 켄지, 제나로, 부바, 필립의 어린 시절 이야기들이 간헐적으로 나오지만 그들의 관계를 이해하기에는 어렵지 않다.

시리즈의 2번째 작품인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 켄지와 켄지의 아버지, 그리고 켄지의 아버지가 만들었던 폭력이 어떤 식으로 생활에 나타나게 되는지, 그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번져 나갔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전쟁 전 한 잔’에서 언급되었던 켄지 몸의 상처에 대한 것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이야기는 켄지와 제나로에게 한 의뢰인이 자신의 아들을 협박하는 사람을 알아내 근심을 떨쳐 내고자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다. 어둠의 세계에 있는 케빈을 용의자로 조사해 보지만 별 소득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벌어진 엽기적인 살인 사건(책형)의 현장에서 켄지의 명함이 발견이 되고 그 살인 방법이 수 차례의 다른 사건의 피해자와 유사한 것이 드러난다. 켄지의 집에서 발견되는 메모들이 엽기적인 살인마를 그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이 모든 살인 사건에 주변인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일까?

책을 읽고 나서는 가정 폭력에 시달린 아이가 커가는 과정에서 나는 그러한 부모가 되지 않을 거라 다짐을 하지만 대개의 경우 다시 그 악순환의 고리를 돌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났다. 물론 유전적인 것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믿지는 않는다. 환경적인 영향도 무시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켄지는 자신 안에 있는 꾹꾹 눌러온 폭력을 탐정 일에 몰입하면서 잊을 때도 그것을 발현할 때도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자신도 놀랄 정도로 그 폭력성이 드러난다. 그 폭력성이 유미주의로 바뀌면 이 작품의 살인자가 되는 것이다. 결국 연쇄 살인범과 켄지의 폭력성은 같지만 그 결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마치 켄지는?닫게 된다고 할까. 그 폭력성은 자신히 끔찍히도 싫어했던 아버지에게서 물려 받은 것이고. 아마 그가 받았던 정신적, 육체적 트라우마가 이번 사건을 통해 한동안 그를 망가뜨릴 것은 아닌지. (그래도 그는 연쇄 살인범이 되지는 않는다. 적어도 시리즈 4까지 봐서는 ^^)

소설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는 켄지와 제나로의 감정선이다. 이런 감정의 설정으로 쓴 두 사람의 관계를 본 적이 없어서 독특하게 다가온다.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낸 제나로가 결혼은 켄과 제나로 모두의 어릴 적 친구인 필립과 하고 필립은 자격지심에 빠져 제나로는 자신이 아닌 켄지에게도 사랑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는 관계이다. 켄과 제나로는 지켜야 할 선을 지키지만 변한 필립의 모습에 각자의 성격대로 그를 대한다. 제나로는 필립의 좋은 면만을 보며 어느 정도 파탄이 난 결혼 생활을 붙잡고 있는데 켄은 그런 필립이 못마땅할 뿐이다. 그 셋의 사랑과 우정에도 이번에는 어떤 일이 벌어진다. (켄과 제나로의 연애선은 스타워즈 시퀀스처럼 역순으로 보면 김이 빠질지 모른다. 결론을 알고 보는 영화와 같기 때문이다.)

아직 ‘비를 바라는 기도’를 읽지 않고 있다. 시리즈의 끝이 아쉬워서기도 하고 시리즈의 세번째인 ‘신성한 관계’를 읽고 읽으려고 한다. (이 시리즈가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p.s. 한강에서 뺨맞고, 종로에서 눈 흘기지 말자.

데니스루헤인, 켄지제나로, 연쇄살인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