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첫 부분을 읽으면서는 고개를 갸우뚱 했다
. 아는 것이 많지 않지만 저자의 언어관에는 동의를 하지 못했다고 할까
? 한 나라의 말과 글이 세상을 보는 창 노릇을 한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고 외래어
, 한자어 등도 우리말에 들어와서 어휘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고 생각했다
. 자칫 잘못 생각하면 저자가 민족주의적
, 국수주의적 언어관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는 저자는 교육의 부재에 따른 우리말 어휘에 사라져감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것은 아니었는지 추측해본다
.
남 탓한다고 보면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배운 국어 교육 중 우리 어휘 교육은 없었던 것 같다. 따로 책을 구입하는 수고를 하지 않는 한 대개 한자가 주가 된 어휘, 외래어, 문법, 표준어 규정 등을 공부했다. 내 탓을 해보자. 살아오면서 국어 사전 몇 권 사보지 못했고 영어 사전이 더 많았고 영어 공부하는 시간이 국어 공부하는 시간보다 훨씬 많았다.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소중함을 몰랐을까? 내가 살면서 쓰는 것이므로 당연하다는 생각에 정작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는 우리말의 깊은 뜻과 그 풀이를 보면서 진작에 알았었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언중에게 선택 받지 못하는 말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라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뜻과 깊이에 있어서 분명히 우리말이 있음에도 보다 어려운 한자어나 외래어에 의해 덥석 잡아 먹히는 것을 알고 나서는 사라져 간 단어가 선택 받지 못했다고 하여도 우수성에 있어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말을 무조건 지켜내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말에 그 의미영역을 아우르는 단어가 있음에도 사대주의에 빠져 남의 것이 좋은 것인 냥 우리 것은 공부해 보지도 않은 채 어색하다고 모른다고 버려버리는 것은 잘못이지 않을까 이야기하는 것이다.
단어를 풀이한 국어 사전을 보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정의로는 그 개념을 이해하기 힘든 것이 많았다. 단어의 정의를 규정해주는 사전이 이럴 지경인데 그것을 가르치려는 사람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일거다. 다행히 저자와 같은 우리말 연구자가 있기에 단어 뜻의 풍부함을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성황에서 서낭이 나온 것이 아니라 서낭이 중국에 들어가 성황이 되었다는 설명을 읽으면서는 무릎을 쳤다. 학계에서 먹을거리와 먹거리의 싸움에서 먹거리도 괜찮다는 근거를 든 사람이 저자라는 것도 알아서 기뻤다. 우리 엄마, 나의 엄마라고 말할 때 한국식 사고로는 우리 엄마가 입말에 더 맞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여기서 우리란 듣는 사람을 포함해서 우리가 아니고 나와 엄마를 아울러 우리라고 말한다는 설명에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부랴부랴와 부랴사랴가 어떻게 생긴지에 대해서도 알았기에 그 의미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모두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을 보면서 우리말 어휘의 미묘한 차이라든지 뜻에 대해서 사전도 말해주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책을 알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쁘다. 그간 표준어 규정, 맞춤법, 외래어 표기법 등 말의 법칙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면 앞으로는 관심의 영역을 우리말에 대해서도 두어야겠다.
우리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