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인류 역사에 3가지 문명의 물결이 도래해 세계를 변화 시켰는데 농업사회 문명(제1의 물결), 산업사회 문명(제2의 물결), 최근에 시작된 지식사회 문명(제3의 물결)이라고 했다. 그리고 각각의 물결에는 그에 어울리는 삶의 양식이 존재한다. 요즘 중년의 대량실직과 평생 직장의 붕괴등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데 지식, 정보화 산업에 기반을 둔 사회, 고령사회, 첨단사회의 새로운 세계에 어울리는 새로운 삶이 요구되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이 제3의 물결에 기반을 두고 새로운 인생모델을 정립하는게 ‘제3의 인생’이라 정의를 하고, 이는 현재 중년실직자나 직장인, 나아가서 젊은층과 우리 자녀들에게도 해당되는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한다.

 

말이 너무 거창했다고? ‘새로운’이란 단어가 많이 들어갔다고? 그럼 쉬운 말로 해보자. 요새 몇집걸러 한 집은 실직에 직,간접으로 엮여 있다. 내 남편, 우리 아버지, 친구, 친인척 등 셀수 없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내가, 우리집이 당하지 않았지만 언제 내게 다가올 일인지 모른다. 그럼 방심하고 있다가, 나는 안전하겠지 하다가 뒤통수를 맞을 것인가 아님 충분히 대비하고 제3의 인생을 충분히 계획해서 또다른 기회로 삼을 지는 우리 손에 달려있다. 우리에게 이젠 정말 익숙한 단어 ‘삼팔선’‘사오정’‘오륙도’가 현실이다. 회사라는 조직내에서 잘 나가는 ‘조직형’인간이 되기 위해서 업무능력외에 충성심 경쟁, 사내정치, 연줄, 처세술,언행상의 기교 등의 비업무적 요소를 열심히 했지만 어느날 갑자기 실직을 당하기도 한다.

 

실직했을때 일차적으로 배신감과 분노등 정신적 충격이 온다. 또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 갈까. 왜 하필 내게 실직이라는 가혹한 짐이 주어지는가?’하는 정체성의 혼란이 오고, 대인관계는 단절되기 마련이고 (가족도 포함이 된다), 물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오는 것은 당연지사다. 거기에 재취업은 하늘에 별따기라 창업을 해보지만 섣불리 덤볐다간 퇴직금도 날리기가 쉽다.

 

이 시대에 더 이상 중년실직은 인생패배가 아니다. 평생직장이란 말은 이제 없어지는게 세계적 추세이며 남자가 군대를 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생의 황금기에 통과해야만 하는 관문이다. 평균수명이 80세인데 조금 일찍 남은 여생을 준비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럼 이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삼아야 할까. 조직에 의존하던 습관을 버리고, 개인적 능력을 키우고, 삶의 방향을 내게 맞게 세워야 한다. 성공하고 싶으면 나이를 의식해 위축되지 말고, 하고 싶은 일, 창업, 귀농 뭐든 잘하는 일을 찾아보자, 그리고 손에서 책을 놓지 말고 관심 분야의 인터넷 공호회나 카페에 들어 끊임 없이 공부해 거기의 전문가가 되라. 눈을 들어 살펴보면 나이 50, 60에 새로운 일을 찾아 성공한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인생에 막다른 골목은 없다. 하나의 시련이자 위기일 뿐, 결코 인생의 실패나 끝이 아니다.

 

인간극장이라는 TV프로에서 몇 년전 삼십대의 젊은 엄마가 치매에 걸린 얘기를 방송을 한적이 있다. 남편과 아이들을 못알아보고 자기 이름도 쓰지 못한다. 충격이었다. 노인들에게 일어나는 증상인줄 알았는데 작은 아이가 이제 겨우 6살인 여자가 치매라니...한동안 건망증이 나타날때면 혹시? 하는 생각을 했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무언가를 자꾸 잊어버리고, 메모해 둔걸 보고도 무슨 뜻인지 모르고, 어느날 운동하다가 집을 잃어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50살인 하버드 교수 앨리스는 처음엔 스트레스에 폐경기 증세라며 가볍게 여겼지만 ‘조발성 알츠하이머’판정을 받는다.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는 대부분의 책이 알츠하이머에 걸린 환자의 가족들의 입장에서 적은 글과는 달리 환자 본인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해 나간다. 생각해보면 늘 기억을 못하는게 아니니 충분히 나머지 시간에 자기의 병에 대한 어떤 마음을 가지게 될까 궁금하다.

 

처음엔 당연히 받아들일수 없는 가족이다. 남편과 세아이 그리고 사위까지 충격과 놀람 자체였다. 집안에서 화장실을 찾지 못해 실수을 하고, 팬티를 스포츠 브라로 착각하고 머리에 쓰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는 남편의 마음은 어떨까. 하지만 제일 받아들이기 힘들고 믿을수 없는건 본인 자신이 아닐까, 가족들이 하는 대화를 따라가기 힘들고, 자신을 믿을수 없게 되고, 딸들을 알아 볼수 없게 된다.

 

앨리스는 자기와 같은 환자들의 주홍글씨만 보고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한다, 실수를 저질러도 겁에 질리거나 개인적인 유감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힘을 달라고 한다. 기억력, 언어, 인지능력이 손상되었지만 가족과 전문가들 모두와 치료를 열심히 받으니 손을 잡고 도와 달라고 한다. 그들은 늘 오늘, 현재를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날 그걸 잊게 된다고 해서 오늘 이 순간을 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잊게 되겠지만 그들에게 오늘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어느날부터 나를 잊는 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닐것이다. 단지 기억을 하지 못할 뿐이다. 세상에 많은 앨리스들에게 용기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도 응원을 보낸다.

 

책을 다 읽은 후 덮으면서 궁금증이 들때가 많다. 작가에게 ‘왜 그 장면에서 그렇게만 썼어야 했나요. 엔딩부분에 많은 의문이 들어요’라던가, 주인공에게 ‘넌 정말 누구를 사랑한 거니, 왜 그때 그런 행동을 했나요’하고 말이다. 물론 작가의 손을 떠났으니 나머진 독자의 몫이라고 하지만 도저히 못참들땐 작가, 주인공의 생각들이 사상들이 궁금할때가 많다는 말이다. 혹시 이미 생존에 없거나 책속의 주인공들에게 질문을 한다면 그들의 대답은 어떨까 하고 혼자 생각하는 것도 또 하나의 고통을 동반한 즐거움이 될테지.

 

꼼꼼하게 책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거나 표지를 제대로 살피지 않는 성격이라 [문학의 전설과 마주하다]를 손에들고 읽을때는 나름 작가가 작가를 평하는 책인가 싶었다. 첫장에 나온 <모비딕>의 에이헤브 선장을 장영희 교수가 인터뷰를 하는데 그제서야 꼼꼼히 표지를 살펴봤다. 아하, 정말 가상 인터뷰였구나. 지금은 만날 수 없는 그들. 우리가 책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들과 지금 이 시대의 글쓰는 이들이 나누는 대화였다. 처음엔 어색했던 이런 만남이 마음에 든다. 카프카에서 미당 서정주까지 문학의 전설들 25인과 마주하고 정말 궁금했던 질문들을 던졌다.

 

시인이고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장석주가 시인 서정주에게 묻는다. ‘소년 미당은 어떤 아아 였습니까,’ ‘선생님이 가장 힘들었을때는 언제였나요,’ ‘평생 꼬리뼈처럼 달고 있던 친일 문학인이라는데 변명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가요?’ 그럼 서정주도 대답을 하는 형식이다. 문학평론가 김명인에게 참여문학의 정신적 젖줄이었던 신인 김수영은 그동안 무덤 속에 드러누워 긴 잠을 자기도 했고, 전태일이가 죽었을때 유신체제가 시작되었을때, 광주사람들이 죽어나갔을때는 잠을 못이루고 직접 세상을 h나가서 사람들 곁에 있기도 했다고 말한다.

 

책은 세부분으로 나눠있는데 두 번째는 ‘20세기가 21세기에 답하다’는 소재를 달고 있다. 만해 한용운은 이도흠 교수와 이 시대를 논한다. 이라크전쟁과 1913년 쓴 <불교 유신론>을 요즘 불교에 대해 다시 쓴다면 무엇을 말해야 할까를 말한다. <조선 상고사>를 쓴 독립운동가 신채효는 자신이 속해 있는 민족의 위기 앞에서 사서삼경만 독경하던 당시의 조선의 선비들이 죄다 무능한 글벌레처럼 느껴졌다며, 요즘같은 힘의 역학관계가 중층적으로 얽힌 세계화 시대에 젊은 세대들이 옹골지면서도 열린 사상적 모색을 할 필요가 있다는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이밖에도 장영희 교수는 자신의 다리를 빼앗아간 흰고래를 죽을때까지 쫓는 <모비딕>의 에이헤브 선장과 마주하고,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연암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의 허생을 만나 소설속의 일들에 대해 자세히 물어본다. 또 작가 최수철은 자신의 소설 <페스트>의 주인공 강시우를 불러 페스트(자살병균)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우리가 오늘, 어제 아니면 그 예전에 읽은 책중에 꼭 불러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는가, 그럼 끄집어 내어보자. 막상 보니 할말이 별로 없다면 이 봄날의 좋은 날씨에 대해 얘기라도 해 봄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