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아이와 이천도자기축제에 갔었다. 각종 도자기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보고, 만질수 있었고, 아이는 자기손으로 자기 만들기 체험을 했다. 직접 흙을 만지고 동그람 모양으로 만들면서 신기해 하고 재밌어했다. 얼마뒤 잘 구어진 아이의 작품이 도착했고 지금까지 그 연필꽂이는 아이의 보물1호이다. 그때 도자기 굽는 분들이 한덩이의 흙을 여러 가지 모양의 도자기로 순식간에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고는 감탄을 했었다. 밥그릇모양부터 찾잔 모양, 호리병모양, 신기한 동물 모양까지 정말 사람의 손으로 만들었을까 생각을 할정도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자신의 꿈과 신념을 위해 열정적으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서출판 <풀빛>의 ‘우리 역사속의 숨은 일꾼 이야기’ 시리즈 중에서 [내가 찾은 도공]을 읽었다. 학교다닐때 배운 ‘고려는 청자, 조선은 백자, 상감기법, 분청사기’... 등이 도자기에 관해 알고 있는 전부였다. 몇 년전에 뉴스에서 우리 나라 도자기가 미국의 미술품 경매에서 십억원이 넘는 돈에 팔렸다는 얘기를 듣고 자랑스런 마음에 어깨를 으쓱했었다. 책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세계 최고의 그릇을 만들며 장인정신이 투철했던 ‘도공’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애석하게 ‘도자기’하면 유럽의 부자집 거실에서 부인들이 마시던 화려한 찾잔과 일본인들이 늘 마신다는 차를 따라먹는 다기가 떠올랐다. 물론 다 읽고 난 지금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나라와 도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뼛속까지 도공이 되려고 노력했던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면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 도자기를 빚는 도공들처럼 우리 주변에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기억하고 배울수있는 기회가 될것이다. 

수공이는 도자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채 좋아하던 민지를 따라 도예반에 들어온다. 재미없고 지루할거라 생각했지만 선생님과 친구들과 박물관도 가고 역사를 알게 되면서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임진왜란때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도공들, 최고의 기술자이지만 천대받았던 그들 때문에 마음 한구석이 뜨거워진다. 도자기와 역사에 대해 많이 배운 수공이는 어린이 도공 대회에 나가기 위해 실습을 하고, 축구공모양의 도자기 만들기에 도전한다.

 도자기의 종류, 5천년전부터 시작된 역사, 기법에 따라 이름이 붙여지는 법, 태안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보물이야기, 숨쉬는 항아리 옹기, 흙을 구웠은데 도자기가 반짝 거리는 이유, 도자기 축제 이야기까지 구석 구석 도자기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그럼 이제 도공의 흔적을 찾아 소공이와 도예반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보자.

몇 년전 <1%의 어떤 것>이라는 드라마를 재밌게 봤다. 부잣집 남자가 평범한 여자를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해 달라고 할 확률이 1%는 될까 하면서도 은근히 빠져드는 대사와 스토리에 열렬한 애청자 였다. 나중에 그게 현고은의 원작이 있다는걸 알고 읽었는데 책도 드라마 만큼이나 흥미로운 대사와 이쁜 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 였다. 늘 해피앤딩에 잘생긴 남자와 예쁜 여자가 등장하는 공식이 있는 달달한 로맨스 소설 <유령과 토마토><봄날의 팔광><지금은 전쟁중><사자‘s 러브>등의 책을 낸 현고은의 [인연 만들기]를 읽었다.

 

아홉 살 때 한국을 떠나 캐나다에 살고있는 상은이는 자신을 캐나다 인 빅토리아라고 생각하지만 아버지의 생각은 다르다. 남자친구 알렉스를 데려온 날 아버지는 노골적으로 반대를 표시하고 어릴적 사돈을 맺기로 약속한 적이 있다며 한국에서 1년을 지내라고 말한다. 한편 한국에 있는 여준은 부모님이 회사경영권을 두고 협박(?)을 당해 정혼자를 만나보기로 한다. 이렇게 서로 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타인의 의지로 만난 두사람의 인연만들게 되는 운명일까 아니면 억지 인연으로 끝날것인가.

 

부모님의 간섭이 부담스러운 두 사람은 늘 만나면 티격태격이다. 무늬만 바람둥이 그 남자와 어설픈 날라리 그 여자는 서로가 마음에 안들지만 부모님의 참견을 줄이려고 서로 사귀는 척을 하기로 한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게 특히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일이 생기고 정이 드는 게 법칙이라도 되는걸까. 서로 다른 이성을 만나도 상관 안하기로 했지만 자꾸 신경이 쓰이고 예뻐보이고, 만나면 헤어지기 아쉽다. 하지만 괜한 자존심 때문에 먼저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두사람의 알콩달콩 사랑은 쉽게 진도를 나가지 못한다.

 

상은과 여준은 언제 서로가 인연이라는걸 깨닫게 될까, 멀리있는 남자친구 알렉스는 어쩌란 말인가. 두사람의 입에서 ‘사랑해’라는 단어는 언제쯤 나오게 될까,...밝은 사랑의 이야기는 언제나 읽는 사람을 유쾌하게 한다. 2편은 상은의 동생 효은이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는 사랑이야기라고 한다. 언니의 이야기 처럼 재밌을까? 얼른 만나고 싶다.

 

‘구텐(guten)은 ’선한‘,’마음씨 좋은‘이란 뜻의 독일어다. 그러니까 제목인 ’효자동 구텐 백‘은 풀이하면 ’효자동에 사는 마음씨 좋은 백씨‘정도가 되겠다. 장애인을 위해 아름다운 병원을 짓는 사람, 푸르매재단 백경학 이사의 특별한 인생이 적힌 책이다.

 

사회부와 정치부 기자생활을 하다가 독일에서 2년간을 연구원으로 보내고 귀국 한달을 남겨놓고는 아내와 영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추억을 만들자며 떠난 가족여행에서 아내는 다리를 절단하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낯선 영국과 독일에서의 생사를 넘나들던 촉박함, 그리고 힘든 병원생활이야 짐작만 해도 얼마나 끔찍할지,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열악한 재활병원의 실태와 어려움들을 적은 부분에서는 희망을 발견하기 어려워 보였다. 막상 닥치고 겪어보니 재활병동과 재활의학과는 숫자적으로도 부족하고, 환경도 열악했다. 응급환자나 외과환자의 경우 각종 수술과 검진을 통해 높은 의료비를 받을수 있지만 재활환자는 한마디로 돈이 되지 않았기에 병원설립을 꺼리고 있었다.

 

하지만 백경학 부부는 절망하지 않고,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조심스런 꿈을 그렸다. 영국과 독일의 재활병원에서 경험한 것처럼 환자의 부름에 늘 응답하고, 환자를 인격체로 대하는 작고 아름다운 병원을 만들겠다는 꿈을 키워갔다. 필요한 돈을 만들기 위해 국내 최초의 하우스맥주 전문점 ‘옥토버훼스트’를 내고, 소유하고 있던 회사지분과 보험회사로부터 아내가 사용할 전동휠체어와 의족 구입을 위한 ‘우선 피해 보상금’을 합쳐 ‘푸르매재단’을 설립했다. 아마 혼자만의 힘이라면 해내지 못했을 일들은 장애인 문제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 덕분에 해낼수 있었다. 박원순 변호사, 강지원 변호사,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님, 홍보대사를 기꺼이 허락한 가수 강원래, <지선아 사랑해>의 이지선, 잡지등에 실린 글을 보고 찾아와 뜻을 같이 한 많은 사람들...등 더 이상 백경학 부부는 외롭지 않았다.

 

이렇게 책은 갑자기 부부가 겪은 희망을 전부 빼앗긴 사고, 하지만 거기서 죄절하지 않고 재활전문병원을 설립하기까지의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매년 3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교통사고와 질병등으로 후천적 장애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맘놓고 치료할수 있는 병원이 시급한 실정이다. 푸르매 재단은 현재 최초의 장애인 전용 ‘푸르매 나눔 치과’와 저소득층 장애 어린이를 위한 ‘푸르매 한방 재활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앞으로 환자중심의 재활전문병원과 어린이재활센터의 건립을 위해 각기단체의 힘을 모아 노력하는 중이다.

 

세상은 요즘 좋은 소식이란 없어 보인다. 티비를 켜기가 무섭다. 하지만 살펴보면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은 많다. 가진것이 많은 사람만 기부를 하는것이 아니다. 적은 돈의 후원이지만 그들이 꿈을 갖게 하는데 보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제2, 제3의 구텐 백이 나타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