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더위를 이기지 못해 거실에 에어컨을 켜고 소파에서 잠을 청하는 나의 모습에 아내는 항상 한마디 한다. 잠은 방에서 자야지... 잠은 침대에서 자야 하는 거라고 ....

 

그런데 어쩌겠는가. 침대가 있는 안방은 바람이 통하지 않아 더위를 잘 이겨내지 못하는 나는 그 방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숨이 탁탁 막히는걸 ...

 

1년의 몇 달은 내 방은 거실이 된다. 바닥에 에어매트 두 겹 깔고, 선풍기나 에어컨을 켜면 꿀잠을 잘 수 있으니까. 한때 아이의 공부방은 거실이었다. 좁은 방에 큰 책상을 놓고 놓을 수 없어서, 그리고 거실에 TV가 없던 시절이 있었기에 거실 한 모퉁이에 큰 책상과 의자를 두고 아이와 함께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가끔씩 옆 컴퓨터 책상에 앉아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며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공유했다. 지금은 식구 모두 자기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기 일수이긴 하지만.

 

사물이나 공간의 역할이 원래 우리가 알고 있든 그 역할과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들로 인해 변해가고 있다. 내가 거실을 어느 시간대는 잠자는 방으로 정의했듯이 자기가 그 공간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공간의 색깔이 변한다. 다다익선, 거거익선의 세대에서 점점 혼술, 혼밥의 시대가 되었고, 타지로 떠난 자녀들의 첫 보금자리는 방하나 거실 하나 혹은 방 둘 거실 하나에서 시작하는 것이 상식이 되어간다.

 

거실이 내 방이 되기도 하듯 혼자 사는 작은 방 하나, 작은 집에서 사는 이들에게 집의 구조, 집을 구성하는 여러 공간의 정의는 결국 공간의 주인이 필요에 따라 정의하는 것에 달려있다. 결코 불변의 역할은 없다.

 

침대를 거실에 두겠다고 과감하게 선언하는 책이 있다. 건축을 전공한 서윤영씨가 쓴 "침대는 거실에 둘게요"는 점점 개인화로 달려가는 현대 사회에서 개개인의 공간에 대한 해석의 변화를 심도있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간 책이다.

 

한국의 주택을 구성하는 핵심 키워드는 아파트. 똑같은 크기에 똑같은 구조를 가진 박스형태의 집에 아래위로 바글 바글 사람들이 산다. 방 셋에 부엌 하나 거실하나의 국민주택 규모의 아파트 구조는 천편일률적이다. 어딜 가든 어떻게 놓고 살 것인지, 그 구조를 어떻게 살 것인지 눈에 훤하다.

 

저자는 1인 혹은 2인 소규모 공동체가 어떻게 하면 공간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철저하게 개인에 집중한 집에 대한 개념의 혁신을 제시하고 있다. 공간의 변화에 대한 역사적 고찰도 빠짐없이 하고 있다.

저자의 필체가 꽤 간결하다. 윽박지르듯 풀어가지 않는다. 적당한 밀당도 있다.

 

1.5인 가구가 어떻게 주거공간을 나누며 살수 있는지, 나는 어떤 미래를 꿈꾸며 살려 하는지 싱긋 웃으며 보낸 귀한 시간이었다.

"나의 나된 것은 오로지 주의 은혜라.."
나의 지금 모습, 나의 옛 모습, 어둠에서 건져 밝은 주님의 나라에 갈 수 있도록 일으켜 새워주시고, 그 곳에서 나의 입술로 주를 찬양하게 된 것도 나의 "힘", "나의 능력"으로 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주님께서 값없이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의 산물이라는 고백의 찬양을 기억한다.

어릴 적 멋 모르고, 무엇이 진리인지 아니 그것을 찾아야 하는지 관심도 없이 그저 부모님 손에 이끌려 백원 한개 헌금함에 넣으며 다녔던 교회의 문턱은 청년을 거친 나의 신앙 행로에서 커다란 변곡점을 만나고 하나님께서 은혜로 주신 "믿음"을 통해 주님을 만나게 된다.

믿음은 나의 행위, 나의 힘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건만, 정작 성경은 "하나님의 선물"이며, 나는 그 믿음을 얻기 위해 "흉내"를 내거나 "척"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

제대로 된 믿음의 본질을 만나기 어려운 시절이다. 그냥 "믿으세요. 그럼 다 믿어져요.."라고 하지 않고 믿음의 큰 본질과 맥락을 엮어 풀어나간 노진준 목사의 "믿음을 의심하다"를 만단다.

0 을 무엇이라 읽는가? 영, 혹은 제로(Zero)라고 읽으며 숫자의 기준이 되는 숫자라고 배웠다. 배웠지만 사실 0이 0 다움을 이해기에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그래서 그냥 "공리"로 믿기로 한다. 수학도 믿음으로, 약속으로 시작을 한다. 성경의 이야기를 나의 지식으로, 나의 상식으로 믿으려 해도 믿겨지지 않는 난관들이 너무도 많아서 나의 힘으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들 한다.

나의 힘이 아닌 하나님께서 절대적으로 우리를 신뢰하여 우리에게 모든 것을 "믿을 수 있는 믿음"을 선물로 주셨기에 나는 평생을 주님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노진준 목사의 믿음에 대한 접근은 제목에서 부터 매우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다. 성경에서 제시하는 믿음의 본질에 대한 동의가 제일 먼저이며, 그 동의 후에 나의 삶에서 증명해나가는 신뢰 즉 따름이 있어야 제대로 된 믿음을 정의한다라고 말한다.

"믿음에는 지식이 절대로 필요합니다. 바른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냥 무엇이든지 진실하게 믿으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P209

특히 그 믿음을 굳건하게 세우기 위해서는 만드시 말씀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이비와 이단은 그들의 신앙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엉뚱하고 잘 못된 지식을 전파하며 현혹시킨다. 제대로 된 것을 알지 못하니 당연히 그들의 잘못된 길을 진리로 오해하고 만 것이다.

몇 주간의 믿음 사경회를 만난 느낌이다. 다 알고 있다라고 혹여 생각하고 살았다면 분명 나는 깊은 무릎꿇음과 기도로 믿음을 구해야 할 지도 모른다.

새로운 신앙 공동체의 식구들이나 오래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의 굳건함에 더 보강이 필요한 모든 크리스쳔들에게 귀한 지침서로, 귀한 상담서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채팅 앱이라는 개념이 나오기 십수년 전 삐~ 삐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접속한 검은 바탕의 하얀 글씨 마당엔 수십명의 아이디로 둔갑한 사람들이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정말 주제도 없고 그저 인사만 하고 나가는 사람, 뒷담화만 신나게 하는 사람, 봇이 도는지 매번 같은 대답만 늘어놓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모여 떠드는 공간을 "채팅공간", 그런 화면을 채팅창 이라고 부르곤 했다.

 

채팅을 우리 말로 바꾸면 "잡담",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가 된다. 아무 것도 아니라니? 혹은 무게가 덜 나가는 말이 되는 건가? 아무튼 수다, 잡담을 늘어놓는 공간은 우리 24시간 안에 만나는 공간 중 많지 않은 공간이다. 수다 떨기 좋아하는 나에게 수다 혹은 잡담은 상대와의 교감력을 "자랑"하거나 교감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만남 가운데 대화가 끊어지는 것을 정말 굶는 것보다 싫어하는 나에게 그 빈 공백을 매워줄 수 있는 것이 "수다"였고 "잡담"이었다.

 

다만 아무하고 잡담을 나누진 않는다. 어쩌면 계속 그리 할듯 하다. 유독 우리만 그러진 않겠지만 한국 문화엔 낯선이들에게 반갑게 인사하거나 그들과 시시콜콜하게 관계의 물고를 틀 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는 사람마다 물론 다르겠지만 그리 낯익은 풍경은 아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이웃 주민들과도 눈인사 외에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정말 정말 드물다. 그 만큼 우리라는 울타리안에 들어서는 것이 정말 힘겨운 "과제"인 민족이 우리나라인 듯 하다.

 

서양 문화권에선 누군가와 처음 만났을 때 어색한 분위기를 누그뜨리기 위해 하는 가벼운 대화기법이 많이 발달했다. 친구, 소개팅, 업무 파트너, 혹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반드시 있는 관계에서 행해지는 작은 이야기를 스몰토크(Small Talk)라고 한다.  어색함을 줄이고 빠른 관계 맺기에 매우 중요한 스몰토크가 우리나라에 "이론과 실제"로 알려진 것이 그리 오래지 않을 것으로 안다.

 

잡담을 한다는 것은 그 만큼 "관계"가 깊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아무나 하고 눈을 마주치며 지난 주, 어제, 혹은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이나 자신의 개인 사를 늘어놓는 일은 우리에겐 매우 드물다. 업무적이든 개인적이든 충분한 래포를 형성한 다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잡담인데, 그런 관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으로 스몰토크라는 기법을 써보라는 손길을 만나게 된다.

 

데브라 파인이 지은 "Small Talk, No Chat", 잡담말고 스몰 토크를 만난다. 상대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그들과 한 공간, 같은 시간을 나누기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스몰 토크 이론을 하나씩 사용해보라고 한다.

모든 것 내려놓고 총16챕터를 읽어내려가면서 한 가지 궁금증을 품게 된다. 과연 얼마나 관계 맺기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까? 우리 나라와 같은 문화권에서 말이다. 아주 개인적인 통계들일텐데, 정확한 수치로 증명할 수 있을 까?

 

아무튼, 결론으로 내린 스몰 토크의 핵심은 "나 부터 먼저 나서서", "말 뿐 아니라 상대의 눈을 주시하며 그가 이야기하는 몸짓 까지 읽어야 하고", "예, 아니오와 같이 단편적인 답이 아닌 열린 질문을 해야 하며", "취미든 관심사든 아주 사소한 것 부터 이야기 보따리를 꺼내라 하며", "상대의 이야기에 경청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이다.

 

결국, 아싸가 아닌 인싸로 나서라는 의미.

 

어렵다. 하지만 익히 알고 있는 대화기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거창하지 않게 상대를 존중하며 그의 이야기를 듣는 자세를 취한다면 당연 스몰 토크는 빅토크가 될 수 있으리라.

 

크고 어려운 기술은 아니다. 다만 앞서 이야기한 것 처럼 우리 문화에서 얼마나 잘 정착할 수 있을지, 다른 대화법과 큰 차별점은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