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고성이 오간 하루다. 도대체 무엇을 얻고자 사람들이 모였단 말인가 서로 상처를 주기 위해? 그동안 받은 아픔을 10배는 더해 상대에게 던져주기 위해?

한결같이 나는 잘났고, 상대는 못났다. 아니면 상대를 그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가 보다. 상대는 최소한 한 조직의 "리더"다. 그래서 그에게 기대하는 것이 크다. 그가 제대로 판단을 해서 함께 하는 이들에게 제대로 방향을 제시해주길 원하고, 그 방향으로 좌로, 우로 치우치지 않게 하기 위해 협력자들이 힘을 더해 앞을 바라보며 달려가고 싶어 한다. 그만큼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그 곳이 위험하고 위태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사자는 혼자만의 위기감에 빠져 있다. 항상 혼자 고민해서 얻은 결론을 "감정" 듬뿍 실어 파트너에게 던져 버린다. 그것이 옳다고, 그것만이 진리라고 ... 하지만, 주변이 동료들은 그의 결론을 인정하지 않는다. 현실감 제로의 결정에 치를 떤다.

소설이 아니라 오늘 직장에서 만난 일이다. 그도 사람이고 나도, 주변의 모든 이도 "사람"이기에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살아간다. 성공은 아니어도 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실패는 하고 싶지 않은데, 오늘도 뒷담화만 몇 시간을 허비했는지 모른다.

갑갑하고, 답답한 하루를 보냈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은 나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듯, 날카롭게 지적하고, 아낌없이 평가를 해준다. 인간관계론의 정점에 있는 데일 카네기의 2018년 출간한 카네기 인간관계론은 어떻게 대화하여야 하는지, 어떻게 사람을 만나 관계를 가져야 하는지 원칙론 기반으로 기준을 제공한다.

6개 챕터로 구성한 관계론을 정리하면

비판하지 말고 상대를 칭찬하라.
관계의 상대가 나와 인간대 인간으로 관계를 갖도록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자극을 주어라.
상대도 인간이니 관심을 가지며, 상대의 이름을 기억할 때 더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미소를 머금고 상대의 말에 귀기울며 상대가 관심을 갖는 이이야기부터 꺼내 관심사를 공유하라.

등등의 관계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라는 메세지를 전달한다.

오늘 사무실에서의 사단은 결국 "상대를 인정하지 못했던 것" 때문에 상대와 논쟁을 하고, 상대의 잘못부터 지적을 했던 것 같다. 그렇다. 오늘 내가 만난 사태의 처음과 끝은 결국 관계의 부실을 초래한 상대를 부정함으로 출발한 행동의 산물이다.

다행인 것은, 이 책의 여러 조언들이 그나마 이 정도로 멈출 수 있는 스탑 사인으로 역할을 다했다는 것이다. 아쉽지만 아직은 시간이 남아 있으리라 믿는다.

데일 카네기 코리아에서 펼치는 다양한 코스를 경험하면 조금 더 관계 부실로 일어난 아픔을 덜 수 있을까? 어떤 것이 정도일지, 그 길을 제대로 방향 잡아 갈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을까?

책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 뿐 아니라 한계를 고스란히 경험한 하루로 기억될 듯 하다.

다시 정독을 해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듯 하다.
 

생김새도 크기도 빛깔도 다르지만 하나로 연결되어 마치 한몸같이 움직이는 화물차같은게 인생이라 할까. 20대의 색깔, 30대의 색깔이 다르고, 그 빛을 이어 40대 50대에 바래지는 색과 크기를 달리해가는 인생 화물열차를 책을 통해 만나든, 영화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단편소설 작가들은 작가의 나이먹음과 그가 만들어가는 작품의 나이듬이 평행을 달리는 듯 하다. 1937년 생이면 전성기를 지나 노년의 삶을 살고 있다 할 나이인데도 활기를 내려놓지 않은 작가의 작품을 만나면 만나는 첫 순간부터 내려놓을 때까지 흥분을 잃을 수 없다.

 

빅토리아 토카레바(Виктория С. Токарева) 의 단편소설집 "티끌 같은 나"를 만났다.

 

안젤라는 사브라스킨의 눈동자를 쳐다보면서 그의 말을 경청했다.나브라스킨의 날개가 자라고 있었다.그는 피그말리온처럼 자신의 작품을 조각했고, 자신이 만든 작품에 마음을 빼앗겼다. (-155-)

 

다섯 편의 단편을 묶어 나온 티끌같은 나는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기도 어려운 ,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도 알지 못할 정도로 구석진 삶을 살던 주인공 안젤라가 영화 평론가 키라와 만나고, 불륜에 빠지고, ... 등 처럼 마치 1980년대 대한민국 서울 중심 어느 곳에서 일어날 법한 시골여자 상경기를 보는듯한 아련함과 가슴 답답함을 느끼게 해준다.

먼지만도 못하고, 덩굴만도 못한 존재 티끌로서 자신이 생각하고, 타인이 생각하는 그런 삶을 살아야 했던 주인공의 일생을 고구마 100개 먹은 가슴처럼 느끼며 읽어내려간다.

 

자본이 모든 것을 휘감아갔던 모스크바의 어느 가로등 밑에서 자신이 가질 수 없었던 돈, 그리고 그 자리와 권력의 맛, 향기를 느껴가며 그것을 얻기 위해 티끌같이 부질없는 몸뚱아리를 현실에 내던지는 안젤라의 일생을 읽어내려가는 내내 안타까와 하고 한숨과 함께 아파해야만 했다.

 

그 시절 러시아 여성들의 인생은 어떠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고, 지금의 우리와 비교하게 된다. 난 페미니스트도 여성우월주의자도 아니다. 다만 신이 준 인간이라는 지위를 그대로 기억하고 싶고, 모두 보잘 것 없는 피조물이라는 생각일 뿐이기에 우리가 티끌만큼 더 우월하다는 자만조차 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러시아 대 문호들의 글 외에 처음 접한 작가이어서 그럴까? 그 문화를 먼저 가슴으로 이해하지 않고 읽는다면 물음표 몇개는 달고 책을 덮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오랜만에 책으로 만난 러시아 여성의 삶, 이 시국이라 직접 만나보고 싶지만 잠시 미뤄야 할 그들의 문화 , 인생을 만나보게 된다.

제주 4.3 사건은 1947년 3월 1일 경찰의 첫 발포로 시작하여 48년 4월 3일 제주에서 발생한 봉기로 무력충돌과 진압으로 7년여간 최소 3만명 이상의 제주민의 희생을 낸 사건이다. 우익과 좌익, 세력을 잡기 위해 가족도 친척도 친구도 하루아침에 등을 돌리게 만들고 서로를 향해 총부리와 죽창을 들게한 사건이다.

 

지금도 그 동리에는 눈물과 아픔이 서려있다. 친척간에도 만남도 사라지고, 남남이 되버린 친구들간에는 원수보다 더 아픈 가시가 가슴에 꽂혀있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은 제주와 같이 동떨어져있는 지리적 특수성을 가진 지역에 더욱 큰 상처를 준 오해와 상처를 남겼다. 비단 제주 4.3 뿐이겠는가? 내가 기억하는 나의 할아버지, 나의 아버지가 살고 계셨던 바로 그 동리에도 친구였던 그가 왼쪽 팔에 빨간 완장을 차고 쌀을 빼앗아가고, 약탈과 방화를 일삼다가 전세가 역전이 되자 동굴로 도망가고, 결국 비참하게 끌려나와 매질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기억이 나실 때마다 하시는 아버지를 통해 듣는다.

 

세대가 바뀌고, 강산이 갈아엎어져 우리의 진골이 진토가 될때, 역사를 증언할 그 분들의 목소리를 듣기 어려워질 때 기억이 희미해지기를 원하는 누군가들의 소원을 들어준 하늘이 힘을 발휘하면 사라질 지도 모른다.

 

소설로 다시 돌아온 6월 25일, 그리고 성천전투, 그리고 시월폭동은 누구에겐 폭동으로 누구에겐 사건으로 누구에겐 끔찍한 학살의 시작으로 다가왔던 4.3 사건과 그 궤를 잇는다. 작가 김제철님의 "그린펜션"은 그 시절 꿈많았던 우리 가족들이 전장과 이념의 장에서 겪은 다양한 사건들을 그들의 자손들의 만남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베일을 벗겨가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역사 소설이자 현재의 우리에게 주는 메신져이다.

 

그린펜션으로 초대장을 들고 온 백경훈, 이지훈, 장동식, 김준규 4인의 가족사가 그들의 대화를 통해 드러난다. 누구는 남한군으로, 누구는 좌익으로 살아야만 했던 그들의 아버지, 그들의 할아버지 이야기를 상대를 바꿔가며 이야기해나가는 과정을 펼쳐간다.

 

그리 길지 않은 단편 소설이지만, 글의 짜임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우리의 이야기가 읽는 내내 주목하고 앞의 스토리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만든다.

 

한편으로는 너무 짧아서였을까? 책 제목과 다른 끝나지 않은 계절이 단편으로 실려있다. 책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한다면 최소한 책의 저자, 출판사는 교정과정까지 꼼꼼하게 거쳐 최소한의 오타, 문맥상 오류를 잡아야 한다. 아쉽게도 눈쌀을 찌뿌리게 만드는 문맥의 중복이 있었다.

 

108페이지와 109페이지 사이의 한 문단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다. 문구의 재사용 차원이 아닌 오류라 볼 수 밖에 없다.

 

그린펜션으로 얻은 긴장감을 한순간에 풀어헤쳐버린 오류가 조금 허탈감을 얻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