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없는 월요병을 앓고 있는 직장인 중 하나인 나는 무사히 월요일을 버티고 오늘을 맞는다. 말도 안되는 시간에 말도 안되는 분량의 업무를 떠넘겨주고 아무렇지도 않게 출근한 총괄의 얼굴을 보자니 울화가 치민다. 금요일 퇴근 전에 슬쩍 일거리 던져주고는 월요일 아침까지 해오라고?. 그게 말이 되?? 주 6일 근무하던 석기시대도 아닌데.
물론 본인도 바쁘고 힘들겠지만, 입으론 맨날 "우린 한 팀이고, 한 가족이야. 형~ 해봐.." 하면서 은근 슬쩍 팀원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진짜 묻고 싶었던 건 "그럼 엄마는 어디 계세요?"..
회사의 캐치프레이즈에 가족이라는 단어를 넣었던 기업들이 많다. 아직도 많이 있을 것이다. 가족이 경영을 해서 그럴까? 가족과 같이 허물없이, 사람과 사람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그 경계 안으로 들어와서 하나의 공동체처럼 함께 활동하자는 취지가 다분하게 깔려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말을 내놓는 이들 앞에서 소속을 "당"해야 하는 이들은 일단 한발자욱 멀어지고 싶은게 사실이다. 저들이 언제 돌변할 지 모르기 때문일지도.
라떼 세대 입장에 서서 봐도 그렇게 울타리 안으로 가둬놓고 뒷통수를 쳤던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음을 고백한다. 한 울타리의 장점도 있지만, 한 울타리에 있는 소속원들이 함께 누려야 하는 "기본"을 직위, 직책에 맞게 정립해 놓은 메뉴얼이 있었으면 했는데, 오랜만에 깊은 공감을 할 수 있는 책을 만났다.
회사는 가족같은데 그 회사에게 거침없이 하이킥 대신 어퍼컷을 날리겠다는 조기준님의 직장생활 가이드북이다. 책의 두께도, 장수도 남성 직장인이라면 자켓 안주머니에 쏙 들어갈 만하고, 여성 직장인이라면 핸드백 안에 들어갈 만한 책이다.
총 3부로 나눴다. 신입, 초입 직원들에게 고하는 1부, 조금은 굴러먹은 직원들에게 고하는 2부, 그리고 막차를 탄 적지 않은 힘을 발휘할 임원들에게 고하는 3부로 나눈 책이다. 가장 분량이 많은 부분이 신입과 직원 부분. Work and Life Balance , 워라밸이라 한다는데, 나를 누리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직장에서의 "기본"을 꼼꼼하고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옷입는 것 부터, 회식자리에서의 예의, 대화의 예의 등등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할 일반적인 직장 생활에서 그들에게 요구하는 활동 패턴을 하나 하나 사례로 설명하고 있다.
물론 임원편에서 다룬 "꼰데"의 재정의는 그들 또한 직장인,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 갖추어야 할 기본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임원편에 다룬 여러 행동양식 중에 아직도 다루고 있는 회식자리에서의 자리 배치, 차량 탑승시 상석의 위치 등을 다룬건 조금 내용 배치의 위치에 조금 물음표를 대게 하는 부분이다.
그런 상황에 마주칠 만한 확률이 높을까? 하는 의문을 품는 주제는 맨 앞 혹은 맨 뒤에 모두가 알고 있으면 좋은 상식으로 다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갖는다.
한가지 책을 읽는 내내 책의 제목을 곰곰히 되새겨보게 된다. 도대체 어떻게 거침없이 어퍼컷을 날리겠다는 건가? 날렸다는 건가? 이렇게 행동하지 않는 동료들에게 어퍼컷을 날리라는 뜻인가?
그래도,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직장생활 방식이 아주 크게 빗나거나 어긋나지는 않았겠구나..하는 안도의 숨을 내쉴 수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