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항상 "승자"를 위해서만, 살아남은 사람에게만 웃는다. 역사는 항상 과거를 평가한다. 조선왕조실록이 항상 객관적으로 적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영조의 서슬퍼른 말들을 제대로 적었다고 생각하는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십이륙의 주모자 김재규는 80년대를 살아가는 동안 국가원수를 죽인 반역자로만 기억하고 있었던것 같다. 그게 그 시절에 "옳은 가치관"이었고, 그렇게 가르쳤으니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말하는 것이 맞았으리라.

 

영화 광해는 왕으로 칭송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의 왕으로 꼽혀 조나 종이 아닌 "군"을 받는 인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각색해 스크린에 올렸다. 동전의 양면이 존재하듯 그 시절엔 역적이었으나 다른 시절엔 영웅으로 평가를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지금의 시각만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님을 요즘 들어 절실하게 느낀다.

 

이시애의 난을 평정한 장군으로 조선 초기 무신이었던 류자광(1439 ~ 1512)의 역사는 그의 말기가 마치 광해를 보는 유배지에서 병사를 한다. 연산군과 중종 시절, 김종직과의 말다툼이 발단이 된 다양한 사건에 휘말렸고, 결국 역사는 승자에게 박수를 보내 그를 "나쁜 사람" 낙인을 찍어 매장을 시킨다.

 

류기성 작가가 쓴 "신하(臣下)"는 류자광의 이야기이다. 한 사람의 역대기를 소설로 내놓는 다는 것은 그의 역사, 그의 생애를 다시 조명할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고, 그의 삶이 어떻게 후세에 영향을 주었는지 다시 확인하고자 하는 의도가 컸으리라 생각한다. 혹 저자의 "선조"였을까? 같은 류씨였기에 그랬을까? 하는 쓸데없는 추론을 한번 해본다.

 

어쨌거나 소설로 역사를 그려간다는건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읽는 내내 소설인지 사실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았기에 더더욱 그렇다.

 

2006년 11월 영광 류씨 종친회에서 주도하에 묘소와 비석이 정비되었다 하고 조선 멸망 후 김종직이 먼저 시비를 걸어 사건이 출발했다는 점이 드러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게 됐다는 점도 흥미로운 점이다. 우린 이런 현상을 "재조명"이라는 용어를 쓴다. 다시 밝힌다고 할까?. 광해도, 연산군도, 류자광도 다시 조명을 하면 나름의 가치를 가질 만한 요소들이 있을 것이다.

 

조선의 마지막 국모인 "명성황후"나 세간의 입에 엄청난 혹평을 얻기도 했던 "덕혜옹주"는 어떤 면을 부각시켰는지에 따라, 혹은 소설이나 영화가 갖는 파급을 제대로 가름하지 못한 제작자들의 오만함이나 잘못으로 인해 역사를 "왜곡"하였다는 평가를 받기까지 했을지 모른다.

 

작금의 역사는 내가 아닌 나의 후손, 나의 후대에서 제대로 평가를 할 것이다. 30년 전만 해도 바닥을 치던 한국이 정말 *고에 불붙이고 달려와 지금의 모습을 이루어냈다는 것, 이것에 대한 또다른 어두운 면을 우리가 제대로 조명을 하지 못할 수 있기에 , 후대에서 제대로 밝혀주기를 바랄 수 있다. 간신이 아닌 충신으로 밝혀지기를 바라는 누군가의 염원이 "소설"이라는 틀을 쓰고 우리 앞에 나타났기에, 그 의도가 불손하지만 않다면, 제대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을 여는 것은 앙칼진 멍멍이의 기상송이다. 일어나라, 옷입어라, 어서 씼고 밥먹고 출근해야지, 돈벌어야지, 그래서 밥은 먹겠니? 내 학창시절은 화려했는데 이렇게 후줄근한 꼬깃꼬깃 양복 다려입고 꺽인 구두에 구멍난 흰양말 신고 사무실로 꾸덕꾸덕 갈 거라고는 생각안했다. 최소한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

 

어제도 한소리 진하게 듣는다. 내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나만 보면 ... 요즘 애플에서 나온 에어팟 프로가 사람들의 이목을 잔뜩 끌었단다. 제대로 노이즈 켄슬링을 한다는 가성비와 완성도를 겸비한 제대로 된 제품이라고 ... 난 아침이면 귓구멍에 아무것도 쑤셔넣지 않아도 노이즈 켄슬링가 작동하는 화려한 귓구멍을 가졌다. 얼마나 두들겨 맞았으면 들어야 할 말도 듣지 않는 완벽한 귓구멍이 됐을까?

 

내겐 따스한 손 한번 내밀어줄, 따분한 일상에 노이즈 켄슬링하지 않고 귓가에 그의 목소리가 어제 저녁 잠자리에 들으며 자고 싶은 먹방  ASMR같은 소리로 들릴까? 언제부터 인지 그들의 말이, 내가 하는 말이 제대로 비수로 꼳힌다.

 

그냥 넋두리같이 늘어놓았지만, 아마 내 입에서 나가는 시커먼 비수를 모으면 하루에도 수백마리 날아가는 참새도 떨어트릴 기세다. 녹음기에 담아놓으면 정말 가관일 정도로 나의 입술을 통해 나간 숱한 말들의 수준은 정말 한심 그자체다. 오늘도 모두까기다. 적인지 아군인지도 구분하지 않고 오늘도 열일한다.

 

조셉 텔루슈킨이 지은 "상.처.주.지.않.고 미.움 받.지 않.는 인.간.관.계.의 지혜"라는 부제를 갖는 힘이 되는말, 독이 되는 말을 만난다. 저명한 유대의 영적 지도자로 불뤼는 지도자이자 학자로 유대교 랍비인 조셉 텔루슈킨이 이 밤에 뼈때리는 말에 대한 책을 선물로 주셨다. 상처를 받지 않으려면 상처를 주지 말아야 하는 기본 원리.

 

결론은 "나부터 잘해라", "뒷담화 하지 말자" 다. 뉴질랜드 여행을 하면 꼭 하나씩 사들고 오는 부메랑같이 내 뒷통수로 달려드는 어제 내 뱉은 내 말을 바라보게 될 것이라는 깊은 울림도 만난다.

 

누눈가의 명예를 크게 해칠만한 일들이 있을 때, 나는 정확하게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가지고 있는가?. 상처를 만들만한 말들을 "증명"할 수 있는 힘이 있는가? 만약 없다면 입을 닫아야 한다. 나 또한 누군가의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세상일이니까. 오늘은 이 사람과 손잡고 일하지만 언제 그와 헤어질 지, 상대와 반대의 입장에서 날선 말들을 던지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어떻게 하라"는 다양한 책들을 만난다. L자 공식도 있고, ㄱ자 공식도 만난다. 시간을 허투르 쓰지 말고 소중히 쓰라면서 언어의 중요성도 다양한 책을 통해 교훈으로 얻는다. 이 책이 갖는 힘은 단지 남에게 상처를 주면 안되, 뒷담화 대상이 될수 있으니 조심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계로 살아야 할 우리가 지속관계를 유지하려면 상대의 행동, 상대의 말을 어떻게 마음에 담고 그를 이해해야 하는지까지도 사례를 통해 설명을 해줌에 있다.

 

다만, 유대 율법, 탈무드의 이야기들이 현대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의 정서와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는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는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 아닌가?

 

가끔은 정독하면 더욱 가치를 발휘하는 책들이 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월요일 아침이 오는 것을 죽기보다 더 싫어하는 직장 5년차 강대리.. 아침에 잠자리를 털며 일어나는 그의 머릿결은 한 10년은 빨지 않아 눅눅해져버린 청바지처림 빛이 바라고 헤지고 닳아버렸다. 아침에 한바가지 수다를 떨고 자기 혼자 온갖 자랑만 늘어놓을 박과장을 만나야 하고, 한 시간을 달려 만난 고객의 이유 모를 불평을 온 몸으로 견뎌야 한다. 벌써 3년 째 강대리는 월요일 아침이 오지 않기를 금요일 밤부터 기도한다.

 

강대리는 왜 이런 불편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을까? 도대체 무엇때문에?. 박과장은 왜 혼자 온갖 자랑을 강대리에게 쏟아부었을까?. 모든 것이 박과장때문일까? 인생 첫 직장에서 5년을 넘게 보냈으니 이제 슬슬 점프를 해야 할 때인가? 다른 곳에 가면 박과장은 없겠지? 만원 지하철에서 진한 파우더 냄새 피우며 졸고 있는 또 그녀의 모습조차 짜증으로 돌아온다.

 

강대리와 같이 직장에 한 두명 정도는 불편한 사람을 "가지고" 일을 법하다. 불편한 사람이 나보다 연배가 높아 소위 "선배"라 부르는 사람일 수 있고, 입사한지 얼마 안된 돌아이 신입일 수도 있고, 옆에서 몇년째 함께 밥먹으러 다녀야 했던 입사동기일 수도 있다. 불편한 관계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지내야 하는 것은 사회적 동물,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통해 호흡하며 살아야 할 현대인들에게는 숙명과도 같다. 나 또한 오늘 그 작자가 출근하면서 내 뒷통수에 대고 "안녕하세요" 라며 출근 인사하는 것을 쌩까버렸다. 꼴보기 싫었으니까. 할 이야기도 없었으니까.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맡대는 순간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지 못할 넘사벽의 어휘를 구사하며 사람의 속을 긁어놓으니까.

 

결국 소통의 문제다. 서로 통하는 소통(疏通)의 아귀가 맞지 않아 중심이 어긋나면 맞물릴 수도 없고 회전하면서 다양한 소음이 나기도 한다. 그런 현상을 "불편하다"라고 표현하는가 보다.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대해 정말 다양한 책을 찾을 수 있다. "불편한 사람과 편하게 대화하는 법", "불편한 사람과 일해야 하는 당신...", "어려운 사람 불편한 관계", "어색한 사람과 편하게 ..." ...어쩌면 그 사람도 나를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런 불편한 사람들과 잘 지내되 "적당~~히" 잘 지내는 노하우를 전해주겠다는 소통전문가 사이토 다카시 의 책을 만났다. 그렇다 "잘" 보다 "적당히"에 핵심이 있다. 누가 보더라도 정말 정말 잘 지낼 수 있겠지만, 그렇게 감정소모까지 하며 나를 내려놓을 필요가 없기에 "적당히"라는 수식어를 쓴다.

 

책의 카테고리는 자기계발서이지만 세밀하게 보면 "처세"로 분류할 수 있겠다. 총 7장으로 나누어 다양한 상황 타파의 방법과 노하우를 전해준다. 심지어 "회의 잘하는 법"도 전해준다. 대부분 키워드는 "잘 듣기"와 "잘 전하기"이다. 상대의 말을 한 번쯤 귀담아 듣고 그의 불편상황이 무엇인지 들어주라 말하고 있다. 잘 듣는 것을 "훈련"해서 자기를 계발하거나 개발할 수도 있지만, 책에서 이야기하는 "훈련코스"를 잘 마치면 결국 나의 행동을 바꾸어 불편한 그와의 관계가 개선이 된다는 처세와도 매우 궤를 같이하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아군이 적군이 되기도 하고 피쏟으며 싸웠던 적이 동지가 되기도 한다. 다 "나 하기 나름"이다. 누군가 도와주기도 한다. 그저 그 인간을 버리거나 내려놓지만 않으면 된다고 말한다. 다만 사회생활의 경륜이 늘어 나만의 색을 발하게 되면 불편한 사람과 편한 사람의 경계가 없어지는 희안한 경험도 얻을 수 있으리라.

 

두껍지 않고 얇은 책이다. 내 옆에 그런(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혹 내가 그런 넘이 되고 싶지 않다면 한번 쯤 후루룩 읽어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