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회의는 거칠었다. 욕설까지 가지 않았지만, 책상 너머 앉아있던 사람들의 눈에는 비수가 한자루씩 들어있었고, 언제든 한 마디만 더 하면 눈알채 던져버릴 것 같은 분위기다. 회의 처음부터 이렇진 않았다. 차 한잔 하며 어제, 오늘 어땠는지 안부도 묻고,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 지 서로 머리를 맡대고 고민해보자는 분위기였다. 딱 한마디 때문에 분위기는 차디찬 냉방이 되버렸다. 딱 한마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왜 나는 , 왜 그는 그 한마디 말을 참지 못하고 집어던지듯 내뱉었을까?. 이런 막장드라마가 벌어질걸 뻔히 알면서 왜 그리 해야만 했을까. 그 말 한마디가 최선이었을까?. 오늘 회의를 중간에 접으며 회의감을 만족스럽게 입에 물고 나온다.

 

그는 항상 비꼬는 말투를 지녔다. 결론을 내리지도 않으면서 항상 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냐고 되묻는다. 상대는 어의 상실이다. 자기가 일을 시켜놓고 시킨 일의 결말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다. 가져오면 그때 봐준다고 한다. 가져가면? 그게 최선이냐고, 그게 아니고~ 부터 내 놓는다. 물 한바가지 퍼붓고 싶은 심정이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항상 그리 해왔단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가 떠난다 한다. 속으로는 박수를 5지게 친다. 겉으로는 "아쉽다"라고 표현한다. 아쉽기는...

 

그가 처음부터 신뢰를 잃은 것은 아니다. 그의 말투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바끼는 휘황찬란한 그의 말투는 함께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분"을 사기 충분하다. 처세술이 뛰어나지만 곧 바닥난 실력이 드러난다. 그래서 더 망가지기 전에 도망간다는 것이 중론이다.

 

"참 쓸모있는 말투"를 만난다. 고경미 님의 인생역작이다. 쉽다. 단숨에 읽어내려가기 쉽게 써 내려갔다. 그런데 의외로 다른 많은 책에서 다뤘던 아이템들이다. 상대를 존중하는 말투와 행동, 상대를 제대로 알고 그에 대응하는 말을 해야 하며, 부정보다 긍정 투로 말을 내려가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은 총 4개 챕터의 "친절"한 책이다.

 

그냥 그런 저런 책이려니 하고 덮으려했다. 험담에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홍수처럼 쏟아지는 뒷담화의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를 발견하고 멍한 정신을 가다듬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듣고 있는 "그"에 대한 이야기가 "진실한 말"인가, "선한 말"인가, 마지막으로 "꼭 필요한 말"인가를 기억하라는 저자의 조언에 심각하게 공감하고 공감을 한다.

 

이 한마디에 나의 하루를 바꿀 수 있었다. 쓸데 없는 말을 줄이고, 남이 아닌 바로 앞 상대를 집중하는 말을 하며, 그 자리에 없는 이에 대한 험담에 동조하지 않을 수 있었다.

 

놀라운 일이 일어난 것이다. 남을 소위 씹으면서 나를 높이는데 익숙했었는데 ... 그 씹음을 줄이니 오히려 나의 가치가 더 높아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곱씹으며 하루에 하나씩 실천과제로 삼을만한 대화화법을 소개하고 있다. 핵심은 결국 "상대에 대한 존중과 경청"이다. 잘 들어야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테니까...

 

누구에게 꼭 읽어보라 전해줄 게 아니라 오늘 또 하나의 교훈을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 다시 책장을 펴본다.

 

자연의 한 부분인 인간사는 자연의 한 부분인 다른 개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매우 흡사하다. 종족 번식을 위한 인간들의 사투, 어떤 생물체보다 뛰어나다는 인간들의 행동은 결코 만물의 영장이라는 자기만의 외로운 외침같은 경우가 허다하다. 오죽했으면 개만도 못한 인간이란 말이 나왔을까.  인간 이외의 다른 생명체에게도 교훈을 얻는다. 하찮다는 평가는 인간만 한다. 그들 모두에게 존재의 의미는 있다.

 

벌은 인간에게 이로운 많은 것을 준다. 주는 건지 뺐는 건지.. 뭐 어쨌든 벌이 주는 달콤 쌉쌀한 그 무엇들을 우리가 먹고 건강하려 하고, 오래 살려 한다. 벌의 군집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을 하나 하나 해석하려 하는 이유도 모두 우리 인간을 위한 연구일 것이다. 교훈을 얻고자 한 것도 있겠고, 그들을 이해해서 조금 더 꿀을 더 많이 얻고 싶었으리라.

 

벌의 행동도 인간의 행동과 대비했을 때 매우 재미있는 풀이를 해 나갈 수 있다. 그들이 생사, 경쟁, 먹이 사슬 등 군집생활을 하는 벌의 삶을 인간의 그것에 투영시킨 책을 만난다. 박현주 작가가 두 번째 산고를 거쳐 세상에 내놓은 "서칭 포 허니맨"이다. 에세이, 번역서를 많이 세상에 내놓았던 작가의 새로운 미스터리 소설 허니맨 찾기다. 세 여자가 한 여자의 기억속 남자(제주에서 꿀을 딴다는 남자, 일명 허니맨)를 찾아 떠나는 여행속 이야기를 풀어간다.

 

지난 10월 가본이 나와 많은 이들의 가슴에 달콤과 서늘함을 함께 주었던 책이 까만 옷을 입고 우리 앞에 왔다. 부제는 "양봉남"을 찾아서다. 세 사람의 우여와 곡절을 담아 결국 제주에서 만난 그 양봉남과의 조우로 끝을 맺을 것 같았던 내용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결론으로 달려간다. 그래서 미스테리 소설을 읽을 땐 끝까지 긴장을 놓으면 안된다는 말이 맞는듯 하다.

 

챕터마다 벌이 나온다. 벌의 생활, 벌의 습성과 벌의 행동에 대한 인간들의 해석을 짧게 요약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세 여자 도로미, 하담, 차경의 이야기는 한장짜리 벌 이야기가 실마리가 된다. 그 이야기를 먼저 읽고 인간들 이야기를 바라면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다.

 

나비효과를 추적해가는 쏠쏠함도 있다. 도로미의 한마디가 일으킨 파도가 어떻게 제주를 들썩이게 했는지, 한장 한장을 넘기며 정신줄을 놓고 빠지게 된다.

 

인물사 전개방식이 유럽의 스릴러, 미스테리물의 일반 방식과는 조금 다르지만, 에세이 작가로 많은 창작활동을 한 작가의 경력이 말해주듯 우리의 정서, 특히 나의 정서와 통하는 것이 있어 좋다. 단숨에 읽어내려가기 충분하다.

 

 

 

 

**이 서평은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네가 하는 말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어줄꺼야(^^)" 라는 농담이 있다. 정말 믿음직해서 절대 신뢰반지를 꼈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물론 "사기"를 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이가 아니라면 분명 믿음에 대한 증거와 증명을 많이 체험하고 보았기에 취할 수 있는 행동일 것이다.

 

내겐 디비안이 그런 곳이다. 회사 보다 그 곳에 속한 분들에 대해 절대 신뢰를 한다. 십수년을 함께 하며 행동 하나 하나, 말 하나 하나를 지켜보았고, 많은 고객들이 마주친 문제를 해결했던 결과를 만났다. 따스한 카리스마로 투정부리는 데이터베이스를 어루만지는 디비안 주인장과 식구들의 손놀림을 절대 신뢰한다. 물론 "당분간"은 ..^^; 세상일은 모르니까.

 

그들이 책을 내면 제일 먼저 품에 안고 싶다. 욕심나는 책이다. 물론 끝까지 정독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어느 샌가 "소장가치" 높은 책이 되버렸다. 그 시절, 그 시대의 정론을 사심없이 풀어가는 문장들이 기가 막히다. 지난 해 만났던 불친절한 SQL, 친절한 SQL이 오라클 성능 고도화와 궤를 이어 갔고, 위태 위태한 현재를 부여잡을 수 있는 힘을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선물로 준다. 그래서 그들의 말이라면 최소 100점 만점에 50점은 먹고 간다.

오해 없으시길... 나한테는 그렇다는 소리다.

 

책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다. 정말 따끈한 책 한권을 세상에 내놓았다.

 

"SQL BOOSTER"

 

이젠 "날개"가지고는 안되는 세상.. SQL에 날개 달아 날려버리다 로켓을 달아 날린다. 디비안 유일환님의 따끈따끈한 신작을 어제 품에 안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사실은 ...zzZZ).

어쨌든 나도 한 시절 SQL을 만졌으니 내려놓은 나의 SQL에 부스터 꽁무니 불 한번 붙여보겠다고 살짝 책 앞뒤 부터 훑어 보았다. 디비안에 대한 신뢰때문일까? 일단 그냥 좋다. 책 표지도 좋고, 노안온 나한테도 읽기 편한 글자 크기도 좋다.^^; 잡설은 여기까지.

 

놀라운 사실 하나... 으례 책 앞쪽을 차지하는 흔한 "추천사" 한마디 없다. 헐~ 이다. 왜?~ 뭐지?. 시간이 없었나?. 감수한 사람 없었나?. 그들의 "변" 한마디 쯤은 달아놓을 만 한데?. 일단 편견은 집어 치고 읽어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 읽어보지도 않고 입에 달아 빠진 추천사보고 고를 책이 아니라, 제 1장부터 11장 까지 숨고를 틈 없이 후루룩 읽고, 한 챕터 한 챕터 컴퓨터 앞에 앉아 따라 하며 내공이 차오르는 희열을 느끼는데 충분한, 믿고 고르는 디비안의 또 하나의 역작임을 확신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첫 장 부터 정공법이다. 그 흔한 들어가며도 없이, 이 책이 필요한 분들에게 직설법으로 논리를 풀어간다.

 

십여년 전, 자택에서 노트북에 디비 깔고 혼자 뚝딱 뚝딱 테스트한 결과를 엮어 책이라고 낸 인사가 있다. 실전 경험은 전무하지만, 그 만의 화려한 언변으로? 회사의 후광 덕에? 노란 표지로 책 한권이 나왔고, 무슨 마음인지 구입했다가 바로 쓰레기 통으로 던져버렸던 그 책. 척 보면 안다. *인지 된장인지는 찍어 먹어보지 않아도 알 나이가 된걸까.

 

저자의 이력이 화려하다. 내가 아는 지인들과도 인맥 교집합이 있다. 그래서 더 반갑다. SQL의 기본 Syntax는 디비안의 "불친절한 SQL 프로그래밍"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내공을 쌓아 "친절한 SQL튜닝"으로 넘어가도록 천길 나락을 건널 다리가 되줄 책이라 확신한다.

 

 저자는 "확신"찬 목소리로 프로젝트의 "흐름"에 필요한 기법이 필요하며, 각 기법의 활용은 이러하다~ 면서 구체적인 활용 기법와 유의사항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마치 이 책이 생의 마지막 책인 것 마냥 온 힘을 다해 써내려갔던 그 하얀 밤을 행간에서 읽게 된다.

 

저자의 친필 사인 하나 받아 놓고 싶다. 그럴 기회가 내게 올까?

 

SQL 3형제의 둘째형 "SQL BOOSTER"의 활약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