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는 합창단에서 노래하곤 했다.

 

 

죤 메노의 『파랑새는 합창단에서 노래하곤 했다』는 독특한 스타일의 단편소설 열일곱 편이 실려 있다. 책을 읽은 후 처음으로 든 생각은 '왜 제목을 이렇게 지었지?'였다. 합창을 잘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듯, 다른 사람의 삶에 애정 어린 관심을 갖고, 이해하고 배려하여, 우리네 삶을 조화롭게 만들자는 의미일까?

 

 

합창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노래를 하는 것이다. 목소리에도 개개인의 개성과 성량이 있을 것임에도, 그들은 자신의 소리를 도드라지게 내지 않는다. 오랜 시간 동안 조율의 과정을 거쳐 주위의 소리를 들으며 그에 어울리는 음색으로 노래하는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합창을 배려와 조화라 한다. 세상살이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에는 개성이 강한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과 더불어 조화를 이루며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기 위해 조율의 과정을 통해 화음을 다듬어 내듯, 우리네도 서로 싸우고 화해하고 부딪히고 위로하며 조화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죠 메노의 『파랑새는 합창단에서 노래하곤 했다』는 사람들 간의 조율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런저런 사람들의 삶을 우리들(독자들)에게 던져주며 작품 속의 사람들을 이해하게 하기도 하고, 말도 안 된다 비웃게도 하여, 그 상황을 맞닥드리게 하고 상황에 젖어들게 한다. 그렇기에 그의 글은 상당히 인간적이며 따뜻하다.

 

 

죠 메노는 작품마다 우리네 삶에서 일어나는 불편한 진실을 기발하게 그려냈다. 내용에 과장도 많고, 등장인물들도 너무 엉뚱해 헛웃음을 머금게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동시에 가슴 시린 슬픔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마음의 상처는 의술로 치유할 수 없다>에서 쌍둥이 남매가 엄마를 위로하기 위해 벌인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는 과정은 아이들의 엉뚱함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나 그 계획이 끔찍한 대량 학살로 끝났을 때는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쌍둥이 남매의 상황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안타까움과 함께 진한 슬픔이 느껴진다.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 용서하지 못하고 자살한 아버지, 그 충격으로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는 어머니,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야 할 나이임에도 자기들끼리 위험한 장난을 하며 노는 아이들... 모처럼 세운 '엄마 위로하기 프로젝트'는 도리어 엄마에게 또 하나의 충격을 주었고, 그 사건은 쌍둥이 남매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었다. 해체된 가정을 경험하는 것은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아픔만 있을 뿐이다. 우리 주변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상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원인과 정도는 다르겠지만, 사람들은 의술로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각각의 작품에서 죠 메노는 설교조로 어찌어찌 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냥 어떤 한 상황을 던져줄 뿐이다. 그러면 독자는 스스로 이 궁리 저 궁리를 하다 그 상황에 흠뻑 젖어든다. 그래서 이 단편집은 한 편에서 다른 한 편으로 쉽게 넘어가지지 않는다. 황당해며 배꼽을 잡으며 웃고 읽다가 작품이 끝나면, 알 수 없는 충격에 다시 한번 내용을 더듬게 되는데, 이때에는 웃음보다는 안타까움과 아픔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네들의 삶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이러하기에 그의 글은 마력이 있다.

 

 

『파랑새는 합창단에서 노래하곤 했다』 이 책을 통해 죠 메노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매우 신선한 경험이었다. 작품 표면에 드러나 있는 황당함과 우스꽝스러움에 어안이 벙벙하기도 했고, 작품 깊이 깔려 있는 비극성 때문에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이 둘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그의 이 놀라운 글재주엔 감동했다.

  <하늘에 보내는 상자>          메리 로우 퀸란 지음

 

 

아침부터 이웃에서 두 여인의 고성이 오갔다. 시간을 보니 오전 8시 즈음이다. 똑딱똑딱. 오전 11시 경까지 옥신각신 소란스러웠다. 일부러 귀를 쫑긋 세우고 들으려 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공기를 타고 문득문득 익숙한 소리가, 달팽이 관으로 흘러흘러 들어오길래 인식을 하고 보니, 격정에 찬, 아니 거의 비명에 가까운 '엄마'라는 말이었다.

 

그때, 내 손에는 <하늘에 보내는 상자>가 들려 있었다.

 

이 책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가득 묻어나는 글이다. 모녀 사이가 굉장히 친근하다. 모녀 사이뿐만 아니라 그녀의 가족 구성원들이 두루두루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스스럼없이 표현한다. 우리네 정서와는 좀 차이가 있다. 하긴, 요즘엔 많이 바뀌었으니 이러한 닭살스러움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

 

작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가 쪽지를 적어 담아 두었던 '상자'를 열어 본다. 그 상자 안에는, 어머니 본인과 남편, 자식 그리고 어머니가 알고 지냈던 주변의 모든 이웃들의 이야기(그들의 고민을 하느님께 전하는 메모)가 담겨 있었다. 그 쪽지를 한 장 한 장 꺼내어 보며, 작가는 어머니가 가족과 이웃을 얼마나 많이 사랑했는지 다시금 확인한다.

 

<하늘에 보내는 상자>는, 작가가 어머니에게 전하는 사랑이다. 그리고 작가 자신의.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와의 이별로 인한. 상처에 대한 치유와 회복의 과정이기도 하다. 작가는 어머니의 사랑이 듬뿍 담긴 쪽지를 보며 어머니의 부재를 인정하게 되고, 아버지와의 이별 또한 준비한다. 그리고 작가가 아버지와의 이별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 그녀의 곁에는 항상 어머니의 쪽지가 있었다.

 

<하늘에 보내는 상자>는, 이상한 매력이 있다. 정서적 공감이, 팍~ 되는 부분이 있는 것이 아닌데도 읽다보면, 나의 엄마가 생각난다. 그러면서 천둥치는 소리가 난다.

"있을 때 잘 해."

삶의 방식이 다름에도 '엄마'라는 말에서는 교감이 이루어지는가 보다.

 

아침 내~ 소란했던 이웃집이, 착한 어린이는 잠자리에 들 시간인 지금은 조용하다. 모녀지간에 다소 거친 대화가 오가긴 했으나, 그래도 이승에서의 사랑싸움일 것이다. 그 따님에게 이 책을 가져다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