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고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딸아이를 위해 멋진 선물이 되어준 책 ‘소녀의 창의 스케치북’이다.

책표지부터 소녀들 냄새가 술술 풍기는 것 같지 않은가. 소녀들을 위한 책이라지만 엄마인 나도 자꾸자꾸

손이 간다. 하지만 딸아이를 위해 참자. 새학년에 올라가고 시간이 많지 않다는 핑계로 많이 활용해 보진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 두고두고 아이만의 작품으로 하나하나 채워나갈 소중한 책임에 틀림없다.

책 속의 작품들이 어떻게 꾸며질지는 이 책을 갖는 주인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매력적이지 않은가.

 

 

책을 받자마자 딸아이는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다며 티셔츠를 꾸며본다. 여자 아이들 특성상 하트, 러브, 꽃

이런 종류의 무늬를 티셔츠 하나하나 정성들여 새겨 넣어 놓았다. 싸인펜과 크레파스로 칠한 후 물감으로

대충 덧칠해 주니 그럴 듯한 티셔츠들이 완성. 책의 시작 부분에 이 책의 주인의 이름과 서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딸아이는 자신의 이름을 굳이 네임펜으로 한자한자 적어 넣어 본다. “나는야! 김예은! ^^”

 

 

책장 하나하나 넘길 때마다 모두 사진에 담아내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아껴두었다가 심심할 때, 우울할 때,

스트레스 쌓일 때, 기쁠 때, 슬플 때 언제든지 꺼내 마음에 드는 페이지를 꾸며보면 좋을 것이다.

굳이 소녀라는 말을 제목에 넣은 이유는 책을 펼쳐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여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 그려져 있다. 그리고 하얀 여백으로 남겨둔 공간은 이 책의 주인이 되는 사람이 직접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디자인하고 꾸미고 색칠하면 되는 것이다.

 

 

아직 여름이 오려면 몇달이 남았지만 딸아이와 함께 수영복 디자이너가 되어 보았다. 처음엔 하얀 수영복과

비치타올이었는데 꾸미고 색칠하고나니 어느새 당장 갖고 싶은 수영복으로 변해 있었다. 정해진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따로 설명이 있는 것도 아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빈 여백에 자기만의 색깔로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치를 높여주는 듯하다. 또 책 페이지 하나하나

진짜 스케치북처럼 두꺼운 재질의 종이를 사용하여 싸인펜으로 진하게 덧칠을 해도 물이 흥건한 붓으로 칠해도

끄떡없다는 점이 아주 만족스럽다. 진선아이 책들은 역시 대충 만들지 않는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 부분이다.

앞으로 딸아이의 소중한 친구가 되어 줄 소녀의 창의 스케치북이 있어 아이도 엄마도 즐겁게 여유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아이의 창의력과 표현력을 길러주고 싶다면 또 내 아이가 디자인한 작품집을 만들어주고

싶다면 이 책을 선물해 보길 바란다. 

‘괴짜’란 괴상한 짓을 잘 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예술가들 중 주로 괴짜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괴짜 선생님들이 나오는 이야기라는 점이 독특하다. 괴짜 초딩 스쿨 시리즈를 보니

맞춤법도 수학도 모르는 이상한 담임 선생님, 자꾸 내기를 하자고 하시는 대머리 교장 선생님,

책 속 주인공으로 변장하여 나타나는 사서 선생님은 변신 마술사편에 이어 4번째 쓰레기를 모으는 미술 선생님

편을 만나 보았다. 곧 출간될 5권 엉망진창 체육 선생님 책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다음엔 또 어떤 선생님이 나올지 에이제이와 안드레아는 언제쯤 사이가 좋아질지

궁금해진다. 딱 100페이지의 분량과 큼직큼직한 글자가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부담없이 읽기에 적당하다.

 

 

알록달록 천조각을 붙혀 만든 원피스를 입은 미술 선생님의 등장과 함께 이야기는 시작된다. 버리는 것을 싫어하셔서

세상 모든 것으로 예술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미술 선생님. 예술가들은 창의적이기 때문에 괴짜가 많은 걸까.

누가 진짜 괴짜인지 이야기하는 에이제이와 그의 친구들의 대화가 꾸밈없고 솔직해서 좋다.

또 학생들은 출입하지 못하는 교사용 휴게실에 대한 아이들의 상상력은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기발하다.

축구, 스케이트보드, 자전거타기, 괴물 영화 보는 것 외에 학교, 미술, 미술관, 그림그리는 것도 다 싫어한다는

에이제이는 미술관에서 움직이는 조각상을 보고 ‘퍼포먼스 아트’는 좀 재미있는 것 같다며 관심을 갖는듯 하다.

잘난 척 하는 안드레아의 말과 행동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에이제이. 반면 항상 자기를 놀리고 뭐든지 싫어하는

에이제이를 싫어하는 안드레아. 둘의 티격태격하는 말다툼을 보니 생각없이 툭툭 던지는 요즘 아이들의 말투와

닮은 듯 하다. 그렇게 서로를 싫어하는 에이제이와 안드레아는 미술 선생님의 권유로 공동 그림을 그리게 되는데

생각보다 멋진 그림이 완성되자 서로 그림을 가지려다 그만 찢어버리고 만다.

결국 교장 선생님의 방으로 가서 하루동안 다투지 않는다면 사탕을 주신다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에

하루만 참아보기로 한다. 안드레아의 행동과 말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지만 사탕을 받고 싶은 마음에 꾹 참아 보는 에이제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에이제이의 속마음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면서도 가끔 기발한 순간 창의력이

돋보이는 에이제이 덕분에 의외의 결말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마무리 해 준다. 전 세계 500만 부 이상 팔린 책이라는 이유를

어느 정도 알 것도 같다. 학교를 싫어하고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책과 학교의 즐거움을 동시에 안겨 줄 책.

한창 장난끼 많은 초등 어린이들에게 권해 보길 바란다.

 

“사람들이 혼인을 하려는 까닭이 뭘까? 혼인이라는게 뭐지?”

책 속 ‘운휘’(숙신 옹주)의 거침없는 질문에 나 또한 깊이 있게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서.. 가문을 빛내기 위해서.. 험한 세상 살아가는데 든든한 자기 편을 두기 위해서... ??

복섬이의 말대로라면 여자는 좋은 혈통의 말을 얻기 위한 종마 신세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마구간지기 할아범의 말대로라면 차원이 달라진다. 나 또한 결혼이란 것을 해 두 아이를 낳고

아웅다웅 지낸지도 12년차가 된다. 시집살이란 것도 5년 정도 해 보았고, 친정살이도 2년 정도 해 보았다.

완전히 분가해서 나온지도 5년정도 되었으니 이것저것 다 겪어보았다고 해도 될 정도이다.

어느 것이 좋다고 딱부러지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단, 시집살이라는 제도가 오랜시간 이어진다면

말 그대로 여자에게는 괴로운 삶이 될 수도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생각된다. 그런 ‘시집살이’라는 제도가

처음 시행하게 된 과정을 푸른숲주니어에서 펴낸 『옹주의 결혼식』 책을 통해 흥미롭게 접해 보았다.

 

 

태어나서 아비의 뜻을 좇고, 혼인하면 남편의 뜻을 좇고, 늙어서는 아들의 뜻을 좇는 게 여자가 따라야 할

삼종지도인데, 그건 자기 뜻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말이잖아. 그러다가 잘못이라도 하면 그 집안에서 쫓겨날 수도 있고,

나라를 위해 뜻을 펴는 것도 남자, 가문을 일으키는 것도 남자, 그 남자가 일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주고 그 집안의

대를 이을 아이를 낳아 기르는게 부인의 덕이라면 좋은 혈통의 말을 얻기 위해 종마가 있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 본문 120페이지 중에서

호기심 많고 궁금한 것은 직접 해 보고 마는 숙신 옹주가 결혼을 앞두고 염 상궁에게 쏘아붙힌 말이다.

예전 여인들의 삶은 정말 불쌍하고 안타깝기 짝이 없다. 그러고보면 지금 시대는 정말 편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건데...

당당하고 씩씩한 숙신 옹주의 모습이 예상했던 옹주의 모습과는 전혀 달라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다.

옹주의 행동과 말 하나하나 통통 튀다보니 어느새 책 속으로 빠져들어버렸다. 늘 그렇고 그런 왕실의 옹주 이야기라면

아마도 이렇게 숙신 옹주의 매력에 빠져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 어느 사극드라마보다 아슬아슬 흥미진진한 숙신 옹주의

이야기. 그런 숙신 옹주가 친영례 제도를 처음으로 시행하게 되었다는데 그 과정이 궁금하지 않은가.

500여 년 전 태종의 막내 딸로 태어나 아버지 얼굴도 생모의 얼굴도 보지 못한 숙신 옹주의 삶이 안타까워 같은 여자로서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우리 역사 속 다양한 혼인 풍속과 숙신 옹주가 살았던 시대의 배경을 살짝 엿 볼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색다른 이야기를 알게 되어 좋았다. 다른 곳에서 흔히 다루지 않는 주제라 호기심을 갖고 읽어나갈 수 있는

것은 물론 예상보다 더 매력적인 숙신 옹주의 이야기가 내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장가를 가던 시집을 가던 사랑하는 사람과 부부의 연을 맺으면 쉽게 연을 끊지 않고 서로의 온전한 편이 되어 영원히

함께 하길 바란다. 숙신 옹주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많은 이들이 숙신 옹주의 매력에 빠져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