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아동문고 ‘최나미’ 작가의 장편동화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이란 책을 만나 보았다.
처음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엄마인 나를 위해서가 아닌 점점 사춘기에 접어드는 큰 아들이 읽어보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난 지금은 오히려 아들보다 엄마인 나에게 더 큰
공감과 생각을 이끌어낸 고마운 책이 되어버린 듯 하다. 엄마 나이 마흔... 많다면 많은 나이지만 어찌보면
더 늦기 전에 자신만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해 보고 싶은 그런 나이이기도 하다. 아들을 낳지 못해
시어머니의 구박을 들으면서도 묵묵히 집안일과 며느리역할, 아내역할, 엄마역할을 모두 해야만했던 엄마.
요즘은 여자들이 사회에 진출을 많이 하면서 여자들을 존중해주는 목소리가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내 어머니
세대만 하더라도 갖은 고생 다 하면서도 힘든 시절을 참고 보내야 했던 삶을 겪어야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시어머니나 그 아들들 중 여전히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도 많은 듯 하다.
이 책의 주인공 가영이 엄마는 그런 면에서 당당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시작한 것은 멋지다는 생각이
우선 든다. 하지만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아내의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두 딸을 둔
엄마로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집안 일을 하기가 쉬운 일이 아닐 수 밖에 없다. 나 또한 직장에 다니는
엄마기에 그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을 먼저 읽은 5학년 아들은 “엄마도 읽어보면 좋을 책이예요.”라면서 나에게 책을 건내준다.
“엄마가 다 읽고나면 제 느낌을 말씀드릴게요.” 라는 아들의 느낌을 얼른 듣고 싶은 마음에 책을 집어들자마자
단숨에 읽어버렸다. 드디어 아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는데...
조선시대 여자들이 집안일을 다 도맡아하고 남자들보다 억압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알게되었을 때 많이
불공평하다고 생각을 했었단다. 그런데 이 책에서 비슷한 주제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고, 내가 커서 결혼을 하면
부인이 힘들지 않게 집안 일을 많이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또 내가 가영이였더라면 아빠를 충분히
설득시키려고 노력했을 것 같다며 엄마, 아빠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너무 존중해주지 않아서 안타까웠다고...
어쩜 이리도 기특한 생각을 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엄마의 심정을 조금씩 이해해나가는 가영이도 기특하다고
생각했지만 내 아들이 갖는 생각도 조금은 의외였다. 내 아이도 부모가 될 것이고, 나도 할머니가 될 것이다.
어떤게 정답일지 솔직히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각자의 생각을 조금은 헤아려주는 가족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엄마도 한 사람으로서 인정받기를 원하는 마음이 간절하다는 것 내 마음과 비슷해서인지 공감이 많이 되었다.
또 응원해주고 싶고, 행복하기를 기도해 주고 싶다.
맞아. 어머니 편찮으셔. 그래서 더 내 일을 하고 싶어.
이다음에 어머니처럼 마음의 병으로 지난 일들을 원망하며 살고 싶지 않거든.
- p. 33 본문 중에서.. -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게 뭔지 알아? 호랭이도 아니고 곶감도 아니야.
제일 무서운 건 시간이지. 시간 이기는 놈 있으면 한번 나와 보라고 해...
- p. 181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