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이렇게 미안한 적이 없었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무심하게 '투명 인간'처럼 대했던 사람들이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한겨레에서 노동 OTL 기획기사로 4명의 기자들이 직접 현장으로 침투했다.
갈비탕집과 감자탕집, 마트와 마석가구단지, 그리고 안산의 난로공장까지...
불안 노동자들의 삶은 고단하다.
시간당 4천원... 한달을 쉬지 않고 일하면 받는 120-130만원. 그것이 전부이고, 그것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
한우꽃등심 1인분을 사먹으려면 8시간을 노동해야 하고,
파블로브의 개처럼 출입문 종소리에 반응해야 했으며,
자궁에 혹이 있어도 식당일을 그만 둘 수 없어 참고 견디면서 폐경기를 기다려야 한다.
감자탕집 종업원들은 뼈다귀 국물로만 저녁식사를 하는 반면, 사장의 애완견은 뼈다귀의 살을 먹는다.
손님들은 늘 빨리빨리 재촉을 했고, 자기가 낸 돈만큼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지 못하면 항의를 했다.
마트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직원들은 투명인간으로 취급당하기 일쑤였고, 그저 물건 옆에 서 있는 물건 파는 사람일 뿐이었다.
8시간 내내 한번도 앉을 수 없고, 휴대 전화를 확인 할 수도 없다.
일하느라 투표할 수도 없다.
할 수 없는 것 투성이다.
"집이 있고 차가 있고 통장에 1000만원이 들어있고 빵집을 하면서 한달에 200만원을 버는 것. 월 200만원이면 행복하겠다"는 노동자의 꿈이 결코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외국인 노동자는 언제 들이닥칠 지 모르는 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의 공포에 시달려야 하고,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한다.
병원에 가면 단속 대상이 될 확률이 높고, 병원비도 액면가대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과연 한국인의 일자리를 뺏느냐고 말한다면, 기자는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일자리에 외국인이 있다고 말한다.
내 주변에서 있지만 무심히 대하는 사람들.
왜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가. 누가 옳고 그른가.. 이런 문제를 얘기하거나,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저 식당에 가서 아주머니들을 덜 채근하기를, 마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그저 상품 진열대로 여기지 않기를...
그저 같은 인간으로 봐달라는 것을 책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