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서문에서) 사실, 지난 여드레 동안 나를 지배한 생각은 사랑에 대한 생각이라기보다는 사랑의 말들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것을 사랑에 대한 생각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말들의 사랑에 대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말들의 사랑이라는 말에서 말들은 사랑의 주체이기도 하고 객체이기도 하다. 말들이 사랑의 객체가 됐을 때 그 사랑의 주체는 또 다른 말들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이기도 하다. 문헌학자 또는 언어학자를 뜻하는 유럽어의 어원은 말의 사랑이라는 뜻이다. 그 때의 말은 사랑의 객체다.
몸1 - 몸이 있는 탓에 이렇게 너와 떨어져 있어야 하지만, 몸이 없다면 어떻게 너를 만져볼 수라도 있을까?
발가벗다 - 몸을 지닌 것들의 특권
살 - 정열의 시발역이고 종착역. 사랑의 말들은 살의 말들이다. 여자와 남자가 함께 지낸다는 것은 살을 섞는다는 것이다. 살을 섞다를 한살되다라고도 표현한다. 인간의 후각이 복인 것은 살내 때문이다. 인간의 미각이 복인 것은 살맛 때문이다. 인간의 시각이 복인 것은 살빛 때문이다. 인간의 촉각이 복인 것은 살집 때문이다.
설레다 - 바람이 들다 ; 권태가 치료되기 싲가하다. 설렌다는 것은 누군가가 당신 마음속의, 그러므로 당신 몸 속의, 사랑의 버튼을 눌렀다는 뜻이다. 당신이 접속됐다는 뜻이다. 누군가가 당신의 혈관에 媚藥(미약)을 주사했다는 뜻이다.
스스럽다 - 그녀와의 또는 그와의 정분이 두텁지 못해 그녀를 또는 그를 대하기가 어렵고 조심스럽다는 뜻이다. 스스러운 마음이 없는 것을 스스럼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스스럼이란 스스러운 마음이라는 뜻이다. 사랑이 하나의 과정이라면 그것은 스스럼이 없어지는 과정이다.
함치르르 - 고르게 윤이 있고 고운 모양. 함치르르한 검은 머리는 매초롬한 몸매와 함께 섹시함의 보수적 기준이다.
허우룩하다 - 서운하고 허전하다. 그녀가 그를, 그가 그녀를, 그녀가 그녀를, 그가 그를 떠나야 했을 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