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예술가의 삶이란 속세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분방하고 할 거란 이미지가 강하죠

하지만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면 사람들이 문화지출비용을 가장 먼저 줄이듯

의외로 현실생활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직업군이 아닐까 싶어요

화가인 남궁문의 첫번째 장편소설인 <정상적인 생활>은

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 만큼 주인공 인야의 시점에서 일기와 함께 써 내려간

수필과도 같은 소설이라 화가의 생활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는 소설이예요

 

 

이야기의 시작은 40대 중반의 인야가 건축가인 친구 요석의 부탁으로

스페인 여행에서 귀국하면서부터 시작합니다

인야는 군산에서 나름 똑똑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고등학생 때 미술로 진로를 정하며 미대를 졸업하고

미술학원에서 강사로 지내며 기반을 다지지만 서른즈음 갑자기 스페인으로 떠납니다

스페인에서 몇년 간 지낸 후 독일에서 새롭게 공부를 시작한 찰라에

어머니가 위독해 급히 귀국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화가로 지내기에는 힘이 들기만 한데요

올곧다 못해 꼬장꼬장하게까지 보이는 인야의 성격상

아부를 해서 교수가 되는 것도, 성격이 안맞는 무리에 속해 있는 것도 맞지 않아

혼자 묵묵히 작품활동을 이어가지만 그래서 전시회를 열어도 잘되지 않고

외국에서는 팔렸던 그림이 고국에서는 한점도 안팔려

어머니가 마련해준 청약저축까지 깨게 되는데..

 

 

<정상적인 생활>은 한 무명화가의 삶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없었던

한국 미술계의 동향과 흐름, 그리고 폐해 등을 잘 드러내고 있는데요

그래서 픽션이라기 보다는 에세이에 가깝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어요

주인공 인야의 삶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상적인 생활'의 범주에서 벗어나

어둡고 힘들다보니 읽고 있다보면 마음이 편하지 않기도 했지만

요즘처럼 멀쩡히 대학을 나오고도 취업을 하기 힘든 현실과

왠지 오버랩이 되서 결국은 끝까지 읽게 되었네요

화가가 쓴 소설이라 그런지 문체나 화법 등이 남달라 적응하기 어려운 면도 있었지만

우리가 몰랐던 화가들의 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기회를 가져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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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바로 북미 최고의 단편 작가라고 불리는 캐나다의 앨리스 먼로였죠

몇해째 후보로 오르고 있는 고은 시인이 받지 못해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도대체 어떤 작품을 집필했기에 앨리스 먼로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는지

개인적으로 궁금증이 일기도 했답니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 작품이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이라는 단편집인데요

개인적으로는 단편소설보다는 장편소설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지라

집중해서 읽을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앨리스 먼로는 평범한 듯 하면서도 그 내면을 보면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 특히 여자들의 감성을 표현해내고 있어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을 수 있었어요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에는 총 9개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어요

이 책의 표제이기도 한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은 캐나다의 온타리오라는 지역에서도

꽤나 유명한 매컬리 집안의 손녀 새비서를 돌보는, 빈말이라도 예쁘다로 할 수 없는 가정부 조해너가

새비서와 그녀의 친구 이디스와 함께 조해너를 놀리기 위해 시작한 편지 장난이

사업에 실패한 새비서의 아버지 부드로를 구원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물 위의 다리'는 외모에서부터 이미 죽음을 맞딱들이고 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지니가

남편과 우연히 방문한 곳에서 낯선 남자와의 짧은 데이트를 통해 살아있음을 다시 느끼게 되고..

'기억'은 남편의 친구 요나스의 장례식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메리얼이

요나스의 주치의였던 에릭과 짧지만 격정적인 하루를 보내게 되지만

결국 일상으로 돌아오고 그와의 추억은 가슴 속에 묻어두고 기억으로서만 남기게 되는데..

'Away From Her'라는 영화의 원작으로 더 유명한 '곰이 산으로 넘어오다'는

몇십년 함께 해 온 노부부 그랜트와 피오나가 그 주인공이예요

아내 피오나가 알츠하이머에 걸리며 메도레이크라는 요양원에 가게 되고

요양원에서의 적응기간인 한달 동안은 면회를 할 수 없게 되는데요

그 기간 동안 피오나는 남편 그랜트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을 못한 채

함께 입원하게 된 오브리라는 남자를 사랑하게 됩니다

이제 자신을 전혀 기억하지도, 사랑하지도 않는 아내를 보며

보통 사람들이라면 상실감과 허무함에 빠지기 쉽상이지만

그랜트는 오브리가 떠난 후 하루하루 쇠약해지는 피오나를 위해 또다른 결심을 하게 되고..

 

앨리스 먼로는 주로 여성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꼬집고 있어서

그녀의 작품은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에게 많이 읽힐 것 같은데요

집필할 때 특정한 형식을 생각하기 보다는 이야기를 풀어쓴다는 앨리스 먼로는

그래서인지 극적 반전이 있는 것도, 스펙터클한 줄거리를 가진 것도 아니고

심지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상황에 대해 처음부터 상세히 설명해주는

친절한 작품 역시 아니지만 찬찬히 읽다보면 인과관계가 이해되면서 빠지게 되면서

단편 소설만이 가질 수 있는 마지막 여운을 잘 살리는 작가였어요

서양인들만이 느낄 수 있을 정서와 조금은 생소한 시대적, 지리적 배경도 한몫해서

아직까지 앨리스 먼로의 작품 세계를 완벽하게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지만

좀 더 나이가 들어 읽었을 때는 또다른 감동을 받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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