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라는 직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된지는 채 몇년이 안 된 것 같아요

백영옥 작가의 <스타일>이라는 소설과 그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드라마를 보고

에디터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지만 <스타일>은 패션 에디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죠

 

 

<뷰티 에디터의 리얼 뷰티>는 엘르의 김미구, 보그의 한주희 2명의 뷰티 에디터가

뷰티 에디터로서의 일상을 첫 부분에 간단하게 소개하고

그동안 뷰티 에디터로 활동하면서 알게 된 뷰티 노하우를 공유하는 책이예요

스킨케어별 최적의 화장품을 비롯해 그들만의 뷰티 시크릿과 뷰티 습관,

그리고 강한 인상을 남겼던 셀럽들의 이야기까지

두껍지 않은 이 책 한권에 두 에디터가 직접 경험한 화장품들이 총 망라되어 있는데요

처음엔 너무 많은 제품들이 등장해서 헉했지만

나에게 필요한 제품을 찾는 재미도 쏠쏠했답니다

무엇보다 늘상 초대되는 론칭 파티, 잦은 해외출장, 셀럽들과의 인터뷰 등

화려해 보이기만 했던 뷰티 에디터들의 고생담을 보고

보통 일이 아니구나 싶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부러운 건 제가 화장품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걸로~

뷰티를 사랑하고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뷰티 에디터의 리얼 뷰티> 한번쯤 읽어 보세요^^

 

뷰티에디터의리얼뷰티, 김미구, 한주희, 시드페이퍼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특히 일본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분들이라면

마츠모토 세이쵸에 대해서 한번쯤은 들어 보셨을 거예요

사회파 추리소설가로 일본 내에선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 있을 정도로

일본 추리소설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인데요

이번에 마츠모토 세이쵸의 첫 장편소설이자 사회파 추리소설의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점과 선(点と線)>을 읽어 보았답니다

 

 

<점과 선>는 관청 비리 사건에 연루된 실무자와 요정에서 일하는 여자 종업원의

동반 자살사건을 중심으로

초반에는 큐슈의 후쿠오카 서의 도리카이 주타로 형사가,

중반부터는 도쿄 경시청 수사 2과 소속인 미하라 기이치 경위가

사건을 파헤치는 형식으로 진행된답니다

두 남녀는 겉으로 보기에는 청산가리를 먹고 자살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관청의 부정부패 사건과 거기에 연루된

야쓰다 다쓰오라는 개인의 비극이 얽혀 있는데요

단순한 살인사건에서 벗어나 사회구조적 모순을 꼬집고 있는 작품이였어요

 

 

사실 <점과 선>은 소설로 읽기 전에 2007년 아사히TV 개국 50주년 기념 스페셜 드라마로 먼저 접했어요

키타노 타케시와 야나기바 토시로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기도 했고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추리나 스릴러라 보고 직접 책으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점과 선>에서는 '도쿄역 13번 플랫폼의 4분'이라는 시간차 트릭이 나오는데

지금은 히가시노 케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트릭이지만

1950년대에 전철(우리나라로 따지면 기차) 시간을 이용한 트릭을 발상했다는 것 자체가

마츠모토 세이쵸가 일본 문학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어요

 

 

큐슈에서 홋카이도까지 일본의 끝과 끝을 왔다갔다 하는데다

전철 시간을 이용한 트릭을 풀어내는 거라 일본 지명이나 지형을 모르는 분들이 읽기엔

부담스러울지도 모르지만

책 중간중간에 있는 삽화와 형사들이 정리한 메모 덕분에 술술 읽어나가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점과 점이 연결되서 선이 되지만 멀리서 보면 점과 점 사이에 있는 틈은 보이지 않고

선으로 연결된 것처럼 보이죠

<점과 선>은 겉으로 보기엔 완벽해 보이는 인간관계지만

그 사람들 사이에는 우리들이 모르는 틈이 있다는 것에서 착안한 게 아닌가 싶어요

살인은 시대를 불문하고 어떤 이유에서건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지만

<점과 선>을 다 읽고 나서는 왜 피의자가 그렇게까지 해야 했고

그렇게 몰아붙인 사회 구조적 책임도 크지 않나하고 생각이 들었는데요

자극적인 소재보다는 인간적이고 정통 추리 소설을 찾으신다면

<점과 선>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래요

점과선, 마츠모토세이쵸, 김경남, 모비딕

 

<소설과 소설가>는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오르한 파묵의 하버드대 강연록을 엮은 책이예요

오르한 파묵은 터키에서 태어나 화가가 되기 위해 22살 때까지 그림을 그리다가

23살 때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하는데요

한마디로 소설가가 되기 위해 체계화된 교육을 받기 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읽은 소설을 바탕으로 혼자 공부하고

마침내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작가라고 해요

 

 

오르한 파묵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으면서 단지 <소설과 소설가>라는

제목에 이끌려 읽기 시작했답니다

이 책은 소설을 쓰는 스킬이나 테크닉을 가르쳐주기 보다는

오르한 파묵이 직접 예술적 한계에 부딪혀가며, 옛 고전들을 읽어가며,

여러 소설가들과 대화를 해가며 알게 된

소박하면서도 성찰적인 소설가가 되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소설을 읽기만 하고 한번도 써 본 적도 없고, 소설에 대해 배운 적도 없는 저에게는

처음 들어본 작품들이 거론되기도 해서 사실 어려운 감도 없잖아 있었는데요

중심부 찾기라든지, 그림과 소설, 박물관과 소설을 비교한 부분은

100%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서도 재밌게 읽을 수 있었어요

 

 

우리가 책을 읽을 때 소설의 기교 등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읽는 독자와

소설에 사용된 기법이나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관심을 두면서 읽는 독자가 있듯이

자신이 사용하는 기교를 인식하지 못하고 글을 쓰는 소설가와

소설에 사용되는 방법과 온갖 작업을 하면서

글을 쓰는 소설가가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는데요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든 그들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없다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아요

<소설과 소설가>는 크게 6챕터, 에필로그까지 포함하면 총 7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어렵다고 중간에 덮지 말고 정말 강의를 듣는다는 느낌으로 한챕터씩 끊어 읽다보면

오르한 파묵이 하고자 한 얘기가 손에 잡힐 듯한 느낌이 드실 거예요

전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오르한 파묵의 소설을 직접 읽어보고 싶어진 건 당연한거고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 <전쟁과 평화>와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악령> 등의 고전이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는데요

깊어가는 가을, 가만히 소설에 푹 빠져 읽어보고 싶어지는 밤입니다

소설과소설가, 하버드대강연록, 오르한파묵, 이난아,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