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등록금 천만원 시대는 아니였지만 제가 대학을 다닐 때도

어김없이 매해 등록금이 꼬박꼬박 인상되었었는데요

그럴 때마다 각자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어떤 행동을 취하는 일이 거의 없는 저희를 보고

어느날 교수님께서 '너희는 왜 그렇게 불만에 가득 찼으면서

데모는 하지 않니'라는 말을 하신 적이 있답니다

그 때부터 벌써 우리 사회가 스스로 무언가를 하고 싶지는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사회를 바꿔주기를 바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요

2002년 주한미군의 장갑차량에 깔려죽은 두 여중생의 사인규명 및 추모를 겸한

촛불집회를 보고는 아직 우리 사회가

자신의 손익만 따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얼마 전 대선이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영국 BBC 뉴스나이트의 경제 담당 에디터 폴 메이슨의 <혁명을 리트윗하라>는

마침 영화 <26년>을 보고 난 뒤이자,

18대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정도 앞두었을 때 읽기 시작했어요

폴 메이슨은 혁명이 일어나던 그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전혀 혁명을 일으킬 수 없을 것 같았던 사람들이

2011년 그해 혁명을 일으켰는지에 대해 현장감있게 풀어내고 있어요

국가의 시장개입을 막기 위해 나타난 신자유주의의 반동으로

갈수록 격심해지는 빈부 격차,

그에 따른 사회 양극화, 실업, 소외 등 온갖 문제들이 쌓이고 쌓여 곪아

결국은 사회적 약자라고도 할 수 있는 빈곤층, 여성, 학생 등이 일어나게 만들었는데요

돈이 곧 진리가 되어가는 현대 사회에,

돈보다는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것 같아요

 

 

부끄럽지만 가까운 일본과 중국은 커녕, 우리나라 정치나 경제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뉴스에 나오는 단 몇줄의 정보만을 가지고는 지구 반대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예요

그것보다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텐데요

어떻게 보면 지금은 SNS가 보편화됨에 따라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또 다른 사람의 생각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져서인지

좀 더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게 참 다행이다 싶기도 하답니다

혁명, 그것은 7080 세대의 전유물이거나 지구 반대편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가까이에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회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혁명을리트윗하라, 폴메이슨, 심혜리, 이지선, 명랑한지성

 

지난 겨울, 친구가 아일랜드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동안 유럽여행을 가자 맘먹었었어요

결국 서로의 일정이 안 맞아 전 동행하지 못했는데요

그 아쉬움이 마음 한구석에 지금까지도 남아있답니다

그래서 <북유럽 디자인과 만나는 스칸딕 베케이션>을 읽어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 책은 디자이너 김진진 씨와 마케터 이홍안 씨가

덴마크 코펜하겐, 스웨덴 스톡홀름, 핀란드 헬싱키를 여행하면서 모은 여행 정보와

각국의 디자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요

단순한 여행 에세이도 아닌, 그렇다고 어려운 디자이너북도 아닌

여행과 디자인이라는 의외로 잘 어울리는 2가지 테마를 적절하게 배합했답니다

 

 

개인적으로는 핀란드 헬싱키편이 가장 인상깊었어요

아무래도 몇해 전에 본 일본영화 <카모메식당>의 배경이 헬싱키여서 그랬던 것 같은데요

이 책에서도 카모메식당 영화 이야기가 살짝 나와서 더 반가웠어요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디자인에 대해 잘 몰라서

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아닌 걱정을 했었는데

북유럽 3국의 디자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는 하지만

왜 그러한 디자인이 그 나라에서 발달했고 세계적으로 유행을 이끌 수 밖에 없었는데

기후와 풍습 등을 통해 설명해서 이해하기가 쉬웠고

각각의 도시 기행 마지막 장에는호텔, 카페, 빈티지샵, 박물관 등을 따로 모아놔서

실제 여행을 갔을 때 지도를 보고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스페셜 챕터 '북유럽 디자인 거장들'은 저처럼 디자인에 관심은 있지만

그와는 별개로 무지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간단하게나마 디자이너들에 대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포스팅을 하다보니 정말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는데요

식상한 일반 여행 안내서와는 색다른 매력을 가진 북유럽 여행 에세이를 찾으신다면

<북유럽 디자인과 만나는 스칸딕 베케이션>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북유럽디자인과만나는스칸딕베케이션, 김진진, 이홍안, 시드페이퍼

 

마광수 교수는 워낙 사회적 이슈를 몰고 다니는 만큼 그 명성은 잘 알고 있었지만

책 한권을 제대로 다 읽어내려 간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직접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즐거운 사라>로 인한 사회적 파문과

그에 따른 작가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을 정도로

마광수 교수의 작품은 선정성 논란에서 벗어나지를 못하지만

시각을 조금 달리해서 보면 자신의 性에 대한 철학을

이만큼 투철하게 표현하는 작가도 드물지 않나 싶기도 했어요

 

 

단순히 <별것도 아닌 인생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사전 지식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알고보니 1999년부터 2000년까지 약 1년에 걸쳐 연재를 끝내고

2005년 이 책의 주인공이고도 한 <로라>라는 제목으로

이미 한차례 출판된 소설이었네요

마광수 교수가 삽화까지 그려가면서 연재한 작품이라고 하던데

책 표지 역시 작가가 직접 그린 거였어요

마광수라는 작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 듯 이 책에 대한 호불호도 상당할 것 같은데요

성모처럼 자신들을 다 품어 줄 것 같으면서도 여러 남자와의 관계를 서스럼없이 맺는,

그러한 이질적인 여성상을 대면하는 로라가 여자의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가 되지도, 받아들여지지도 않았답니다

 

 

하지만 인생이란 그저 우연히 내던져진 것이란 작가의 말처럼

로라와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이런 사람들도, 이런 삶도 있을 수 있구나하며 읽어나간다면

그렇게 어렵고 읽기 힘든 작품인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자기 인생에 대해 고뇌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인생살이 참 힘들다 느낄 때가 많은데

소설 마지막에 나오는 별것도 아닌 인생이라는 시처럼

삶에 대해 가벼운 고찰을 한번쯤은 하게 만드는 책이었어요

작가가 의도했던 것처럼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기에는

소설 자체의 깊이감이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인생이란 것 자체에 거창하고 대단한 의미 부여해 그 무게에 짓눌려 살아가기보다는

그냥 물 흐르는대로 사는게 인생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면

그런 면에서는 독자들의 공감을 어느 정도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별것도아닌인생이, 마광수, 책읽는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