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땐 허약하다는 이유로, 성인이 된 지금은 귀찮다는 핑계로

움직이는 걸 싫어하다 못해 대학에 진학해서 가장 좋았던 점이

바로 체육을 안하는 거라고 했을 정도로

운동신경 제로인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가 바로 야구예요

왜 야구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롯데 자이언츠를 좋아하고

그래서 최동원 선수가 그렇게 하고 싶었다던 롯데 감독을 못하고

병으로 돌아가셨을 때 너무나도 슬펐고

영원한 롯데맨 박정태 전 코치가 언제가는 롯데 감독으로 취임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답니다

이렇게나 좋아하는 야구가 1982년 드디어 프로야구가 출범하게 되었지만

같은 해 제27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가 우리나라에서 개최하게 되었어요

 

 

영화 <26년>에도 나온,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제압한 '그 분'이

국민의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프로야구를 출범시켰다는 건 많은 분들이 아실 것 같아요

<마지막 국가대표>는 당시 규정상 프로선수는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프로에서 A급 대우를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국가대표로 활약한

이해창, 심재원, 김재박, 임호균, 장효조, 김시진, 유두열, 최동원 선수들을 주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대한민국 최초 야구 팩션이예요

어쩌보면 마지막 국가대표라고 일컬어지는 이 6명의 선수 또한

보기에 따라서는 그 희생양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프로선수에 비해 1/100 정도 밖에 안되는 월급에,

첫해 프로야구에 출전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수많은 타이틀을 모두 포기하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가 어떻게 구성되고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국가대표로 뛰고 훈련했는지,

그리고 제27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우승하기까지!!

당대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마지막 국가대표들의 역사와

현실적인 애환이 녹아들어 있어

그들이 있어서 우승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던 것 또한 사실이예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잘 몰랐던 선수들을 비롯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선수의 젊은 시절을 들여다 볼 수 있었어요

야구 팩션이다보니 야구에 전혀 흥미가 없는 분들께 추천해드릴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야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30여년 전 그 전설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만나보셨음 좋겠어요

제가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 중에 하나였던 최동원 선수를

영화 <퍼펙트 게임>에 이어 또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있어서 더 뜻깊었는데요

흡입력있는 스토리 전개에, 언뜻 해설과도 같은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경기 묘사는

저처럼 야구는 좋아하지만, 야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었답니다

이제 다시는 만들어질 수 없을 최고의 국가대표!!

<마지막 국가대표>를 읽다보니 2013 프로야구 개막전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마지막국가대표, 김은식, 브레인스토어

 

누마타 마호카루의 <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은

푸르다 못해 보라빛으로 물든 하늘로 날아가는 새들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의 뒷모습이 찍힌 표지에서부터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작품이었는데요

작가의 평범하지만은 않았던 삶처럼 평범하지 않은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8년 전 헤어진 쿠로사키 슌이치를 잊지 못하면서 자신보다 15살이나 많은 사노 진지와

6년동안이나 함께 살고 있는 33살의 키타하라 토와코.

진지는 정말 이런 사람만은 만나기 싫다 싶을 정도의 남자이고

그런 진지에게 얹혀 살면서 폭언을 일삼는 토와코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여자예요

소설 초반은 이 두 남녀의 공감이라고는 눈꼽만큼도 할 수 없는

일그러진 관계가 그려지는데 토와코가 손목시계 수리 때문에 알게 된

백화점 직원 미즈시마 마코토를 만나 불륜에 빠지고 이를 기점으로

토와코의 옛 연인 쿠로사키가 5년 전부터 실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소설은 미스터리 요소가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답니다

 

 

<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은 작가의 두번째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스릴러적인 구조에, 흡입력있는 스토리였는데요

<용의자 X의 헌신> 이후 이렇게 멜로와 미스터리를 잘 조화시킨 작품은 오랜만이었어요

사람에 따라서는 어느 정도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산전수전을 다 겪고 50대에 등단한 작가의 필력이 나타난 작품이 아니었나 싶어요

너무나도 인상 깊었던지라 누마타 마호카루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무슨 이런 순애보가 다 있나 싶을 정도로

가슴이 먹먹해지다 못해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이었어요

스스로도 사랑을 잘 모른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을 읽고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싶어요

과거에 벗어나지 못하는 토와코와 그런 그녀에게 집착하는 진지.

그들의 특이하면서도 지독한 사랑을 통해 사랑이 뭔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그녀가그이름을알지못하는새들, 누마타마호카루, 박수지, 북홀릭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은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서 써라,

시간을 멍하니 의미없이 흘려 보내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등

우리를 채찍질하는 내용이 많은 게 사실이죠

처음엔 그런 자기계발서들을 읽으면서 길지도 않은 인생,

시간 낭비하면서 살면 안되지하고 부지런을 떨기도 해 봤었어요

하지만 바쁘게 사는 게 행복이라는 공식이 반드시 성립하는 것은 아닐텐데요

이임복의 <당신의 시간>은 부지런하다 못해 꿈을 잃고

쳇바퀴 돌듯이 바쁘게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기존의 자기계발서와는 달리 <당신의 시간>은 소설이라

더 쉽게 읽을 수 있었고, 더 공감이 갔었는데요

화창한 토요이리 오후, 당신의 시간은 끝났다며 죽음의 길목에 선 주인공들 앞에

'메피'가 불현듯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요

시간에 늘 쫓기며 살던 지우, 해성, 성환과 메피의 대화를 통해

처음에는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아둥바둥 살아가던 것이

결국 꿈도, 가족도, 친구도, 자기자신도 잃어버리게 된 것은 아닌가 하고

작가는 물음을 던지고 있어요

 

 

 

 

갑자기 더이상 나의 시간이 없어진다면 어떨까하고 생각해 봤어요

저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금이라도 시간을 쪼개 쓰고,

바쁘게 사는 게 좋은 거지하고 생각을 했었는데

문득 내가 원하는 삶이 어떤 건가하고 회의감이 들기 시작하더라구요

누군가 나에게 어떤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묻는다면

즉시 대답을 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시간 관리가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시간의 노예가 아닌

내 삶의 주체가 되는 게 가장 중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토요일 오후, 잠깐 멈춰 커피 한잔과 함께 <당신의 시간> 읽으면서

시간 멘토링 해보는 여유를 가져보시는 건 어떠세요

당신의시간, 이임복, 라이온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