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가슴을 따듯하게 만드는 책을 만났다.
책이 나에게 온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어떤 작가가 말했었다.
시가 내게로 오는 것처럼 책도 내게로 오는 것이라고...
나도 그런 것을 느끼는 게 서점에 다니다보면 내가 만나게 되는 책들이  있고
못 만나게 되는 책들이 있는데 역시 책이 내게 오는 것이구나 깨닫게 된다.

서점인들이 뽑은 가장 팔고 싶은 책이라는 타이틀을
책을 덮고나서, 나도 인정하게 되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도 이 책을 전하고 싶어졌으니까...

책에 나오는 저자 즉 주인공은,
나쓰메 소세키를 좋아하고, 밤하늘의 별들을 좋아하고
환자들을 진지하게 대하는,
지방도시에서 5년째 근무중인 내과의이다.
그는 환자를 끌어당기는 의사이고 
24시간 365일 대응의 간판을 내걸고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는 진심을 가진 의사이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있는 환자들을 
환자가 아닌 마음으로 대하는 그는
삶을,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마법을 가진 사람이다. 
환자들의 죽음 앞에서 무너지고
눈물을 흘릴 때 그와 같이 나도 울었다.

특히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책에서 주축을 이루는,
아즈미 할머니와 그의 친구 학사에 관한 이야기였다.

일흔 두살의 할머니, 아즈미씨는 병에 걸려  
남은 생을 한 달 밖에 두지 않은 분이었다.
마지막으로 양과자를 먹고 싶어했고
그는 그런 할머니에게 양과자를 선물로 주게 된다.
그리고 할머니의 소원처럼 죽기전에 할머니에게 남편의 모자를 씌어준다.

할머니가 의사에게 남긴 마지막 쪽지, 편지의 내용은 이랬다.
그녀는 이렇게 고백한다.
병든 사람에게 가장 괴로운 일은 고독하다는 것이라고..
그가 자신의 고독을 없애주었고 선생님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살아있음이 즐겁다고 여기게 해주었다고...
누군가가 나로 인해 삶의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은
얼마나 값진 일일까.

사람들이 사고로 다쳐서 혹은 몸이 아파서
시시때때로, 수시로, 전혀 시간을 알 수 없게
병원을 찾는 사람들을 대하는 의사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조금이라도 그들의 세계를 호흡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 
또한 이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였다.

누군가가 생을 떠남으로 인해 아파하는 사람들
그 생을 값있게 만들어준 의사, 나쓰가와 소스케씨에게 
나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건은 책에서 시작하고 책에서 끝난다.

만약 내가 [꿈꾸는 책들의 도시]책을 읽지않았다면,

그런 종류의 책들을 몰랐다면,

이 책에 열광했을 지도 모르겠다.

내가 생각한 책들이 외국도서인 점을 감안한다면,

물론 이 책에서 만들어낸 이야기는

도전이라면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책들에 대한 지식적 정보전달과

작가의 연구정신이 발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책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책 사냥꾼이라는 독특한 직업에 대한 설정,

책을 찾아달라는 의뢰와 함께 그 신비의 책을 찾는 주인공과

그 책을 가지려는 세력간의 책 뺏기 쟁탈전.

흥미진진한 이야기거리이지만,

충분히 이야기를 살리지 못한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주인공이 책을 찾는 과정이 너무 쉽다는 것이다.

우여곡절이랄까, 그런 것이 미흡하지않았나 쉽다.

아주 조금 섞여있는 러브라인도

필요성이 많이 느껴지지않는다.

스케일을 조금 넓혔다면 어땠을까.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서 애매한 위치를 차지하기 보다는

차라리 판타지적으로 갔다라면,

책들이 발견되는 위치가 대학도서관이나 서점이나, 지방의 어느 곳등이

전혀 신비롭게 느껴지지않는다.

마지막 결말부분에서,

책들이 불타는 것을 통해

작가는 결국 세상의 책들에 대해, 그 소중함에 대해

말하고자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도입부분에서 나를 사로잡았던 흡입력이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호흡이 길어진다는 점이 아쉽다면 아쉬운 소설이다.

에세이집을 즐겨보는 편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감상이 나에게 맞는 경우도 있고

맞지않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는 이유에서인데,

맞지않는 경우, 책을 읽기가 참 힘들어진다.

하지만 가끔은 안식처를 찾기위해

마음의 휴식공간을 얻기위해

에세이집을 꺼내든다.

여행에세이의 경우 분류를 해본다면

내가 생각했을 때는 여행의 목적에 따라

종류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다양한 여행책들을 읽어왔다.

한창 여행에 꽂혔을 때는 정말 몇달 내내 여행책만 붙들고 살았다.

큰 서점에 가서도 여행코너에 앉아 책을 독파했을정도.

여행 코너는 사람의 발길이 끊기는 경우가 없는 것 같다.

그들도 나처럼 여행에 대한 꿈을 가지고 각자 가고 싶은 나라를

골라 책을 꺼내든다.

부푼마음과 설레는 마음으로..

출국 날짜를 눈 앞에 두었을 때는 책을 볼 때 정말 마음이 달라진다.

책 속의 한 장소, 한 장소가 앞으로 내가 갈 곳이 되기 때문이다.

현실에 잠시 안주해있는 지금도 난 역시

삶의 일탈을 꿈꾼다.

여행책은 이런 나에게 산소마스크와도 같다.

가장 좋아했던 여행책은 한비야의 책과

on the road였다.

한비야 작가의 책의 경우, 오지 여행가에 맞게 그가 갔던 장소들과

그가 만났던 사람들,

한비야씨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1권부터 3권까지 이틀 만에 읽어 버렸다.

그리고 그 책은 여행에 대한 내 마음을 강하게 붙잡아서

다른 여행책들도 읽게 되었고 끝내 나는 배낭을 메고 여행을 떠났었다.

물론 한비야씨와 같은 여행이 되지는 않았지만..

여행의 묘미는 역시 그 곳에서 누굴 만나는 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그 만남은 여행에 돌아온 후의 삶을 바꿔놓기도 한다.

내가 그 분의 책을 좋아했던 까닭은 그 분의 여행에는 뚜렷한 목적이있기때문이었고

그 목적에서 나 또한 희망을 보았었다.

목적. 단순히 여행을 즐기기위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위해서,

인생의 도전을 위해,

누군가를 만나기위해,

새로운 문명의 경험을 위해,

혹은 외국어를 위해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시간멈춤]의 작가의 경우, 내가 보기에는

자신의 삶의 성찰을 위해서, 그리고 인생의 도전을 위해서

여행을 떠났다.

서른이 되기전,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그녀가 간 곳은 참 어려운 곳. 남극, 히말라야, K2, 안나푸르나 등의 산악등반이었다.

여자 홀로,  대단한 결심이라 생각한다.

난 사실 이 책을 통해, 그녀가 겪었던 여행의 과정들-산악등반에서 오는

의 이야기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여행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없었고

대부분이 그녀의 독백이라고 해야하나,

자신의 짧은 생각들을 풀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었다.

이것이 이야기에서 아쉬운 점이었다.

그녀의 내면의 어려움, 인생에 대한 생각들은

그녀 자신의 것이지

사실 나의 것이 되지않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아쉬워던 것은 사진이다.

선명한 사진을 기대했지만 다소 화질이 떨어져보이는 것은

아마 여행을 다니면서 역시 짐을 무겁게할 수는 없기에,

DSLR이 아닌 일반 디카로 찍은 듯,

경이로움을 느낄 만한 남극, 히말라야, K2, 안나푸르나의 사진을 볼 수 없었다.

물론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는데

작가의 사진도 없더라.

그녀가 만났던 사람들도,

기억에 남거나, 혹은 인상적이거나, 깨달음을 준다거나 하는 사람들도

특별히 없어서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