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분야의 근본이 되는 것은 인문학이다. 역사, 혹은 문학, 과학, 철학 등을 공부할 때

인문학만 빼고 공부한다면 그 학문은 근본을 잃어버린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인문학의 범위가 너무 넓어서 어떤 것에 먼저 손을 대야할 지,

또 어떤 책이 좋을 지 책을 고를 때마다 고민이 되었다.

대개는 어느정도 판매량이 많은 책이나 혹은 저자의 경력을 보고 고르는 것이 다반사이다.

많은 책 중에서 접하게 된 이 책, 인문학의 싹은 인문고전 12편을 소개하고 있었는데 이 고전들은  

인문학박물관에서 ’우리 인문학의 역사 교실’이라는 강좌를 통해 선정한 12권의 책이었고

그 분야의 전문 강사님들의 강의를 책으로 만들었다.

처음엔 책을 읽으며 서술체로 되어있지않고 강사가 말하는 형식으로 되어있어서 이해하기가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었으나 점차 읽으며 적응이 쉽게 되었고 전문강사들의 해박한 지식과 통찰,

그리고 입담은 책을 읽는내내 지루함없이 집중해서 읽게 만들어 주었다.

 

12권의 고전이 소개되고 있었는데 이 중에서 내가 아는 것, 기본적인 것은 부끄럽게도 

택리지, 신조선혁명론, 우리민중의 노동사 정도였다. 하지만 이러한 고전들을 전문적으로 책을

통해 알았다기보다 상식적으로 아는 것들이었기때문에 지식의 범위가 얇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에 대해 그리고 작품에 대해 더 밀도있게 알 수 있어서 좋은 계기가 되었다.

고전 등에 대해 배울 때는 누구에게 배우는 가, 듣는 가에 따라 알고 모르고가 차이가 많이 나는데

이 책 같은 경우, 정말 엄선된 강사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어서 이게 가장 큰 장점이 되었다.

 

많은 것을 알게되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박열의 신조선혁명론과 홍기문의 조선신화연구, 그리고

신남철의 역사철학이었다. 보통 철학이라하면 그리스를 떠올리게 되고 소크라테스를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에도 철학가가 있다는 사실은 다소 나에게 충격이 되었다.

더 놀랍게도 이 책은 1948년에 간행된 책이다. 이 때에 서구문명에 깨어있었다는 것이 신기했고

시대를 통찰하여 나아가야 할 바를 제시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박열의 신조선혁명론의 경우 저자 박열과 그의 연인 가네코후미코의 삶이 너무 강렬했다.

아나키스트로서 아나키즘 운동을 전개한 박열, 아나키즘은 테러와 연관이 되어있는데 왜 그러한지 강사는

이부분에 대해서도 친절히 답해주고 있었다.

그의 애인인 가네코 후미코와 함께 천황과 황태자에 대한 테러 음모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어 계속 감옥에 있었던 그. 그리고 함께 감옥에 있었지만 먼저 자살을 한 그의 연인. 왜 무기징역이 되었고

그녀가 왜 죽었는지 아직 의문은 밝혀지지않았다고 한다. 파격적이면서도 행동적인 박열의 책을 통해 그의

성격을 읽을 수 있었다. 가장 암울 했던 때, 죄가 아니어도 죄를 뒤짚어쓰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희생당했다.

그 상황 속에서도 싸웠던 이들의 투쟁적인 삶을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조선신화 연구의 경우는 전해내려오는 신화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지, 그 부분에 대해 정의내려진

책이라서 꼭 필요한 연구라고 생각했다. 이 부분은 지금도 명확히 하지못하는 것들이 많아서 과거 고전을 통해

분석하고 현실화하는 것이 중요한 작업이라 생각되었다.

다음에도 고전문학의 분석을 통해 새로운 고전들이 많이 이야기되어졌으면 좋겠다.  

나 자신도 전혀 알지 못한채 벽장 속에서 누군가 10년 넘게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면 그 충격은 어떠할까.

동의없이 10년동안 나의 사생활과 삶이 모두 노출 되었다는 사실이 가장 먼저 분노를

일으키지 않을까.

집 주인 몰래 이불벽장 속에 숨어 10년동안  산 여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는지, 이 소재만으로도 이 책은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가장 독창적인 소설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책의 내용은 내가 상상한 것과 사뭇 달랐다. 일단 문학소설의 느낌이 많이 나지 않았다.

책의 구성은 남자의 시점, 그리고 여자의 시점, 여자가 남자에게 보낸 편지로 이루어져있었다.

독특한 것은 이 둘의 성격과 캐릭터이고 그 속에서 작가가 끄집어낸 외로움과 고독이었다.

이 둘은 10년간 같이 살았지만 여자가 발견된 이후에도 이 둘은 어떤 소통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마지막 여자의 편지로 끝을 맺으면서 과연 남자가 이 편지를 읽었는지, 읽고서 용서를

했는지 여자의 판결은 어떻게 날 지 작가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여자의 시점이 감성적이고 주관적이라면 남자는 상당히 객관적이고 냉철하며 건조한 문체 속에

남자의 캐릭터가 읽힌다. 다소 철학적이기도 한 그는  어떤 사람일까.

친구도 여자도 없는 그. 다만 멀리사는 여동생이 있을 뿐이다. 변함이 없는 일상 속에서 무미건조한

삶을 사는 그에게 여자의 발견은 희망이 돋지않았던 그의 삶에서 안개를 걷혀버렸다.

여자에 대한 남자의 태도는 변화의 과정을 거친다. 처음에 그는 음료의 수치가 줄어든 것을

확인하고 감시 카메라를 보던 중에 여자를 발견하게 된다. 여자에 대해 측은한 마음을 가지기도

하고 카메라를 손에 쥐고 부숴버릴 듯 세게 쥐기도 한다. 그리고 여자가 숨어있었던 벽장 안에

들어가 그녀의 냄새를 살피기도 한다.

 

여자, 부모를 잃고 실직해 떠돌던 그녀는 남자의 집에서 햇살을 받으며 편안함을 느낀다.

남자에게 들키지않기위해 긴장하면 모든 행동에 조심을 한다. 어릴 적 그녀는 그 집에 살았었다.

집을 파는 문구를 발견하고 절망감에 휩싸이는 여자. 그녀의 삶을 앗아간 현실을 탓해야할까.

작가는 현실적인 문제를 말하기보다는 무미건조한 문체 속에서 둘의 절제된 감정을 통해

현대인의 삶과 고독을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결말이 아쉽긴 하지만 이 둘의 기이한 만남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가슴이 뭉클하면서 따듯한 이야기가 감성을 적셔주었다.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해요]책은 실화부터 시작해서, 가족 그리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제에 맞게 엮어져 있었다. 책을 읽으며 가슴을 울리고 뭉클하게 적셔 눈물이 나왔던 이야기도

있었다. 이런 마음을 느낀 것은 참 오랜만이었다.

사람에게 눈물을 흘릴 수 있게 하는 것, 이야기 속의 진정한 사랑에 나도 녹아들고 있었다.

내 자신을, 그리고 내 주변, 특히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랑을 받고 있으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다시금

깨우침을 얻게 해주는 책이었다. 조건이 없는 사랑이기에 그 희생이 더 고귀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일본에서 선로에 뛰어들어 아이를 구했던 청년처럼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는 주옥같은 이야기들이

한편 한편 아름다웠다.

이 책은 자신의 감상보다는 이야기를 직접 듣고 접해야 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특히 난 실화가 인상적이었다. 과거 그리고 최근에 일어났던 지진과 홍수, 9.11 테러사건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자식을 향한, 혹은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이 감동을 주었다.

 

1989년 샌프란시스코의 지진때 무슨일이 있어도 너를 지켜주겠다는 아빠는 아들을 살리기위해

무너진 건물 깊숙이 들어갔다. 33명 중 14명이 살아남았고 아이는 아빠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신보다 친구를 먼저 살려달라고, 자신은 무슨일이 있어도 아빠가 구해줄 것라고...

아빠를 향한 아이의 믿음, 그 사랑을 믿는 순수한 마음이 가슴을 울렸다.

 

9.11테러때 은행가인 에드워드는 죽기전 통화를 걸었던 두사람이 있었다. 비서와 개인변호사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생각났고 그는 두사람과 통화를 하지못했다. 비서와 개인변호사는

유산상속에 관한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마지막 통화자를 알아보았다. 에드워드의 노모였다.

아들은 딱 한마디를 하였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세상에 돈보다 더 소중한 것, 가족을 향한 사랑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가지] 라는 책을 읽었을 때도 사람들이 죽기전에 후회하는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가스에 중독되 엄마와 아들, 아들 팀은 청력을 잃게 되었다. 엄마는 농아학교에 그를 보냈고

매일 집에서 팀에게 수화와 입술모양를 보여주며 대화하는 법을 가르쳤다.

팀은 예전처럼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었으나 자신이 그 연주를 직접 듣지못해 우울증에 빠졌다.

엄마는 아들을 격려하며 그의 연주를 녹음했다. 마침내 소년은 콩쿠르에서 우승을 한다.

그리고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나 팀은 마침내 자신의 바이올린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팀은 엄마에게 말을 걸었지만 엄마는 대꾸를 하지않았다. 그의 엄마가 청력을 잃었기때문이었다.

아들이 절망할까봐 사실을 숨겼던 엄마.

엄마는 자식에게 가장 위대한 희생을 한 것이었다.

 

자식을 살리기위해 불 속으로, 혹은 물 속으로 뛰어들었던 이들, 아픈 여동생을 살리기위해

자신의 피 반을 주려고했던 오빠...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많았고 다시 꺼내 보아도 나중에 나이가

들어 꺼내 읽어도 가슴을 울릴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