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은 욕망하는 인간의 날개가 된다.

 

과거엔 그저 똑똑하기만 하면 성공하는 것으로 사람들은 알았다. 이성과 지성의 힘이 강했다.

하지만 점점 현대화가 될 수록, 안락한 생활을 누리게되자 문화생활의 힘이 커졌고 덩달아

문화예술이 발달하게 되었다. 이제는 무엇보다 상상력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다.

창조력과 독창력, 그리고 자신만의 개성이있다면 입학도, 취업도 유리한 사회로 변해버렸다.

상상력, 어쩌면 예술서적으로 분류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철저히 인문서적이다.

저자는 말한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상상력없이는 성립될 수 없다고.

그는 상상력의 시초를 플라톤의 이데아 이론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예술모방론부터 시작한다.

문학과 과학, 철학과 역사, 건축, 영화 모든 분야를 총망라하여 과거 역사부터 그는 상상력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파헤치고 있었다. 중세시대, 그리고 낭만시대, 현대, 앞으로의 미래사회까지..

상상력이 그동안 어떤 양상을 띄어왔고 어떻게 발전되어왔는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문학의 경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돈키호테, 돈실비오,걸리버여행기,동화까지..기존의 알던 문학을

상상력에 초점을 맞춰보니 신선했다. 앞으로의 미래사회에 대해서도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성과 감성, 기계와 인간, 자연과 문명, 과학과 예술이 만날 수 밖에 없는 융합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금도 각 분야마다 접목하여 변화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는 이때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간의 상상과 공간의 상상, 인간에게 상상력은 축복이 아닐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스스로의

욕망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 보이지않는 것들 속에 자유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것

같다. 상상하는 인간은 끊임없이 꿈꿀 수 있다. 보나 나은 세계를 향한 꿈, 세대를 거듭한 꿈들은

인류를 또 세계로 변화시키겠지.

유토피아, 하지만 공간상상의 역효과가 있다면 공간 상상이 현실에서 멀리 떨어져있을 수록 그만큼 현실에

대한 풍자와 사회비판적 잠재력은 강화된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공간을 떠도는 방랑자라고..슬픈 현실이다.

 

공간에 대한 상상력으로 작가는 <걸리버여행기>를 언급했다. 그는 단순히 문학이 아니라 과학과 건축을 결부

시켰는데 가령 하늘을 나는 집의 경우, 상상을 본격화할 수 있다고 하여 현실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최근 수많은 기록을 갱신한 영화 <아바타>는 가상공간, 그리고 환상의 세계를 현대의 키워드에 잘 맞춰

성공한 영화였다. 외계행성 판도라에 강하게 매혹되어 우울증을 겪은 관객들도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런

사례를 통해 상상과 현실의 동전양면의 관계를 지적하고 있었다.

시간상상의 모티브도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되어왔는데 시간의 압축과 연장으로, 작가는 영화 <매트릭스>나

<마이크로 코스모스> <맨 프럼 어스>를 예를 들었다. 시간의 이동은 <타임머신>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등이 있다. 시간의 조작은 <캐쉬백> <클릭> 등이 있다.

이처럼 그동안 인간의 상상력은 시간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해왔다. 광고 마케팅 분야에서도 시간상상력의

활용사례는 많다. 과거를 통해, 그리고 다양한 분야를 통해, 현 시대까지 상상력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상상력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 지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만든 책이었다.

쑤퉁 작가는 <홍분> <나,제왕의 생애>를 통해 알게된 작가였다. 중국문학을 처음 접하면서 위화, 그리고 쑤퉁 작가를

알게 되었고 중국문학의 매력을 한층 느낄 수 있었다.

<성북지대>는 아마 내가 접한 중국문학 중에서 샨샤 이후로 가장 충격을 받은 작품이 아닐 까 한다. 작품 속 모든 것들이,

그리고 등장인물들과 사건, 서사가 놀라움으로 연속되고 감추는 것 없이 다 드러나며 표현들도 매우 거칠다.

대다수 중요한 인물들이 극단적인 방법을 생각하며, 혹은 불운으로 인해 죽음을 맞게되는 것 또한 그렇다. 위화의 소설 <인생>

에서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인물들이 죽는 비극이 연출되었듯 이 작품 속에서도 삶의 비극과 애환이란 쉽게 일어난다.

물론 그것이 당시의 중국시대 상황과 맞물려 서민들의 무거운 삶과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를 비웃기라도 하듯, 강한 애증을

작가는 나타내고 있다.

주요인물들은 부모세대이기 보다는 중국빈민지역에서 살았던 청소년들이 주 사건을 이끌고 나간다. 다성, 홍치, 쉬더, 그리고

메이치와 쩔룩이. 각각 성격과 특색이 다른 이 인물들은 모두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살고있고 결말을 보자면 그래도 가장 행복

이라면 행복이랄까, 좋은 생활로의 발전이 느껴지는 것은 쉬더와 쩔룩이가 아닐까 한다.

<성북지대>는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녹아들어있다고 소개되고 있었는데 정말 그렇다면 받아들이기 힘들만큼 참 어려운 것 같다.

작가는 중국의 어떤 모습을 보며 성장하고 자랐던 것일까.

처음 도입부를 읽으며 마치 80년대 서울을 생각하게 되었고 가난과 처절함 속에서 살아야했던 우리의 슬픈 과거가 떠올랐으며

김소진 작가의 <장석조네 사람들>을 생각하기도 했다. 김소진 작가의 소설보다는 훨씬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말은

아주 과격하지만.

 

이 지역의 이름은 북대옥으로 죄수들이 수감되었던 곳이다. 주인공들이 다니는 동펑중학교는 다 퇴학당하지만, 살인과 방화의

상징으로 유명하다. 성북지대의 유일한 화초는 야반화라고 한다. 황혼무렵 꽃망울을 터뜨렸다가 다음날 아침 분주히 거둬들인다고

하며 여름에만, 그리고 저녁에만 피는 꽃이라고 한다. 어두움과 짙은 그늘에서 살아가는 참죽나무길의 사람들을 나타내고 있다.

 

다성은 13살때 아버지를 잃는다. 시멘트운반트럭에 치어 죽게되었고 그는 북문대교 비탈에서 다 망가진 아버지의 밀짚모자와

시멘트 바닥에 흥건한 핏자국을 발견한다. 아빠의 죽음에 대한 애정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맞았던 기억을 강렬히 그는 가지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 텅펑은 뱀꾼의 딸이었고 그녀의 아버지가 돈을 받고 다성의 아버지에게 팔아넘겨 결혼을 하게 되었다.

쉬더는 다성의 친구인데 병세척공장의 화냥인 진란, 유부녀와 애정을 나누나 쉬더의 아버지와도 관계가 엮여 살인미수까지

갔다가 결국 자신의 아이를 주장하는 진란과 기차를 타고 다른 곳으로 도망을 간다.

홍치의 강간으로 자살을 하는 메이치. 감옥에서 9년형을 받은 홍치. 쩔룩이의 누나 진홍은 밤길에서 건달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이들중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메이치와 진홍의 죽음이었다. 결국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이기지못해 메이치는 자살을 선택하지만

진홍은 건달들에게 강하게 맞서 싸우는 바람에 화를 불러 죽임을 당한다.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적응을 못하고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들 모두 혀를 두르며 전혀 교육을 할 수 없었던 이들, 위태하다못해 늘 선을 벗어나 막장드라마를 연출하며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자해하는 이들, 일말의 자책감이나 반성의 모습조차 보이지않는 이들.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하는 것일까.

빈민지역의 가난과 불온한 청춘, 혹은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받지못해서라고 치부할 수 있는 것일까. 어둡기만한 이들의 모습

속에 많은 의문이 남았다.

점점 경악케하는 사건들이 연속되어 책은 손에서 쉽게 놓이지않고 단순에 읽어버렸다. 문장도 매끄럽고 묘사도 실감있게 되어있었다.

주인공들의 분명한 색깔이 드러나고 주인공들을 제외하고서라도 참죽나무길의 모든 사람들도 생생하게 잘 표현되어 있었다.

<대중을 유혹한 학자 60> 책은 무려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을 자랑하고 있다. 두꺼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역시 제목에서 보듯 학자 60인의 인터뷰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 분야도 다양해서 사회,문화,예술,역사 등

정말 그 분야에서 내노라 하는, 그리고 어느정도 관객들에게 잘 알려진 학자들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이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는 책이었고 알고 있던 분들 외에 다른 학자들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어 또한 좋았다.

이들은 대중과 소통하는 지식인들이었고 지성의 힘을 보여주는 학자들이다. 사회의 원동력이 되며 정체성 확립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목록을 훑었을 때 눈에 들어온 학자들은 평소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박노자, 이덕일, 정민씨였다.

세 분 모두 책을 통해 접하게 된 학자였고 인상적인 책들이었기 때문에 이후 출간되는 책들도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다. 

 

박노자, 그는 한국인으로 귀화한 러시아인이며 진보적인 성향이 강한 학자이다. 그의 소문을 듣고 처음 접하게 된

책이 <당신들의 대한민국>이었고 이 책에 놀라 이어 보게 된 책이 <좌우는 있어도 위 아래는 없다>였다.

그는 한국인이 아니면서도 한국의 역사, 그리고 사회에 대해 뛰어난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고 신랄한 비판과 더불어

깊은 지식을 보여주고 있어 놀랐었다. 그의 비판에 젊은 관객층이 그를 좋아했던 이유는 자신들이 하지못했던 이야기

들을 그가 해주었기때문이고 또 그 비판이 한국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가

우리사회에 있다는 것이 기뻤다.

작가는 노르웨이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를 만나 인터뷰를 하였고 그 내용이 실려있었다. 그는 한국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주로 인터넷을 통해 파악하고 매달 온라인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며 지인들과 출판사에서 신간을 받기도

한다고 한다. 신문과 잡지 등에서 그의 칼럼을 읽을 때마다 반가웠었는데 앞으로도 그의 글을 많이 보기를 희망한다.

 

이덕일,그는 대중적인 역사학자이다. 읽었던 그의 책은 <세상을 바꾼 여인들> <정약용과 그의 친구들>이었다.

현재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그는 대표적인 역사 저술가이다. 역사학자 중에서 대중들에게 잘 열려진

그는 폭넓은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식민사관을 비판하며 역사전쟁에서 지지않기 위해선 교과서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모순과 오류를 반면교사로 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하며 역사적 맥락에 대한 중요성을 말하고

있었다.

 

정민, 서재에 꽂혀있는 그의 저서는 <한시 미학 산책>과 <비슷한 것은 가짜다>이다. 어려운 한시를 새롭게 해석하고

대중화시켰다는 평을 얻는 그인데 나 또한 그의 책을 읽고 한시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되었다. 정서와 감정표현,

절제와 미학, 잘 알지 못했던 한시에 대해 배우게 되어 좋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고전시어를 외웠다는 그.

이런 애정을 바탕으로 그의 책들이 출간된 것 같다.

 

세 분외에도 박홍규씨, 유홍준씨,정재서씨 등의 학자들의 인터뷰도 인상적으로 보았다. 작가의 말처럼 지식의 유희를

즐기며 한층 지식의 수준을 높일 수 있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