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순 작가님의 명상카툰 에세이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가슴을 따듯하게 하는 만화와
만화에 맞는 유명인사의 문구가 짝을 이루어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책이었다.

짧은 시간에 책을 읽었지만 금세 읽어버리기에는 부끄럽게 만드는 책이다.

 

요즘에 언론매체를 접하면 늘 인상을 찌푸리게하는 기사와 뉴스들로 가득하다.

마음을 위로하고 여유를 가지게 하는 책들도 자세히 살펴봐야만 찾을 수 있는 요즘

이 책은 하나의 오아시스샘과도 같았다.

 

인상적인 이야기와 글귀가 많았는데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이야기는 손양원 목사님에

관한 이야기였다.

손양원 목사는 1948년 여수,순천사건때 두 아들을 잃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재판장에게

탄원을 해 가해자의 목숨을 살리고 그를 양자로 삼았다. 사람들이 그에게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진짜 사랑이다라고.

그는 사랑에 용기가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진짜 사랑에 대해 어려운 길을 선택해 몸소

보여준 그의 삶이 놀랍기만 하다.

 

이런 글귀도 있었다.

음악에서 가장 격정적인 부분은 클라이맥스가 아니라
모든 음이 멈추는 그 정적사이에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기도하지만, 예술적 가치에 대해 눈을 뜨게 해주는 글이었다.

 

이 책은 자신의 가정을 돌아보게 만들고, 인생의 여유를 가지게 하였다.

감사하기, 미루지말고 바로 시작하기, 내가 먼저 방긋 웃기, 그리고 베품에 대해 눈길과 관심에 대해

그리고 웃음과 겸손, 눈높이를 맞추기에 대해 다양한 깨달음을 주었다.  
 
하나의 감동, 하나의 깨우침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말과 글을 통해 작가는 마음의 변화를 주고

마음 한 번 바꾸기에따라 행복해지는 비결을 가르쳐주었다.
행복과 불행은 받아들이기 나름이었다. 긍정의 힘과 무소유 힘, 가지기 보다 버렸을 때 삶은 더 여유를

갖게 된다.

 

당신이 있어서 고맙습니다

이 말은 북미 인디언의 전통적인 인사말이라고 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늘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이 있어서 고맙습니다.

 

불쌍하고 유쾌하고 당당하고 자신의 의견에 솔직담백한 그녀, 고우신. 일명 고무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여자.

그녀의 이력은 이러하다. 나이 27살. 고졸졸업에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아 세탁소를 하는 그녀.

20살때 아버지의 장례를 치렀고 그녀의 엄마는 세탁소에서 일하던 조수와 결혼을 해서 동생도 생기게 되었다.

고시공부를 하는 애인의 뒷바라지를 열심히 했지만 그 남자가 고시에 합격하자 결혼정보회사를 하는

신마담인 엄마는 부동산 재벌집안의 외동딸과 결혼을 시켜버리고 만다.

이래서 그녀는 아버지를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아버지의 꿈이었던 세탁소마저 잃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만의 세탁소, 당신의 등짝 가게를 운영하며 씩씩하게 자신의 삶을 당당히 살아가는 그녀.

겷혼정보회사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등급을 테스트하는 고우신은 대학도 나오고 키도 늘이고 몸무게는 줄이고

양친부모는 살아계신다고해서 조건을 고쳤으나 그녀의 등급은 D등급이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후반의 여자들을 향한 그녀의 외침을 담은 소설이다.

남자독자보다는 아무래도 여성독자들이 보기에 흥미롭게 또 즐겁게 볼 수 있는 소설이다.

나 또한 머리속에 특별한 생각없이 소설 자체에 재미를 가지고 읽었고 처음엔 조금 집중이 안되기도 했으나

점점 읽어가면서 때로는 웃으면서 때로는 그녀의 입담에 감탄하면서 그녀의 매력에 빠져 금세 책을 다 읽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남자 승완 또한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현재의 결과에 대해 그녀는 충분히 좌절 할 만하다. 반지하에 사는 애인을 위해 매일 요와 이불을 다렸던

그녀였고 새아빠에게서 태어난 동생 고훈을 챙기고 30년을 지켜온 아버지의 세탁소를 새아빠에게 물려주게 되고

자매와도 엄마와도 전혀 사이가 좋지않다. 언니 우나와 동생 우리는 대학을 졸업하고 엄마가 소개해준 좋은

신랑감과 결혼해서 어느정도 가정생활을 잘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을 헌신짝으로 만들고 사랑까지 가치없는 일로 만들어버렸다고 생각해서 결혼정보회사의 대표

윤승완씨에게 복수를 하기로 결심하며 사건은 시작된다. 햄스터를 풀고 자살소동을 벌이고, 죄책감을 가지게

만든다. 하지만 윤승완은 고우신의 고운마음과 그녀의 눈물, 그리고 진심어린 사랑과 그녀만의 삶에 애정을

갖게되면서 사랑하는 마음이 싹트게 된다. 조건에 맞춰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있지만 그는조건도 안되고

외모도 별로이고 가정환경도 좋지않은 하지만 마음하나만큼은 어느누구도 이길 수 없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고우신과 윤승완이 서로 사랑하게 되기까지 벌어지는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책을 읽는 내내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조건에 따라 또 등급에 맞춰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사귀고 또 결혼을 한다. 그 안에 진심이라던지 사랑이라던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뒷전으로 물러나는 지금의 현실에 딱맞는 주제를 던지는 소설이다.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드라마같은 스토리가 역시나 내이름은 김삼순 드라마와 자꾸 연관이 되었다.

고우신의 캐릭터나 승완과 사랑의 과정이 드라마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였다. 이런 점을 빼자면 사실적인, 리얼한

이야기와 고우신의 입에서 나오는 솔직담백한 표현들이 장점이었고 충분히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가족과의 화해의 과정, 세상을 이겨나가는 과정, 진심의 사랑을 찾게되는 과정들을 편안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낸

것 또한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인생의 등급에 좌절하는 여자들을 향해 그녀는 외친다. 날아라, 고우신!

 

바이올리니스트 세르게이 트로파노프.
집시 바이올린을 잘 몰랐던 나였지만 우연히 랜드바이의 음악을 듣고 그 매력에 푹 빠졌었다.
진지한 연주와 강렬한 음색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세르게이 트로파노프는 랜드바이와는 다르게 선이 굵고 매우 감성적인 것 같다. 기교나 테크닉도
뛰어난 연주자라고 생각한다.
그가 한국가곡을 연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웠고 이 앨범의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된다.
그는 50곡이 넘는 우리 가곡을 연주했는데 그중 15곡을 앨범에 담았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그의 연주는 아름다웠고 서양인인 그가 한국의 정서를 어떻게 생각하고
그 감성을 포착하여 연주했는지 신기했고 모든 곡들이 잊을 수없는 명곡들이었다.

리스트를 보았을 때 가장 기대되는 것은 봄처녀와 아리랑, 그리고 선구자였다.
가장 대표적인 한국의 가곡이 서양악기와 만나 어떤 느낌으로 나타날 지 궁금했다.

1. 비목

잔잔한 피아노선율과 함께 애잔하면서도 구슬픈 선율이 마음을 울린다.
바이올린의 선율 속에 한국적 정서마저 담아낸 그의 연주가 놀라웠다
감정의 고조와 슬픈 사연마저 생각하게 만드는 곡이었다.
원곡의 느낌이 그대로 묻어나왔는데 그가 이 감성을 어떻게 느낄 수 있었는지 신기하다.

2. 보리밭 

기존 원곡보다 가냘픈 선율에 여성적인 느낌이 많이 났다. 멜로디를 그대로 살렸음에도 불구하고
원곡에서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느낌이 났다. 보리밭의 특징인 소박함이 바이올린을 통해 보다 더
화려하게 탈바꿈한 것 같다.

3. 그리운 금강산

익숙한 멜로디이지만 그의 바이올린을 통해 풍부한 음색이 나타났다. 원곡보다 많은 감정이 교차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후렴부로 갈 수록 바이올린이 강하게 곡을 이끌어나가며 그에 맞게 피아노의 선율로 조화를 이루었다.

4. 선구자

중고등학교때 시험곡으로 어렵게만 느껴졌던 곡이다. 그의 바이올린 연주에서는 원곡과는 다른 느낌이 났다.
낮은 음색 속에 느릿느릿 걸어가면서도 진지함과 멋스러움을 잃지않고 있었다.

5.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이 곡은 알지못했던 곡이라 원곡과 비교해서 들어보았다. 풍부한 음색에 꽉 찬 느낌이 들었다. 훨씬 더 슬픈가락과
감성이 느껴졌다.

6. 임이 오시는지

좋아하는 가곡 중 하나이다. 잔잔한 멜로디와 서정적인 가사를 특히 좋아한다.
그의 연주에서는 마디 마다 연주 방법을 달리했는데 비브라토 방법으로 음을 떨게 만들면서 기다리는 여인의 마음을
잘 나타낸 것 같았다.

7. 얼굴

이 곡은 원곡과 가장 많은 차이점을 느꼈다. 누구나 쉽게 따라부르는 애창곡이기도 한 이 곡을 어린아이의 감수성보다는
슬픈 멜로디와 감성으로 이끌고 있었고 집시 바이올린의 느낌이 많이 묻어난 곡이었다.

8. 사월의 노래

가장 한국적인 느낌이 난 곡이었다. 바이올린의 음색과 멜로디가 가장 적합하게 느껴졌다. 중간중간의 호흡마저
한국의 멋스러움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

9. 희망의 나라로

밝고 경쾌한 이 곡을 어떻게 연주했을까, 호기심을 가지고 들었다. 역시나 그의 연주는 실망시키지않았다.
먼저 피아노가 한걸음 한걸음 밝게 내딛었고 이어 그의 바이올린 연주가 피아노의 흐름에 맞춰 경쾌하게 연주되었다.
저절로 고개가 까닥까닥 움직였다.

10. 봄처녀

단순한 멜로디가 아닌 바이올린의 떨림으로 새로운 매력을 선사해주었다. 이어 굵은 음색으로, 그리고 가냘픈 음색으로
다양한 기교를 선보였다. 화려함을 충분히 느끼게 만들어준 연주였다. 봄처녀의 다양한 감정을 그의 연주를 통해 읽어낼 수 있었다.

11. 그 집 앞

솔직하면서도 담백한 연주였다. 원곡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전달해주었는데 후렴부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12. 기다리는 마음

좋아하는 곡 중의 하나이다. 여성의 마음이 애잔한 멜로디에 잘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언제 들어도 마음을 아련하게 하는 곡이었다.
그의 연주를 통해 들었을 때는 한국의 느낌보다는 서양의 정서가 느껴지며 동서양이 어우러진 화음이 인상적이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음색이 잘 맞았고 마치 하나의 뉴에이즈 혹은 클래식 느낌 마저 들며 감수성을 자극하였다. 집시 바이올리니스트인 그와 가장 어울리는 곡 같았다.

13. 어머니의 마음

어머니의 마음이 바이올리니스트 세르게이 트로파노프를 만나 어떻게 이렇게 변화될 수 있을까. 어쩌면 단조롭게 생각하기도 했던
이 곡이 서양의 음색과 어우러져 풍부한 선율 속에 그 아름다움이 가득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어머니의 마음인 것을 생각 못하고 듣는다면 하나의 아름다운 바이올린 연주로 충분히 생각될 수 있을 정도였다.

14. 그대 있음에

그리움이 가득한 이 곡, 부르는 이의 애절함이 가득한 곡이었다.
역시 피아노와 어우러진 그의 바이올린에서도 슬픈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느끼기엔 전체적으로 바이올린의 음색은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악기인 것 같다. 슬픈 곡이, 그리움의 곡이, 애절함이 바이올린과 만날 땐 훨씬 시너지 효과가 커지는 것 같다.

15. 아리랑

가장 기대했던 곡, 아리랑. 가장 한국적인 이 곡이 그를 통해 어떻게 변했을까.
굵은 바이올린의 선율 속에 리듬이 자유롭게 움직였고 원곡을 살렸다기보다는 그가 느끼는 아리랑에 대해 표현 한 것 같았다. 한국의 정서나 슬픔의 한을 다 담아내지는 못한 것처럼 느껴졌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곡이었다.

한국의 가곡은 원곡으로, 혹은 평소에 좋아하는 조수미씨나 임형주씨의 음색으로, 피아노로, 그리고 합창곡으로 들어왔다.
집시바이올리니스트 연주로 들었을 때 느꼈던 곡의 차이점은 정말 놀라웠다. 서양과 동양의 조화가 어울려, 훨씬 아름다운 음색으로
선율로, 한 음 한 음, 슬픔과 애잔함, 그리고 그리움과 여인의 한 마저 묻어나오고 있었다. 한국의 가곡을 얼마나 이해하고 그가 연주했을지는 모르지만 이미 그의 연주를 통해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인마저도 그의 연주를 통해 가곡의 매력에 젖어들었다면 이미 그의 연주는 우리의 가슴을 울린 것일 것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연주자들을 통해 연주될 한국 가곡의 또 다른 모습을 기대하게 만든 그의 연주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