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가장 강렬한 청소년문학을 만났다.

치열한 성장과정 속에서 당당히 세상과 맞선 소년의 이야기.

특히 바다를 배경으로 쫓고 쫓기는 싸움은 긴장감을 한순간도 놓치지않게 만들었고

반인의 등장 등 적절히 판타지가 결합되어 매력적인 소설 속 배경 속에 이야기를 만들어내었다.

십브레이커외에도 출간된 알에이치코리아 성장소설선 모두 기대되는 작품들이 많았다.

또한 파올로 바치갈루피 작가의 이전작 와인드업 걸도 기대가 많이 된다.

 

커다란 어선과 물 속에서 금방 나온듯, 젖은 듯한 모습에서 하늘을 응시하는 소년의 모습은

자유를 갈망하고 있는듯 아름답게 보였다.

표지부터 사로잡은 이 책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도 강하고 남성적이며 긴박감이 넘치고 매우 치열했다.

처음에 [리버보이]책과 같은 느낌을 갖고 접근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이들의 현실에서 서정성과 동정은 전혀 없었다. 다만 살기위한 혈투와 싸움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환경과 또 결말에서 결국 아버지를 죽일 수 밖에 없었던 네일러의 삶은 매우 불행했다.

하지만 네일러는 자신의 자유를 찾았고 옳은 선택을 했고 자신의 옳은 선택에서 최선을 다해 싸우고 이겼다.

알을 뚫고 나와 세상과 당당히 맞서 이긴 것이다. 다소 파격적이기도 하지만 네일러의 지금의 승리는 그에게

앞으로도 승리를 가져다 줄 것이다.

 

청소년문학. 청소년기에는 누구나 자신의 환경을 극복하고 신념을 다해 싸워야 할 때가 온다.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 극복해낼 것인가,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과제인 것 같다.

 

가난과 아버지의 폭력, 그리고 노동에 시달렸던 네일러. 많은 돈을 갖는 것이 그에게 중요했지만

그 기회를 버리면서 네일러는 호화 여객선에서 만나게된 소녀 니타를 구해주고 그가 가장 두려워했던 아버지와

맞서 싸우며 결국 다른 삶을 얻고 자유를 얻어낸다. 아버지를 극복하고 넘어서면서 중요한 가치를 얻게되고 또

깨닫게 되는 과정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사실적이고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점점 밝혀지는 니타의 존재도 흥미로웠고 네일러 못지않게 강한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는 니타의 캐릭터도 좋았다.

네일러와 니타의 강인함이 어려움을 극복하게 만들어주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네일러와 니타의 만남, 생존하기위해 이들의 우정은 강해지고 둘 다 모두 원했던 자유를

얻게 된다.  이후 네일러의 삶은 또 어떻게 될까. 어떤 삶을 살게 될까, 그 뒷이야기도 매우 기대된다.

어린왕자의 작가가 생떽쥐베리인 것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그렇다면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작가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초등학교 때 누구나 거쳐가는 책을 꼽자면 아마도 아낌없이 주는 나무 책일 것이다.

어린왕자의 책을 읽으며 정말 이 작가는 천재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나는 다시 이  책, 세상 모든 것을 담은

핫도그 책을 읽으며 이 작가가 천재구나 생각했다. 그의 상상력과 재기발랄함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가 바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작가, 셸 실버스타인이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그가 걸어놓는 마법에 걸리게 될 것이다. 나 또한 이 책을 읽고 그의 마법에

걸려 그의 책-다랑방의 불빛, 골목길이 끝나는 곳 등, 아동도서 코너에 가서 열심히 그의 책을 읽어보았다.

모두 다 시집처럼 단편으로 묶여 아쉬웠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보다 긴 장편을 기대했지만, 그래도 모두

만족스러운 책들이었다. 그의 책은 서재에 꽂아두었다가 웃고싶을 때 꺼내들고 싶은 책이다.

상자 안에서 괴물들이 나오고 스프링이 달린 인형이 튀어나올 것만같은 호기심이 가득 담긴 책이다.

[세상 모든 것을 담은 핫도그]를 책 제목으로 한 것도 딱 걸맞는 제목을 뽑은 것 같다.

 

다양한 등장인물과 이야기들이 나왔고, 언어유희로 재미를 주기도했고

나를 사로잡은 글귀들도 많았다.

 

학교

폭우와 우박,

추위와 눈보라가

결석을 시켜주는 곳.

 

자서전

처음엔 태어났고

다음엔 경고를 받았고

다음엔 수영하는 법을 배웠고

다음엔 결혼을 했고

다음엔 땅에 묻혔습니다.

이것이 그에게 일어난 모든 일입니다.

 

그는 말썽꾸러기, 영원한 아이가 아닐까. 셸 실버스타인 작가가 옆에 있다면 아이들은 지루할 틈이

없을 것 같다. 상상이 가득한 동심의 세계가 얼마나 아이들에게 소중한 것이 될 수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보았고 그의 책들을 모두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다.

잠들기전, 꿈 속에서 눈알이 빠진 무서운 괴물을 만난다해도 그의 책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기대하고

장난을쳐도 용서될만큼 흥미로운 책이다.  

 

 

박경리, 그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값진 선물이다.

47년만에 깨어난 고박경리 작가님의 미출간작, 녹지대. 확실히 이 책을 통해 젊은 박경리 작가님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은 과거의 기억, 내가 살아보지못했던, 하지만 누군가 살아왔고 지나왔던 우리들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어 향수를 잔뜩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다방과 문학인들과 시화전과 통금시간...

그때도 어떤 이들은 아파했고 슬퍼했고 사랑했고 또 뜨겁게 사랑했다.

1960년대 아늑하게만 느껴지는 그 때. 박경리 작가는 그 시대에 살았던 이들을 통해 예술을 말하고 삶을 말하고

사랑을 말한다. 마치 한 편의 영화 혹은 오래전 드라마를 보는 듯 했고, 줄타기에 올라탄 광대를 보는 듯

한 장 한 장이 아슬아슬하게 넘어갔다. 그만큼 그들의 치열한 삶은 숨가빴고 위태로웠다.

그 시대가 그러했던 것일까.

김정현과 인애, 그리고 은자. 특히 이들의 캐릭터는 생생할 정도로 무척 가까이 느껴졌고 김정현과 민상건의 

캐릭터는 다른 곳에서 다시 볼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통속소설, 세태소설이라고 봐야할까. 박경리 작가님만이 그려낼 수 있는 깊이감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나는 한 번 토지문학관을 가본 적이 있다. 너무도 보고싶었던 박경리 작가님을 한 번도 보지못한체 결국 이제

영영 못본다는 사실이 아직도 가슴 아프지만 이 한 편의 소설을 통해 모든 것이 위로가 된다.

부모를 잃고 큰 아버지댁에 기숙하며 사는 강인한 여인 인애. 광기어리고 슬픈 조각가 민상건, 그를 사랑하는 숙배.

그리고 인애가 사랑하는 김정현과 양공주의 딸로 태어나 결국 현실에 굴복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떠나

다른 이와 결혼하는 은자. 남편과의 가식적인 가정생활에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자살기도를 하는 숙배의 엄마, 최경순.

이들은 모두 철저히 외로운 이들이다. 그들이 만났기에 삶은 더욱 외롭다. 누군가의 위로가 될 수 없고 서로를 더

상처낼 뿐이다. 좌절된 사랑이 결국 김정현의 죽음을 통해 숙배와 민상건이 구원을 받았을 지 몰라도...

인애와 김정현의 이야기를 소설 안에서 더 많이 만나지못해 아쉬웠다. 김정현이라는 인물은 소설 속에 많이 나오지

않아도 그가 인애에게 토해내는 그의 감정이 실린 편지만을 보아도 그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인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린 감정의 소유자인 그를 충분히 글 안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또한 인물을 그려내는 작가의 역량일 것이다.  

녹지대라는 장소는 이 소설에서 중심이 되는 곳이다. 그들이 만나는 곳이자, 도피처이다. 마치 홀로 떠있는 섬처럼..

과거 예술가들의 거리였다던 명동의 향수와 함께 문학인들이 모이는 이곳은 어쩌면 실제로 존재했을 지도 모르겠다.

 

요즘 작품들과 비교하면 이 작품은 지극히 통속적이다 말할 수도 있겠지만, 레코드판을 꺼내어 오래전 그때의

음악을 꺼내 듣듯 이 작품은 한국문학작품으로서 그립고도 아픈 향수와도 같은 소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