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딸이 집을 나갔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엄마와 딸의 공톰점이 있다면 가출을 했다는 경력이다.
분명 세대는 다르지만 17세때 집을 나갔을 때 겪었던 이들의 마음은 같았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실의 자신에 대한 절망, 타인과 비교해서 생각하게 되는 자신의 가정에 대한 패배감.
이런 것들로 고민을 하고 절망했던 이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여성소설이다.
엄마와 딸의 이야기라고 한다면 더 명확하겠다. 액자소설로 구성이 되어있고 한 세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엄마
세대와 딸의 이야기 모두 담겨있어 흥미롭게 작품을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엄마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이 소설은 집을 나간 딸을 찾기위해 자신의 17세때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면서 딸과 소통하고자 하는 과정이
다루어져 있다.
그 속에서 17세부터 20세까지 공장에서 일하며 겪었던 엄마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진학에 실패한 후 공장에 들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들, 그 안에서 등장하는 개성있는 인물들,
그녀의 친구들과 그녀가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80년대, 공순이라고 불리웠던, 나 또한 겪어보지못했지만 그 이야기들은 향수가 짙었고 아련하면서, 가슴아프고
막막한 듯한, 그리고 어쩌면 불행하면서도 슬픈 이야기였다.
과거의 부모세대가 겪었던 이야기. 시대가 급격하게 변하면서 그들이 겪었던 사회적 고통과 비참함과 느낄 수 있었다.
참,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살면서 아파하고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간다.
과거에도, 지금도, 아파하는 이들은 설 곳이 없다. 만족한 삶을 얻기위해선 오직 자신에 대한 투쟁만이 있는 것일까.
10대가 겪는 고민들과 그런 자식들을 바라보는 부모에 대한 마음, 둘 다 느낄 수 있었던 가족소설이었다.
요즘 드물게 발견된 소중한 작품이었다. 부모님과 자식간의 비어있는 틈을 채워줄 수 있는 따듯한 연결고리가 될
작품이라 생각한다.
엄마세대를 이해하고 픈 이들에게, 아니 부모님을 둔 이들이라면, 때론 서로간의 생각차이로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정말로 모두에게 필요한 책이다. 가족의 달을 맞이해 선물한다면, 좋은 추억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