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밑 페스티벌. 그리고 꽃을 한아름 안고 물 속에 잠겨있는 성숙한 소녀의 모습.
제목도 표지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카피문구.
페스티벌 밤에는 절대 그 누구도 죽어서는 안된다!
-죽음. 누구의 죽음 인 것일까.
또 하나의 카피.
일생에 단 한 번 뿐인 사랑.
-얼마나 강렬하고 아픈 사랑인 것일까.

 

제목에서 말하는 물밑 페스티벌과 죽음, 그리고 사랑. 이 세가지가 소설의 전체 축을 이루고 있었다. 소설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는 이미지 인, 장미 꽃을 한 손에 든 채 물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는 소녀의 모습도 잊혀지지않았다.  소설의 시작은 마을에서 열린 페스티벌로 시작을 한다. 페스티벌에서 소년 히로미는 모델로 활동중인 유키미를 보게 된다. 그녀가 다시 마을로 돌아온 것이었다.

 

골짜기 사이로 보이는 마을 집들은 물밑에 잠든 것처럼 보였다.
고원에서 열린 축제가 마치 거짓말인 것처럼, 마을은 고요히 그 자리에 누워있다.

 

소설의 첫 부분 쯤에서 마을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이 두 문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의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었다.
작가는 페스티벌이라는 소재를 소설 끝까지 끌고가면서도 긴장을 놓치않고 물에 잠긴 듯 뭔가 비밀이 있고 감춰줘있는 듯 음울한 마을의 이미지를 소설 속에서 잘 살리고 있었다.

급속도로 유키미와 가까워진 히로미에게 유키미는 자신이 마을에 돌아온 이유를 고백하게 된다.
자신의 어머니의 자살과 그 자살이 바로 유키미의 아버지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을을 향한 복수. 자신의 아버지를 향한 복수였다.

이 둘 사이에서 다쓰미가 호수에 빠져죽게되면서 소설은 급속도로 급박해지며 이야기가 전개되기 시작했다. 유키미가 말한 밝힌 사실에 대한 진위여부 속에 혼란이 시작되었고 다쓰미의 죽음을 은폐하고 호수 수색도 하지않는 마을의 모습에서 작가는 폐쇄된 사회의 부정적인 면들을 폭로하고 있었다.
끝으로 치닫으면서 소설은 또하나의 피할 수 없는 진실을 준비하고 있었다. 유키미 또한 자신이 알고 있던 사실이 아닌 진실에 휘청거리다 히로미에게 정말 좋아한다는 고백을 하고 마쓰미가 죽은 그 호수로 뛰어든다.

 

마치 열대야와도 같았던 사랑, 히로미에게는 자신의 가족, 그리고 마을과도 바꾸려고 했던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던 유키미와의 사랑은 열병을 앓고 난듯 너무도 강렬한 사랑이었다.

결국 유키미와 함께 마을을 벗어나 도쿄로 가려고 했던 히로미는 마을을 벗어나지 못한다. 은폐하려는 마을에 힘도 써보지 못한체 가족의 속박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현실이 조금 안타깝게 느껴진다.

로맨스와 미스터리, 그리고 청소년 소설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 소설은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다중적인 의미를 내포해 많은 것들을 표현해주고 있었다.
단순한 오락소설을 넘어 사회의 일그러진 관습과 제도, 그리고 권위에 대한 폭로적 성격을 생각할 때 도전정신을 가진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호수에 잠긴 마을과 호수에 빠졌어도 수색하지않는 마을 사람들, 마을에 복수하러 왔지만 결국 호수에 빠지고 마는 유키미의 모습을 통해 조금은 비극적이긴 하지만 소설적 재미를 풍부히 살리는 장점을 가진 실려있는 작가란 생각이 든다.   

처음에 이 책을 받아보고서 기뻤던 것은 아시아문학선 1번으로 나왔기때문이었다. 아시아는 [아시아]계간지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유럽이나 아메리카 작가들은 우리나라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지만 아시아 문학작품은 번역이 활발히 이뤄지

지지않아 소개되는 것이 소수에 불과했기때문에 [아시아]계간지를 통해 새로운 작가들과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

다. 아시아 작품들의 첫인상은 굉장히 강렬했다. 대중적으로도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앞으로 아시아문학선에서

어떤 책들이 또 출간될지 기대된다.

 

이 책은 한창 전쟁소설들을 찾아 읽을 때 읽게 된 작품이었다. 역사소설들도 있지만 난 전쟁소설은 반드시 한번쯤은 읽어봐

야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전쟁영화도 한번쯤은 꼭 봐야. 특히 전쟁을 겪지못한 세대는 전쟁의 슬픔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한

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전쟁소설을 찾아 읽었었는데 그때 한국의 [하얀전쟁]과 [무기의 그늘]을 읽었고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

베트남 전쟁이 배경인데, 아무래도 베트남 작가가 쓴 책이다보니 다른 국가에서 쓰여진 것에 비해 굉장히 현실적이었다.

베트남문학에 대해 한가지 추천하자면, 응웬옥뜨 작가의 [끝없는 들판]책이다. 이 책을 읽은후 한참 멍하고 눈물이 나왔었다.

 

[전쟁의 슬픔]제목이 가지는 강렬함이 큰 것 같다. 전쟁이라는 것에 대해 이 한 제목으로 많은 것을 표현해준다고 생각한다.

서로를 죽고 죽여야만하는 전쟁..전쟁이 끝난 후에도 남겨진 깊은 아픔과 상처. 이 작품 속에서 좋았던 점은 전쟁 뿐아니라

사랑에 관한 것도 나오기 대문이었다. 전쟁소설이지만 끼엔과 프엉의 사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첫사랑 프엉의 사랑..전쟁은

숭고했던 사랑마저도 앗아가버린다.

그들은 다시 재회하지만 이미 전쟁으로 인해 너무나 많은 것이 변했고 결국 프엉이 하노이를 떠나면서 주인공은 홀로 남겨진다.

전쟁의 피비린내...유일하게 미국이 패배한 베트남 전쟁. 한국의 소설에서는 전쟁의 참상을 겪은 후 주인공들의 심리상태나

결국 비극으로 끝나는 그들의 삶을 통해 전쟁을 폭로했다면 이 작품은 전쟁에 참전한 경력을 지닌 작가가 직접 서술해서

베트남의 상황들이나, 주인공 끼엔의 고통들이 더 직접적으로 다가왔다.

 

베트남은 전쟁은 끝났지만 우리는 아직 진행중이라는 점을 염두하면 씁쓸함이 남는다. 이들은 끝난후의 슬픔이 있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가져야하는 이 슬픔을 어떻게 끌고가야하는 것일까.

 

몽골의 이야기를 다룬 것에 맞게 눈이 덮인 몽골의 대초원과 야생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표지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센베노, 아빠라는 제목. 센베노는 안녕이라는 뜻인데 작품의 주인공인 갈샨이 돌아오지않는 아빠를 기다

리다 극적으로 아빠를 발견했을 때 센베노, 아빠라고 인사를 하는데 그 센베노라는 말이 이때 가슴 깊이 뭉클하게

다가왔다. 센베노라는 말외에 다른 몽골어들도 등장하는데 그 단어들이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잘 이끌어주고

있었고 특히 센베노라는 언어가 너무 맘에 들었다.

 

작가는 돌아오지않는 아빠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깨우쳐주는 한편, 갈샨이 아빠를 찾기위해 기다리는 것이 아니

라 직접 아빠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굉장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러한 내용들이 성장기의

청소년들에게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앞이 보이지않는 갈샨의 할아버지인 바이타르를 통해 작가는 현대문명을 거부하고서 자연 그대로를 수긍하

려는 할아버지와 현대적인 고집하는 갈샨. 즉 할아버지와 손녀의 문화적, 문명적 대립을 보여주기도한다. 하지만 결

국 할아버지와 손녀가 함께 아빠를 찾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보면 서로의 화합의 중요성과 하나될 수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듯도 하다. 작가가 작품 속에서 다양한 의미들을 많이 나타내주고 보여주고 있어서 읽으면서 많은 것들을

깨닫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몽골의 느낌이 잘 살아있어서 처음엔 작가가 동아시아계통인 줄 알았는데 작가는 프랑스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번 작

품 전에 이미 <153일의 겨울> 작품을 통해 바이타르와 손녀 갈샨의 이야기를 다루었다고 한다. 그 작품과 함께 읽으

면 더 좋을 것 같다.

 

실종이 되어 돌아오지않는 아빠. 그리고 아빠가 사라진 뒤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는 갈샨. 갈샨을 이해해주는 할아버

지, 바이타르. 그리고 몽골만큼이나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는 가족들.

사라진 아빠를 찾는 과정이 긴박하게 펼쳐지고 아빠를 찾을 수 있을까하는 안타까움 속에 작품을 계속 읽어나갔다.

부디 죽지않기를 바라면서...가족의 한 사람, 한 사람 모습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가슴 깊이 느끼게 해주는 작

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