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의 작품을 접하게 되면 [키친] 먼저 읽게 된다.
[키친]은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의 색깔이 그대로 묻어난 작품이다.
작품에 작가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문예과를 졸업해 문학상을 수상한 그녀는 작가의 길을 곧이 걸어온 이이다.
바나나 작가의 작품은 뭐랄까, 소박하면서 정갈하면서 매우 신선하고 감각이 있다.
작은 접시에 담긴 음식이지만 개성이 강하고, 또 먹고 싶어지는 매력이 있달까.
첫 등장부터 독자를 사로잡던 그녀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손에 꼽히는 일본여성

작가가 되었고 많은 작품을 쏟아내고 있다.

 

잊혀지지않는 키친의 첫 문장.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를 말한다면, 그곳은 부엌이다.
청결한 마른 행주가 몇 장이고 준비되어있고 하얀 타일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곳.

자신이 살 집을 구하던 주인공은, 우연히 그녀를 방문한 다나베 유이치의 권유를 받아 유이치의

집에서 같이 살게 된다. 식객생활의 시작이었다.
그 집을 처음 방문했을때 그녀는 부엌을 구경한다.

고급스런 실내화, 쓰기 좋게 배열된 주방용품들, 반짝이는 유리잔.
참, 신기한 것은 이 작품을 읽고 난 후 나도 부엌을 세심히 살피게 되었다. 우리집도 그렇고 다른

집에 가도 그렇다. 작품에 이렇게 쉽게 동요되다니..신기한 일이다.
유이치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녀의 어머니, 에리코였다. 인간이 아닌 것같은 매우 아름 다운 여인.

압도적인 그녀의 미모. 하지만 사실 그녀는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였다.
독특한 이 문화는 일본이기에 이해되는 상황설정이다.
집, 공간, 그리고 가족의 소소한 이야기.
꿈의 부엌. 많은 부엌을 가질 것이라고 고백하는 주인공의 말로 소설은 끝이 난다.
간결한 문장들이었지만 연상이 그대로 느껴지는 묘사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베트남 작가의 작품은 남성작가인 바오닌의 [전쟁의 슬픔]과 여성작가인 응웬옥뜨의 [끝없는 벌판]

책을 읽어보았다.
두 권 다 매우 충격적인 작품이다. 베트남의 슬픔이 현실적이면서도 매우 처절하게 묻어난 작품들이다.
특히 [끝없는 벌판]을 읽었을 때 정말 놀랐었다.
작가들의 평처럼, 응웬옥뜨 작가는 매우 용감하며 베트남 문학사에 100년 만에 한 번 나올법한 작가이다.

그녀의 이후 작품들도 기대가 크다.

[끝없는 벌판]은 일단 표현들이 매우 날카롭고 거칠다. 투박하면서도 장미의 가시처럼 가까이 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소녀는 강가에서 한 여자를 발견하게 된다. 여자는 온통 왈패들에게 짓이겨진 상처 뿐이

었다. 망신창이가 되어 남자들에게 계속 발길질을 당한다. 소녀와 아버지는 그녀를 데리고 탈출을 하고,

이후 여자와 함께 살게 된다.
소녀가 이 여자를 만난 것은 운명적인 일이었다. 마치 안나까레리나가 기차에서 보았던 것이 그녀의 운명이

되었던 것처럼, 소녀가 본 여자의 현실이 이후 자신에게 닥치게 된다.
여자는 사내들을 침대로 꾀어내 살았고 그것에 대해 여자는 이렇게 말한다.
남의 피와 땀, 눈물을 먹고 사는데 두둘겨 맞는 것도 당연하다고..
씁쓸한 현실이다. 소녀의 엄마는 자식들을 두고 집을 나갔다. 강가에 앉아울고 있던 소녀의 엄마를 아버지가

거룻배를 몰고 지나가다 태우게 되고 아버지를 사랑하게 되어 이들을 낳았던 것이다. 이후 이들을 떠나버린

것. 생존이 걸린 삶의 터전에서 모두들 야생의 본능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상처입은 야수처럼 물불 안가리고

싸운다.
소녀의 가족에게 결코 행복은 오지 않았다.
소녀에게 세 남자가 붙잡혀 에워싸 짓이겨지고, 달려온 아버지의 저항도 필요없어졌다.

끝없는 벌판엔, 구겨진 피투성이의 몸뚱이만 남는다.
시작부터 끝까지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작가의 말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문학이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처한 현실을 넘어서 보고자 했다고 했다.
처절한 현실에서 우리는 어떤 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

교사직을 그만두며 여교사는 고백을 한다.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이 이 안에 있다고.

 형사재판으로 넘기는 대신, 그녀는 교사로서 자신의 책임을 한다. 그리고 그 두 범인을 폭로하며 고백을 한다.

반전이 있다는 소개글를 보고서 범인이 다르거나 혹은 사건이 조작되었거나 하는 반전을 생각했다. 예상과 어긋나며 이 책은 철저히 교사에 의해 시작과 끝을 맺고 있었다.

 정말 충격적인 소설이다. 이 소설은 여교사의 딸에 대한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 죽음과 교사의 고백으로 몰고 올 파장, 그리고 그 모든 결과의 뒤에는 바로 여교사가 있었다는 것을, 어머니로서의 그녀의 모습을 철저히 보여주고 있었다.

모두에게는 사정이 있었다. 그녀도, 그녀의 딸을 죽인 두 범인, 열세살의 살인자, 학생들도. 살인을 저지른 두 소년의 범행의 동기는 모두 어머니. 에게 있었다.

 자신을 실패작이라고 말하는 어머니에 대한 분노. 자신을 버리고 떠나 새 삶을 시작한 어머니에 대한 분노. 그 분노의 밑바닥에는 어머니를 향한 애정이 있었다.

어쩌면 용서해준 것처럼 고백을 하고 교사직을 그만두었지만, 결국 그녀의 고백으로 인해 두 소년들로 인해 또 다른 살인이 일어나게 된다. 소년의 어머니의 죽음, 같은 반 친구의 죽음. 또 어머니의 죽음.....

 이러한 죽음들 앞에서 당연시하며 고백을 마치는 여교사의 담담함에 소름이 돋았다.

강렬한 스토리로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는 독자를 잡고서 끝까지 끌고 나가고 있다.

충격의 충격이, 연이어 이어진다.

죄와 벌, 죄의 대가를 누가 지을 수 있고 또 누가 벌할 수 있을까.

어떠한 살인에 용서 혹은 변명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시작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경고하는 책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발단이 없었다면 살인도 죽음도, 아픔도, 그 어떤 것도 없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