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작은 집 창가에.
정확하게 배우거나 많이 들었던 것은 아니지만, 책을 다 읽어보니 언젠가 한 번쯤은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들으면 들을 수록 생각이 나고 마음이 즐거워지는 노래이다.
이 노래를 배우며 자랐던 아이들은 좋은 기억과 추억을 가질 것이다.
독일에서 가장 인기있는 삽화가이며 동화작가인, 유타바우어의 글과 그림으로 새롭게

재탄생한 숲 속 작은 집 창가에.
숲 속 작은 집 창가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창 밖을 보고 있는 노루에게 토끼 한 마리가 뛰어온다.
사냥꾼에게 쫓긴 토끼는 노루의 집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안전히 피신을 한다.
창 밖을 보고 있는 노루에게 사냥꾼에게 쫓긴 여우가 또 찾아온다.
노루의 집 안으로 들어온 여우는 덜덜 떠는 토끼와도 손을 잡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냥꾼 아저씨가 찾아와, 배고프다고 말한다. 노루는 문을 열고, 토끼

와 여우, 노루, 그리고
사냥꾼은 함께 손을 잡는다.
평화와 화해를 이렇게 밝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이야기와 노래가 또 있을까.

자꾸 따라부르게 되고 또 웃음이 자연스레 지어지는 행복한 이야기.
집 안에 들어온 여우를 보며, 몸을 떨고 또 들어온 사냥꾼을 보며 침대 속으로 그리고 의자

밑으로 들어가 몸을 떠는 여우와 토끼의 그림이 너무 귀여워 아직도 생각이 난다.
서로 간의 평화가 이렇게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숲 속 작은 집

창가에.
아이들에게 꼭 배우게 하고 또 들려주고 픈 이야기이다.

푸른책들에서 새로 나온 데미안. 잘된 번역으로 다시 데미안을 만나게 되었다.
중학교 때였나. 데미안을 처음 접했을 때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책이다.
물론 아직도 그 영향은 크다. 헤르만 헤세와 같은 작가의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
그는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파고 드는데 특히, 인간의 양면성. 즉 선과 악에 집중하고 있다. 

데미안에서는 주인공 싱클레어를 통해 선과 악에 기로에 선 청춘을, 그리고 인간의 양면성을 비추고 있다.

주인공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통해서 변해가는 과정, 그의 내면의 성장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데미안을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이 구절을 알게 된다.

 

새는 알 밖으로 나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이다.

 

벗어나려고 하고, 자유롭고 싶고, 또 이제 세상으로 던져진 10대 때.

누구나 방황의 기로에 설 것이다.

그때 이 구절은 모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다시 읽은 데미안에서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 몇가지가 있다. 바로 이 아프락사스.

어릴땐 아프락사스의 이름이 너무 거대하게 느껴져서 그 단어에만 갇히고 결국 그 아프락사스가 무엇인

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었다.

먼저 이 새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바로 데미안과 싱클레어를 이어주는 매개체. 싱클레어의 집 대문 위에

있는 낡고 퇴색한 문장.  싱클레어는 문장에 새겨진 새를 그린다.

새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채 어두운 지구 속에 몸의 절반이 옴짝 없이 끼어 있었는데 무진 애를 써

힘겹게 빠져 나왔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알에서 빠져나온 것 처럼. 꿈속의 새를 그려 데미안에게 보냈

을 때 싱클레어는 바로 저 문장이 적힌 쪽지를 받게 된다.

데미안이 떠나고 방황하던 싱클레어는 기이한 음악가, 피스토리우스를 만나 아프락사스에 대해 알게 된다.

신이면서도 사탄인 아프락사스.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모두 갖고 있다. 인간처럼 말이다.

데미안과 다시 재회하게된 싱클레어는 데미안과 완전히 닮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들 앞엔 전쟁이 있었다.

 

데미안을 하나로 정의내리기는 어렵다. 다중의 의미가 작품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마치 보물을 캐는

것처럼 데미안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2012년 제6회 블루픽션상 수상작인, 원더랜드 대모험. 제목과 함께 표지가 호기심을 끄는 책이었다.
블루픽션상 수상작은 찾아 읽는 편이라 이번에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놀라움과 함께 아쉬움도 있고 여러가지면에서 인상적인 책이었다.

먼저 불꽃놀이를 구경온 나와 동생이 많은 인파 속에 뒤엉켜 뛰는 장면이 소설의 서두로 보았을 때

그리고 소설적 표현에서 보았을 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제대로 터지지못하는 불발탄. 불량으로 만들어진 폭죽들. 주인공의 가족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공장에서 블랙리스트인 엄마와 아빠 때문에 여기저기로 이사를 다닌 가족.
게다가 동생은 심장병이 있어 5학년 때 학교를 쉬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집한 형편상 수술할

처지도 못되어 엄마는 재단에 도움을 받기위해 편지를 쓰고 있다. 공부도 못하고 딱히 하고 싶은 것

도 없는 주인공, 나.
이런 그에게도 하고싶은 것이 생겼으니, 바로 새로 완공하는 원더랜드에 가보는 것이었다.

원더랜드까지 갈 차비도 없고 입장권도 살 수 없었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소설의 흥미는 딱 여기까지였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의 장소인 원더랜드에 우연한 기회에 가게 된다는

설정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생각나게 했다.
또한 원더랜드 안에서 아이들끼리와 경쟁을 붙여 우승자를 뽑는 과정도 흡사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찰리와 초콜릿공장이 아이들을 위한 동화였다면 원더랜드 대모험은 지극히 한국의

현실적인 환경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친구의 집에서 <보물왕국>잡지를 발견해 몰래 애독자카드로 응모해 35명에게 주는 무료 초대에 뽑힌 최승협.
동생에게 티켓을 빼앗길 뻔하다가 동생이 또 피를 쏟아내고 입원하는 바람에 승협이 원더랜드에 가게 된다.

동생에게 너구리 그림이 그려진 풍선 하나를 사다달라는 부탁을 받고서. 

제목이 원더랜드 대모험이고, 또 아이들이 가고자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원더랜드라는 허구의 장소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어떤 곳일까 하는 호기심.
하지만 작가는 이 원더랜드를 이상도 허구도 아닌, 현실적인 한 곳으로 잡아 그 호기심이 떨어졌다.

아이들의 놀이기구를 타는 것도 다 아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움이 없었다. 차라리 다른 허구의 장소로 설정했

더라면 어땠을까.
우승을 하면 상금이 이백만원이라는 말에 미치도록 노력하는 최승협은 결국 우승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상금은 돈이 아니라 그저 상품이었다.
실망한 주인공은 동생을 위해 백과사전과 풍선을 들고 귀가를 한다.
그리고 집에서는 엄마의 편지로 인해 동생이 지원금을 받게 되는 기쁜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인공 승협이 우승을 해서 자신이 바라는 것이 아닌 다른 상품을 가지고 귀가를 한다는 설정은 영화 천국

의 아이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원더랜드를 현실적인 서울의 한 놀이공원으로 설정했다는 점, 그리고 책을 읽을 때마다 자꾸 다른 작품이 생각

난다는 점. 그리고 나라와 정치에 반기를 들던 엄마가 지원금을 받자, 태도가 바뀌어 데모를 안하고 나랏님이라

고 하는 행동 등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꿈과 환상의 판타지 세상, 원더랜드. 우리가 늘 상상하고 꿈꾸는 그곳은 그저 별거 아닌 마치 불발탄과 같은 폭

죽이었고 터지면 끝나고 마는 풍성과 같은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