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처음 보았을 때, 파스텔톤의 따뜻한 그림 분위기와 함께
할아버지의 ’바다위 집’이 아니라 ’바닷속 집’이라는 제목이 무척 호기심을 끌더군요.
원작인 단편 애니메이션이 국내외 12개 영화제에서 20가지 상을 수상한 경력이 화려한 책.
09년 일본열도를 눈물바다로 만들어버린 책이라니 더욱 궁금해지더군요.
바닷물이 점점 차올라와 이제는 모두들 다른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버렸지만
할아버지는 바다 위에 쌓아 올린 낡은 집에서 홀로 살고 있어요.
이 마을은 신기하게도, 물이 차올라 살던 집이 물속에 잠기면 잠긴 집 위에 새로 집을 짓는 마을이네요.
바닷속 집들은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유영하는, 과거의 집이 되어버린,
시간이 정지한 듯한 마을입니다... 모두가 떠나버린...
할머니가 삼 년 전에 돌아가신 후로는 할아버지는 혼자 살고 있어요.
지붕 위에 닭과 밀을 기르고 보따리장수 배에서 물건을 사도 혼자 바다위의 집에 살기 힘들텐데도
달리 갈 곳이 없어서인지 혼자서 요리도 하고 멀리 사는 자식들이 보낸 편지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시네요.
어느 해 겨울, 바닷물이 마루까지 차오르자 또 새집을 지어야겠다고 중얼거리는 할아버지는
그만 집을 짓다가 연장을 바닷속 깊이 빠뜨리는 큰 실수를 하고 맙니다.
이제 그만 집을 떠나시면 될텐데, 절대로 집을 떠날 수 없는 사연이 있다는 할아버지는 잠수복을 입으시네요.
여기서부터 한 장 한 장 읽을 때마다 눈물이 한 방울 한 방울, 급기야는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답니다.
삼 층 아래 집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집...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손을 언제까지나 잡고 있었던 집...
나도 언젠가는 늙을테고 저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장면이에요.
아래쪽으로 헤엄쳐 갈 때마다 거기서 사던 옛날의 일들이 마치 실제처럼 눈앞에 떠올랐어요.
마을 축제 때 자식들이 손자를 데리고 와 파이를 구워 즐겁게 보냈던 집,
그 아래엔 맏딸이 새 신부가 되어 시집간 집,-우리집 공주도 저리 날 떠나겠지요 ㅠ.ㅠ
처음으로 아기가 태어났던 집,-내 평생 아무리 기억이 흐려져도 잊을 수 없는 우리 두 아이 낳은 날의 기억,
맨 아래 집, 결혼한 두 사람이 살던 작은 집,-벌써 7년 전, 작지만 포근했던 신혼집의 기억까지도...
모든 집들이 나무 상자처럼 겹겹이 쌓여 있기에, 할아버지는 떠날 수 없었나 봅니다.
앞만 보고 달려가느라 너무나 바빴던 나에게
우리 부모님께 자식으로서 저런 빈 자리를 드렸을 걸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에 눈물이 나고
어른들 말씀에 ’지금 제일 좋을 때다’, ’품 안에 자식이다’ 하시는 말씀처럼
예쁜 짓 골라 하는 일곱살, 세살 공주, 왕자와의, 작지만 소중한 기억들도 생각나 눈물이 나고
나 또한 백발 성성한 할머니가 되어 할아버지처럼 겹겹이 쌓인 추억을 반추하리라 생각하니
뜨거운 눈물 흘리면서도 따뜻한 미소를 띨 수밖에 없었던, 정말이지 가슴 찡한 책입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모든 일들이 바닷속 집처럼 켜켜이 쌓여있음을 새삼 깨달아봅니다.
할아버지의바닷속집,
쓰미키노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