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를 100까지 세는 것에서 동그라미 그리는 것을 힘겨워 해 그만 두고 학교에 입학해서 다니면서 학교 진도에 맞춰 수나 연산을 공부했다. 초등 1,2의 연산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별 무리 없이 잘하지만 아무래도 상위학년에서 드러나는 수 감각이나 연산속도가 걱정이 되었다.

 

여러 연산 시리즈 교재가 있었지만 이 시리즈를 선택한 이유는 자연수 사칙연산, 소수와 분수의 사칙연산을 초등 전과정을 6권의 책으로만 나누어 조카가 지루해하는 반복없이 간단하겠다는 생각과 당장 덧셈과 곱셈에 있어서는 초등 2학년인데도 조카의 친구들이 학습지로 진도를 많이 나간 상태여서 어느 정도 불안감에서 빨리 끝낼 수 있는 책을 선택한 것이었다.

 

앞 부분은 너무 쉬운 내용이어서 시간낭비 같은 생각도 들었지만 정작 조카 본인에게는 쉽게 진도를 나가면서 보수등이 연습이 되어서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았다. 수의 자릿수가 많아져도 연산의 규칙은 하나이기에 어렵지 않게 선행 진도까지 끝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앞 부분에서 기초를 잡는데 시간 투자를 넉넉히 한 탓인지 덧셈이든 곱셈이든 자릿수가 많아져도 거뜬히 원칙을 지켜 계산을 빨리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덧셈과 곱셈을 동시에 끝냈고 뺄셈은 이제 막 시작해서 뺄셈이 끝나가고 학교에서 구구단 단원이 끝나갈 무렵 나눗셈을 공부시킬 생각이다. 간단한 연산 교재이지만 어린 학생들의 성향이나 진도, 생각등을 충분히 고려해 재밌게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교양으로 어떤 어떤 책들은 꼭 읽어야 한다고 강조되던 시대를 살면서도 베스트 셀러보다는 자신의 연약한 성정에는 어린이 문학이 맞았다고 말하는, '소년문고'를 사랑하고 읽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야기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갓 입사해 기획자료로 비치된 소년문고를 부지런히 읽기시작한 것이 훗날 자신의 창작의 자산이었다고 한다. 언제 읽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재미있었던 느낌은 기억해도 어떻게 재미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무언가 가득 담겨 있어 필요할 때 꺼낼 수 있었다 한다.

 

그가 공들여 선정한 50권에 대한 소개를 읽다보면 책을 읽는다기 보다는 애니메이션의 거장답게 '본다'라는 생각이 들도록 삽화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다. 그는 사진과 영상이 흘러넘쳐서 한장의 그림을 꼼꼼이 읽어내는 습관을 잃어버렸다고 개탄한다. 나도 덩달아 조카의 책을 고르면서 삽화를 누가 그렸는지 잘 그려졌는지 신경쓰게 되었다.

 

명작에 대한 칭찬과 추천이다. 살아남은 것은 그만큼 재미있고 굉장한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명작이라고 불리는 책들은 베스트 셀러와 달리 두고두고 반복해서 여러번 읽었다는 특징이 있는 것 같아 나 역시 동감이다. 누군가에게 조카에게 추천하고 싶은 꼭 읽히고 싶은 책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독서가 학습의 지대한 영향을 주기때문에 독서습관을 강조하고 자녀에게 훈련시키는 매뉴얼을 제공하는 책들이 유행하는 요즘 꼭 하고 싶은 이야기다. 학습의 도구로써 독서를 강조하다 잘못하면 아이들이 자신만의 중요한 보물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갈지도 모르겠다.

 

재미있게 봤지만 '미래소년 코난'의 의미를 이해한 것은 대학생이 되어 미야자키 하야오의 다른 작품들을 보면서였다. 그가 사랑했던 명작 소년 문고들처럼 나역시 그의 작품들을 두고두고 반추했던 것 같다. 무분별한 개발이나 원자력 같은 것으로부터 자연을 보존하고자 하는 생각, 전쟁이 없는 평화스러운 세계였으면 하는 바램, 청산할 수 없는 빚을 자손에게 남기지 않으려는 결단 등을 말이다.

 

며칠 전 그가 은퇴를 선언했다. 일절 작품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이때문은 아닐 것이다. 이 책에서 읽은 그는 누구보다 젊다. 아이들이 '정말 보길 잘했구나'하고 느낄 수 있는 새로운 판타지를 꿈꿨고 영화를 만들기 위해 산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상쾌하지 않은 '바람이 불기 시작한 시대'에 더이상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아직은 생각나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더우기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바람이 분다]가 그의 마지막 작품은 아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