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를 하다가 사실 문제도 아닌 문제들을 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대화가 이루어지는 장소는? 다음 글에 이어질 내용은? 틀린 문장은? 뜻이 다른 것은? 위 글의 내용은? 등등 내가 학교 다니면서 풀었던 영어 시험의 내용이다. 영어라는 언어를 알기만 한다면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국어 문제들보다 훨씬 쉬운 문제들이다. 그럼에도 영어는 아무리 공부해도 들리지 않고 늘지 않는 언어였다. 여행을 가도 중1때 배운 것들만 사용하는 저급 수준을 면치 못했다.
오랜 세월 저급(?)의 실력을 갖기 위해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면서 나름 분석한 실패요인의 첫째는 영어를 너무 늦게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1때 처음 알파벳을 외우고 Good morning을 배운 세대이다. 둘째 이유는 영어 공부하는 방법을 몰랐다. 심지어 수학처럼 공부했었다. 영어가 언어라는 인식이 부족했다. 모국어인 국어라는 언어를 잘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를 했었는지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책이 말하는 영어 잘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아이에게 한글과 우리말을 깨우치기 위해 우리가 쓰고 있는 방법 즉 많이 들려주고 책을 많이 읽어 주고 읽히라는 것이다. 모국어처럼 뱃속에서부터 많이 들어 익숙해진다면 우리말보다 고주파인 영어가 소음으로 들리지 않아 두렵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평소 일반적인 환경에서 자주 들을 수 없는 외국어를 인위적으로 모국어와 환경이 같도록 만들면 된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흘려듣기'할 수 있도록 하고, 책을 보며 '집중 듣기'를 해 소리를 구별할 수 있는 귀를 만들라는 것이다. 부모의 발음이 좋지 않아도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한다. 이유는 우리말 책읽기와 같이 부모의 애정과 자기 수준 이상의 내용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발음과 자동적으로 구별할 수 있게 되어서 부모의 나쁜 발음을 익히게 되지는 않는다 한다. 또 저학년 때 국어책을 많이 소리 내어 읽히는 것처럼 영어책도 소리 내어 읽혀야 말과 글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영어는 42개의 음소를 글로 옮기기 위해 1000가지 이상의 철자법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언어이기 때문이란다.
저자는 영어를 잘하기 위한 단순한 방법이 최선의 방법임을 설명하기 위해 뇌 과학에 대한 학설을 뒷받침한다. 과학적인 설명 덕에 금방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를 참고 기다릴 수는 있겠지만 책을 읽는 동안은 지루했다. 나와는 다른 성공적인 영어실력을 위해 우리 조카는 이미 [잠수네 아이들의 소문난 영어공부법]이나 [영낭훈]시리즈에서 접했던 방법들로 공부를 시키고 있었다. 이 책은 그 방법들에 대한 과학적인 주장이다. 저자가 말하는 "마태효과-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는 두뇌는 조만간 폭발적인 발전을 맞이하게 된다-"가 빨리 조카에게 나타났으면 좋겠다. 존재하는 지식의 95%이상이 영어로 되어 있는 세상에서 저자의 주장대로 두뇌에 영어 고속도로를 만들어 조카가 배우기 위해 영어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실력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